보이지 않는 동거인, 집먼지 진드기
남자는 일어나 욕실로 가는 중이다. 그가 발을 떼어놓을 때마다 마루가 요동친다.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가늘게 떠는 가구들 위에서 먼지도 춤춘다. 그런데 그의 발밑에 마루나 먼지말고도 또 다른 움직이는 물체가 있다. 이들은 남자가 성큼성큼 걷는 동안 비로소 잠에서 깨어난다. 집먼지 진드기들이다. 전염병 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거의 100퍼센트에 가까운 가정이 집먼지 진드기에 감염되어 있다고 한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이들이 육안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의 크기이며 피부를 물어 따끔거리게 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카펫이나 침대 이외에서는 살지 않는다.
진드기들이 먹는 영양분이란 도대체 뭘까? 바닥에 진을 친 진드기들에겐 각질이야말로 일용할 양식이다. 각질은 집안 여기저기 무수하게 널렸다. 당신이 침대에서 뒤척일 때 떨어져 나오고, 옷을 입을 때도 쓸려 나온다. 걸어 다닐 때는 더 엄청나다. 1분에 수만 개 씩 떨어진다. 꼼짝 않고 서 있을 때도 양이 적다 뿐이지 어김없이 벗겨져 내린다. 진드기들이 하는 일은 지상의 다른 여타 동물들이 하는 일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먹고 배설하고 기회가 될 때는 교미를 한다. 진드기 한 마리는 매일 약 스무 덩이의 배설물을 항문 구멍을 통해 짜낸다. 하지만 진드기의 배설물은 매우 미세해서 그것들을 대형 피라미드 건축에 쓰인 돌덩이 수만큼 쌓는다 해도 이 문장 마지막에 찍힌 마침표 안에 충분히 들어가고도 남을 것이다. 아주 작은 진드기 배설물들은 공중에 둥둥 떠다니며 온 집안을 누비고 다닌다. <“시크릿 하우스“에서 일부 요약발췌,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 생각의나무>
<노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