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립스틱

[중산] 2010. 12. 29. 08:20

립스틱

식사를 마친 여자는 몸단장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립스틱은 바람둥이 여자들의 얼굴에 드러난 세월과 질병의 상처를 치료할 유일한 수단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당시의 립스틱은 말려 빻은 곤충 시체로 색을 내고 밀랍을 넣어 딱딱하게 한 뒤 올리브유로 윤기를 낸 기름 덩어리에 불과했다. 바른 후 몇 시간이 지나면 올리브유 때문에 입술에서 악취가 풍겼다. 뉴욕시 보건국은 1924년 립스틱 판매를 금지시키기도 했는데, 사용자인 여성들의 건강을 염려해서라기 보다는 립스틱을 바른 여성들에게 키스하는 남성들이 중독될까봐 우려해서였다.

 

이후 인습에서 해방된 현대 여성을 위해, 립스틱은 완전히 다른 조성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현대적 립스틱의 핵심은 산(酸)이다. 입술 깊이 파고들어 타는 듯한 착색을 시키는 데 있어 산을 능가할 만한 것은 없다. 산은 원래 오렌지색이지만 살아 있는 피부 세포와 반응해 진한 빨강으로 변한다. 립스틱에 들어있는 그 밖의 물질들은 이 산 성분을 제대로 고착시키기 위한 보조제일 뿐이다. 립스틱의 반짝임을 위해서 사용되는 것은 생선 비늘이다. 립스틱을 바르는 여성들은 말썽거리인 입술에 약간의 반짝거림을 가미하길 원하고, 립스틱 제조업자들은 이러한 여성들의 바람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방부제와 향수를 첨가할 때 광택이 있고 무지개처럼 다채롭게 반짝이는 것, 그러면서도 너무 비싸지 않은 무언가를 함께 붓는다. 생선 비늘은 생선 포장 공장에 가면 허다하게 남아돌고 있다. 비늘을 암모니아에 적신 뒤 다른 물질들과 섞는 것이다. <시크릿 하우스“에서 일부 요약발췌,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 생각의나무>

'독서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드기  (0) 2010.12.29
부부의 연금술  (0) 2010.12.29
유태인의 신념  (0) 2010.12.29
진공청소기  (0) 2010.12.27
욕망의 적!   (0) 2010.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