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신의 무능력을 겸손으로 위장한다
이 책에서는 쇼펜하우어 철학의 핵심인 ‘의지’의 형이상학이 외견상 초점 밖으로 밀려나 있는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단상斷想들의 뿌리로서 그것들에 통일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책을 통해 쇼펜하우어의 글을 처음 접하는 분들도 그의 사상이 어쩐지 매우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쇼펜하우어의 다음과 같은 자기 인식에서 찾을 수 있다. - 부처와 에크하르트Eckhard 그리고 나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을 가르친다. 그러나 에크하르트가 기독교 신화의 굴레를 쓰고 그렇게 하는 반면 불교에서는 동일한 사상이 그런 신화에 의해 위축되지 않고 나타난다. 그러나 불교의 단순성과 명료성은 종교가 가질 수 있는 명료성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반면 나의 철학에서는 그것이 전적으로 명료하게 나타난다. - 즉, 그의 사상의 기저는 불교 철학인 것이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그의 모든 저서에서 천성적으로 유머 있는 사람으로 나타난다. 우리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드는 그의 말은 수없이 많다. 정곡을 찌르는 익살, 이따금씩 나타나는 조소적인 비유와 노골적인 풍자. 이 모든 것이 세간에서 말하는 염세주의자와는 전혀 다른 그의 모습이다. 그의 철학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철학자가 성인聖人은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철학자이자 문필가인 쇼펜하우어는 언어의 대가로서 모든 철학자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사람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다.(요약)
쇼펜하우어(앞으로는 S로명기함) : 호라티우스, 루크레티우스, 오비디우스 등 거의 모든 고대인들은 자신을 자랑했다. 그것은 단테, 셰익스피어, 베이컨 등 다른 많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위대한 정신을 가졌으면서도 그것을 조금도 자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주장은 한심한 무능력자들이 자신의 하찮음에 대한 자각을 겸손이라 여기기 위해 믿는 난센스에 불과하다. 어떤 영국인은 장점Merit과 겸손Modesty은 첫 글자 외에는 공통점이 없다고 말했는데 이는 옳은 말이다. 괴테가 말했다. “사기꾼들이나 겸손하다.” 그러나 더 확실한 것은 그토록 열심히 다른 사람들에게 겸손을 요구하고 강요하며 끊임없이 “제발 겸손해라! 제발! 제발 겸손해라!”라고 외치는 자들은 틀림없이 사기꾼이며 공적이 전혀 없는 잡배雜輩이자 자연의 대량 생산품이라는 주장일 것이다. 왜냐하면 공적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공적도 인정할줄 알기 때문이다.
랄프 비너(앞으로는 R로명기함):그는 겸손한 사람들을 노골적으로 경멸한다.
쇼펜하우어 : 겸손이란 시기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자신이 가진 장점과 공적에 대해 그런 것을 갖고 있지 못한 사람들의 용서를 구걸하기 위한 거짓 굴종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정말로 아무 장점도 공적도 없는 사람이 그런 것을 갖고 있는 체하지 않는다면 그는 겸손한 것이 아니라 다만 솔직할 뿐이기 때문이다.
R(랄프 비너) : 그는 자신을 과시하지 말라는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한다.
쇼펜하우어 : 생각해 보면 겸손의 미덕은 소인배들을 위한 굉장한 발명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소인배를 자처하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것을 절묘하게 평준화시킨다. 즉 이렇게 되면 온통 소인배들만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R : 다음의 묘사는 그의 독특한 세계관을 잘 보여준다.
쇼펜하우어 : 학계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나 천재계天才界 얘기는 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음과 같다. 한 거인이 수세기의 적막을 뚫고 다른 거인에게 외친다. 그러면 그 밑을 기어 다니는 난쟁이들은 그것을 어떤 지속적인 울림으로밖에 듣지 못하고 무엇인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 외에는 이해하지 못한다. 한편 밑에 있는 이 난쟁이들은 끊임없이 광대 짓을 하며 시끄럽게 떠들고 거인들이 떨어뜨린 것을 질질 끌고 다니면서 저희 중 어떤 난쟁이들을 반신半神이라고 선포하는 등의 짓을 한다. 그러나 거인들은 그것에 신경 쓰지 않고 자기들끼리의 천재들의 대화를 계속한다.
R : 그는 미래를 상상하며 몸서리를 친다.
쇼펜하우어 : 머지않아 구더기들이 내 육신을 갉아먹게 되리라는 생각은 참을 수 있다. 그러나 철학교수들이 내 철학을 갉아먹게 되리라는 생각을 하면 몸서리가 친다.
R : 때때로 그는 자신의 철학적 인식들을 사람들에게 매물賣物로 내놓은 것이 과연 적절한 일인지 자문自問한다.
쇼펜하우어: 만일 행상인이 남자에게는 머리핀을, 여자에게는 파이프 대통을 내놓는다면 사람들은 그의 어리석음을 비웃을 것이다. 하물며 진리를 시장에 내놓고 사람들이 사가기를 바라는 철학자의 발상은 얼마나 터무니없는가? 인간들에게 진리라니!
R : 수많은 책들이 시장에 넘쳐 나지만 그것들이 모두 좋은 책은 아닌 현실에 비추어 그는 다음과 같은 주목할 만한 충고를 한다.
쇼펜하우어 : 지혜로운 생각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상스러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저 좋은 생각을 위해 멍석만 깔아 주라. 그러면 그것은 저절로 올 것이다. 짬이 난다고 무턱대고 책을 집어서는 안 되는 까닭도 바로 여기 있다. 우선 마음을 평안히 하라. 그러면 좋은 생각이 쉽게 떠오를 것이다.
R : 그는 사회를 대하는 개인의 태도에 관한 자신의 인생철학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쇼펜하우어 : 지혜로운 사람은 무엇보다도 고통과 괴로움이 없는 상태, 평안과 여유를 추구할 것이므로 조용하고 검소하며 가능한 한 방해받지 않는 삶을 원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이른바 사람이라는 존재를 좀 알고 난 후에는 은둔, 또는 그가 위대한 정신을 가진 사람일 경우 심지어 고독을 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 안에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타인에 의존할 필요도 적기 때문이다. 탁월한 사람일수록 비사교적이다. 만일 교제의 질을 양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심지어는 넓은 세상에 나가 사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100명의 바보들이 모여도 분별 있는 사람 1명만 같지 못하다.
R : 인류사의 수많은 예들이 그 말을 증명한다. 쇼펜하우어는 그런 예들을 수집했으며 천재들의 명언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했다.
쇼펜하우어 : 너희는 외친다. “그들은 지혜로운 사람들이니까.” 그럼 너희는 바보고? 알긴 아네.<“유쾌하고 독한 쇼펜하우어의 철학 읽기”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랄프 비너 지음, 역자 최흥주님, 시아>
▣ 저자 랄프 비너Ralph Wiener
1924년 독일의 바덴Baden에서 출생했고 법학과 철학을 공부했으며, 이후 1982년 법제사法制史 분야의 대학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1955년 첫 저작을 발표한 후, 『이래도 되는 거야? Gehort sich das?』(1972), 『나의 간이 옷장에는 아직도 금빛 잎이 붙어 있다. Ein goldenes Blatt bangt noch in meinem Spind』(2002), 『은밀히 Hinter vorgehaltener Hand』(2003)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잡지 《익살꾼 Eulenspiegel》, 《비너 매거진 Wiener Magazin》의 기고가이기도 한 그는 1960년부터 1990년까지 순회 문학 강연회 활동을 하기도 했다.
댕댕이덩굴:
줄기는 바구니 등을 만드는데 쓰이고 한방에선 열을 다스리고 신경통, 류머티즘, 이뇨 등에 사용하며 유독성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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