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미켈란젤로

[중산] 2011. 8. 29. 12:48

 

영혼은 신에게, 육체는 대지로 ‘미켈란젤로’

1542년 시스틴 대성당의 벽화 〈최후의 심판〉이 거의 완성되어갈 무렵, 교황 바오로 3세는 벽화에 나체상이 너무 많이 그러져 있다고 하여 그것을 수정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자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던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말했다. 교황은 그림을 수정하기보다는 세상을 수정하는 일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함께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으로 불리는 미켈란젤로는 그때까지만 해도 직공 정도로 취급받던 화가와 조각가의 위상을 예술가의 경지로 끌어올린 사람이다. 그는 상당한 배짱과 고집이 있던 사람으로, 당시의 물주인 교회에서 일을 받을 때도 언제나 대등하게 대했다.

 

 

미켈란젤로의 대부분의 작품은 미술품이라기보다 기념물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4년여에 걸쳐 완성한 시스틴 성당 천정화는 구약성서의 〈천지 창조〉 외에 343명의 인물을 배치시켜 그린 장대한 그림이다. 조각을 해도 그 규모가 등신대 이상의 것이어서 때로는 3m이상 되는 조각들이 무리를 이루는 구상도 많았다. 메디치 예배당의 묘비는 1524년부터 10년간에 걸쳐 제작한 것으로 수십 개의 거상을 조합한 조각과 건축의 복합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묘비는 40개 이상의 거상으로 조합한 최대 규모의 구상이었는데, 이 구상은 율리우스 2세의 사망과 정치 불안으로 여러 차례 중단을 거듭하다 결국 미완성인 채 끝났다. 이렇듯 미켈란젤로가 그의 예술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한 것은 조화가 아니라 운동과 율동, 즉 힘이었다.

 

 

만년의 미켈란젤로는 르네상스기의 마지막 사람인 냥 교양 있고, 재기가 넘치고, 우아한 귀족같이 지냈다. 그래서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프랑소와 1세나 카트린 드 메디시드도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 코시모 데 메디치는 그를 원로원 의원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예술도 결국 헛된 것이라고 여겨, 끝내 절망해야 하는 인간 존재를 고민하였다.

 

 

미켈란젤로는 여러 제자들 중에서 특히 율리우스 2세 묘비의 조각 일을 도왔던 프란체스코 다마들레를 사랑했다. 그는 자신이 죽고 난 뒤 다마들레의 궁핍한 생활을 염려하여 미리 2천 에퀴나 되는 거액을 주고 위로하였다. 그러나 그 제자는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밖에도 미켈란젤로가 좋아했던 사람들 중에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많았다.

 

 

1564년 2월 15일 밖에는 억수같이 비가 내렸다. 이때 미켈란젤로는 벌떡 일어나 마치 망령처럼 쏟아지는 빗속으로 걸어 나갔다. 한참 걷다가 옛 친구를 만나자 그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제 죽을 때가 된 것 같네, 왜냐하면 이제야말로 예술 속에서 태초의 울림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지! 그로부터 사흘 뒤인 1564년 2월 18일, 그는 32년 동안이나 우정과 사랑을 지속해온 화가 카발리에르의 팔에 안겨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영혼은 신에게, 육체는 대지로 보내고 죽어서나마 그리운 피렌체로 돌아가고 싶네.

 

유언대로 그의 유해는 피렌체의 산타크로체성당 묘지에 안장되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그의 시가 기념비로 남아 묘지를 찾는 사람들에게 숙연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수치와 불명예가 우리들 곁에 머무는 한

돌 같은 내 삶에 있어서 잠이 유일한 안식처라오

아무 것도 보지 않고 아무 것도 듣지 않는 것만이

진실로 내가 원하는 것이라오

그러니 제발 깨우지 말아다오

목소리를 낮춰다오

그리고 제발 조용히 떠나다오

 

 

인쇄술이 발달하여 책이 보편화되기 전에는 그림과 조각, 건축이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가장 중요한 매체였다. 미켈란젤로는 그림과 조각을 통해 르네상스기의 인간 정신과 기독교 정신을 표현한 중세의 거장이다. 그는 많은 업적을 남겼음에도 자신의 삶에 수치와 불명예가 있었음을 자인하고, 세상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원하며 목소리를 낮춰 달라고 주문했다.

 

인간이 무엇인가 성취하기 위해 매진할 때는 그것을 몰입하여 꿈을 꾸지만, 일단 성취하고 나면 열정을 쏟은 만큼 허탈감을 느낀다. 특히 예술가들은 더욱 그러하고, 예술가가 아닐지라도 누구나 죽음에 직면해서는 온 힘을 다해 추구했던 돈이나 명예, 권력도 한낱 부질없는 것임을 느낀다. 이것이 어쩌면 인간이 인성(人性)에 신성(神性)을 개입시키려는 원초적 단초인지도 모른다. 미켈란젤로는 인간성 회복을 기치로 하는 르네상스기의 한 복판에서 활약한 조각가이다. 그러나 그의 몸에는 누구보다도 더 신성(神性)을 그리워하는 피가 흐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목소리를 낮추고 조용히 떠나 달라는 그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그의 피에타 상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인생 열전”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박영만 지음, 프리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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