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존의 조건들은 한마디로 말해서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전제조건들이다. 예컨대 인간이 실존하기 위해서는 첫째, 하나의 생명으로 살아 있어야 하며, 둘째,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자연의 필연성으로부터 벗어난 영속적인 자신의 세계가 있어야 하며, 셋째, 말과 행위를 통해 이 세계를 공유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렌트는 생명 ∙ 세계성 ∙ 다원성을 인간실존의 세 조건이라고 명명한다. 생명으로 산다는 것은 신진대사를 통한 자연과의 소통을 의미하는 까닭에 노동은 생명의 조건에 부합하는 인간의 기초적 활동이다. 따라서 노동하는 동물로서 인간은 자연의 필연성에 예속되어 있다. 다음으로 인간에게 비교적 영속적인 세계를 제공하는 활동은 바로 직업이다. 행위는 노동의 필연성과 작업의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