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었더라. 단순한 기억을 되살리려고 당신은 미간을 찌푸린다. 여기서 몇 번 버스를 타야 집으로 가더라. 막상 버스가 나타나면 그 낯익은 번호를 곧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당신은 믿고 있다. 그러나 제각기 다른 번호의 버스들이 여남은 대 정차했다 떠나는 것을 당신은 다만 지켜본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모든 번호는 낯설다. 모든 숫자들이 힘을 합해 당신을 밀어내고 있다. 그제야 당신은 깨닫는다. 지금 부모님의 집으로 가는 게 옳으리라는 마음의 부담 때문에, 당신의 원룸으로 데려다줄 버스 번호를 기억할 수 없는 거라는 사실을. 당신은 알고 있다. 이 주말에 당신은 부모님을 위로하러 가야 한다. 당신이 그들을 애써 위로하지 않는다 해도, 남은 자식이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은 위로받을 것이다.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