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시장 - 각하, 역병이 급속도로 만연하여 구조의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에 이르고 있습니다. 각 지역이 생각보다 훨씬 심하게 전염되어 있으므로 상황을 숨기고 주민들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진상을 알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사료됩니다. 사실 지금 당장 병마는 주로 빈민들이 밀집해 있는 외곽 지역들에서 번져가고 있습니다. 이 점만은 적어도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하겠습니다. 동감이라는 듯 맞장구치는 속삭임 소리가 들린다. 성당에서 신부 - 이리들 가까이 와서 각자 자기가 저지른 사악한 죄를 여러 사람들 앞에서 고백하세요. 저주받은 자들이여. 여러분의 마음속을 열어 보이세요. 각자 자신이 저지른 죄악과 마음속으로 획책했던 죄악을 서로서로 고백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죄의 독기가 숨을 틀어막고, 문어처럼 휘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