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실현 2

나무를 보다

구름이 산을 에워싸기 시작하면 나는 구름 사이를 뚫고 산을 오른다. 확 트인 하늘보다 구름 속이 훨씬 마음에 든다. 구름은 압축된 침묵을 선사한다. 고독의 농도를 짙게 만드는 것이다. 고독은 달걀의 흰자위다. 달걀의 제일 좋은 부위인 것이다. 고독은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일종의 단백질이다. 토파나(돌로미터 산맥의 동부에 위치한 고산지대, 3,244미터 봉우리를 도파나 디 메초라고 부른다)를 뒤덮은 구름이 부서지더니 우박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내게 동작의 우아함을 허락했던 고독도 거기서 끝났다. (…) 등반가의 본능이 나를 떠민다. 십자가를 붙잡으라고, 등반을 완성하라고 부추기는 것이다. 하지만 내 인조섬유로 만든 겉옷이 다시 바스락거리기 시작하고 어느 샌가 나는 다시 번개의 사정권 안에 들어와 있다. 주..

독서 자료 2023.02.26

성과 인간

사랑이 본질적으로 인간의 현상이다. 프로이트가 충동과 본능의 목적, 그리고 대상을 구분하는 이론부터 검토해 보자. 그 이론 따르면, 섹스의 목적은 성적 긴장의 감소이다. 섹스의 대상은 성적인 파트너다 내가 보기에, 이런 주장은 오로지 신경증적 성욕에만 유효하다. 신경증적인 사람만이 우선적으로 정액 분출에 집착한다. 분별 있는 사람에게 섹스 파트너는 ‘대상’ 이 전혀 아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파트너를 또 다른 주체, 또 다른 인간 존재로 본다. 자신도 그 인간성 속의 자신으로 바라본다. 그가 진정으로 그 속의 자신을 사랑하면, 파트너 속에서도 또 다른 사람을 보게 된다. 그 사람은 바로 그가 자신에게서 보았던 그만의 독특한 존재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독특함을 붙잡는 것은 일부일처제의 관계를 낳는다. 이해할..

독서 자료 2020.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