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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전화

안부 전화를 드릴 때면 “아침에 눈뜨면 왜 사는지 모르겠다”라며 빨리 가고 싶다는 대사를 반복하는 시어머니의 말은 진심일까. 살고 싶다는 말에 표현에 비가 새는 것이라 여겼다. 나 자신은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면서 시어머니의 말은 왜 반어법이라고 단정했을까. 늙은 자의 말, 그것은 생의 갈망도 생의 포기도 전부 다 생의 미련으로 번역했다. 일종의 투사일까. 내가 생에 미련이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합정역 2번 출구 파리바게트 앞을 지나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아침 10시부터 휴지통에서 먹을 것을 뒤진다. 저 할아버지는 지금 살고 싶을까, 죽고 싶을까. 내가 빵을 사들고 나오다가 할아버지에게 “저기…시장하시면……” 했더니 빵을 빼앗아 빛처럼 사라진다. 살기 위해서 죽고 싶어져야 하는 생이 지긋지긋할 것 같다..

독서 자료 2025.04.08

얼룩에 대하여

얼룩에 대하여 한 사람의 생은 이렇게 쏟아져 얼룩을 만드는 거다 빙판 언덕길에 연탄을 배달하는 노인팽이를 치며 코를 훔쳐대는 아이의 소매에거룩을 느낄 때 수줍고 수줍은 저녁 빛 한 자락씩 끌고 집으로 갈 때천수천안의 노을 든 구름장들 장엄하다 내 생을 쏟아서몇푼의 돈을 모으고몇 다발의 사랑을 하고새끼와 사랑과 꿈과 죄를 두고적막에 스밀 때 얼룩이 남지 않도록맑게 울어 얼굴에 얼룩을 만드는 이 없도록맑게 노래를 부르다가 가야 하리 - 장석남   죽음의 공포에 관하여! 시골 묘지의 묘비에 흔히 새겨진 “사랑하는 당신과 나로 인하여 슬퍼하지 말라”는 권고의 말은 대체로 신속하고 충실히 실천에 옮겨진다. 우리가 남기고 떠나는 빈자리는 생각만큼 크지 않다. 그런 생각에는 자신의 중요성을 과장하는 측면도 있고 스스..

독서 자료 2025.04.05

나는 우스운 인간이다!

“비록 순간일망정 그가 존재했던 것은 정녕 그대의 심장과 함께하고파서가 아니었는지…….“ - 이반 투르게네프 조금 긴 요약 내용이라, 맨 아래 해설을 먼저 읽은 후 본문을 보세요!   나는 우스운 인간이다. 사람들은 이제 나를 미친 사람이라고 부른다. 서글픈 건 나는 진리를 알고 있는데 사람들은 모른다는 것이다. 아, 혼자만 진리를 알고 있다는 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걸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렴, 이해하지 못하고말고. 학문에서와 비슷하게 인생에서도 그랬다. 그들이 이걸 모른다는 게 내겐 무엇보다도 큰 치욕이었다. 그런 데는 내 잘못이 컸다. 자존심이 너무 강해서 죽어도 다른 사람에게 그걸 고백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일 누가 됐던 고백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권총으로..

독서 자료 2025.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