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는 고등학생이다. 하루는 수업 시간에 국어 선생님이 전날 읽기 숙제로 내준 소설의 주제가 무엇인지 물었다. 아무도 대답을 않자 선생님은 학생들을 타이른다. “얘들아, 왜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거지? 가만히 있지만 말고 생각을 좀 하라니까.” 클로드는 눈썹을 찌푸리며 천장을 바라본다. “생각, 생각, 생각을 해야지. 어제 읽은 소설의 주제가 뭐였지? 주제, 주제, 뭐가 주제가 될 수 있을까?” 그는 손을 아래로 뻗어 책을 펼치고, 마치 뭔가를 찾기라도 하는 듯 책장을 넘긴다. 그런 와중에도 그의 머릿속에선 다음과 같은 말이 맴돈다. “생각…… 생각…… 주제…….” 지금 클로드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물론 본인은 생각하려 노력하고, 또 생각하기를 바라지만 실제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두뇌 엔진은 돌아가고 있지만 변속기는 중립에 놓여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예를 살펴보자. 대학생인 애거서는 구내식당에 앉아 모닝커피를 마시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그녀는 단순히 생각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생각에 푹 빠져 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오늘은 할 일이 너무 많아. …… 오후 여섯 시에는 짐을 만나기로 했고…… 학기말 리포트도 곧 쓰기 시작해야 하는데…… 아, 내 머리카락은 왜 늘 이렇게 엉망일까. 마사처럼 머리를 매만질 수만 있어도 훨씬 깔끔할 거고, 남의 눈에 잘 띄지 않을 텐데…… 이 커피는 너무 진하네. 그래도 여기는 커피 맛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클로드에 비하면 애거서의 정신적인 움직임은 생각에 좀 더 가깝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 이미지, 그리고 의견이 그녀의 머릿속을 떠돌아다니고 있으며, 자신도 이런 것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역할은 수동적이며 그녀는 자기 정신 활동을 멀뚱히 쳐다보는 구경꾼일 뿐이다. 생각이란 우리가 이 책에서 살펴볼 것처럼 (그리고 대부분의 권위자들이 그렇게 바라보듯이) 목표 없는 몽상 이상의 어떤 것이다.
생각은 하는 것보다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생각이란 무엇인가? 우선 생각이란 우리가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는 의도적인 정신 활동이다. 여기서 핵심어는 제어이다. 자동차 운전석에 앉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운전대를 손에 붙잡고 자동차의 움직임을 제어할 때 운전이 되는 것처럼, 정신 활동 역시 우리 스스로가 제어할 때 생각이 된다. 물론 생각의 목적은 여행의 목적만큼이나 다양하다. 어찌 되었든 우리가 자기 마음의 운전대를 붙잡고 있는 한, 우리는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생각이 항상 의식적이어야만 한다는 뜻은 아니다. 무의식적인 정신이 의도적인 정신 활동과 결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엄청나게 많다. 그중에서도 극적인 예는 우리가 어떤 문제를 궁리하다 중단하고 다른 활동으로 넘어간 다음에야 문제를 통찰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중요한 고려 사항을 염두에 두면서 우리는 생각을 보다 공식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즉 생각이란 어떤 문제를 공식화하거나 해결하는 데, 또는 결정을 내리는 데, 또는 뭔가를 이해하려는 열망을 충족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정신적 활동을 말한다. 그리고 생각이란 해답을 찾아나가는 활동이며, 의미에 이르는 활동이다. 한편 생각하는 과정에는 수많은 정신 활동이 포함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면밀한 관찰, 기억, 궁금증, 상상, 의문, 해석, 평가, 그리고 판단 등이다. 참고로 이런 활동 가운데 일부는 우리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결정을 내릴 때처럼 종종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를테면 어떤 아이디어나 딜레마를 식별하여 적절히 대처하며, 질문과 해석과 분석을 이용해서 마침내 결론이나 결정에 도달할 수 있다.
좋은 사고는 습관이다: 흔히 훌륭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훈련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는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일말의 진실이 있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틀린 주장이다. 어떤 사람은 생각하는 데서 남들보다 더 많은 재능을 지니고 있으며, 어떤 사람은 더 빨리 배운다. 따라서 수년이 지나면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도 생각하는 능력을 훨씬 더 잘 계발할 수 있다. 그렇지만 효과적인 생각은 대개 습관의 문제이다. 생각을 잘 하기 위해 필요한 정신의 특성은 어느 누구나 숙달할 수 있다. 독창성조차도 학습이 가능하다. 또 아이큐가 낮아도 훌륭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생각을 향상시키기 어려운 것은 각자가 지닌 습관과 태도 때문이다. 여러분은 이전까지만 해도 생각의 기술이라는 분야에서 직접적인 훈련을 받을 기회가 거의, 또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나쁜 습관과 태도를 익힐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여러분이 숙달해야 할 원칙과 기법을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여러분 자신이 제공해야만 한다. 그것은 바로 더 나아지려는 열망, 그리고 자신이 배운 것을 기꺼이 응용하려는 열의이다.
나에게 적합한 방식은 나만이 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모두 위대한 작곡가였지만 그들이 작업하는 방식은 아주 달랐다. 모차르트는 교향곡 전체와 오페라 장면을 머릿속에 넣어두고 있다가 나중에 악보에 옮겨 썼다. 반면 베토벤은 악상이 떠오를 때마다 노트에 적어두었고, 때로는 몇 년씩이나 다시 고치기를 반복했다. 만약 모차르트가 베토벤의 접근 방식을 따랐다면, 그리고 베토벤이 모차르트의 접근 방식을 따랐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해보라.
오늘날에는 뭔가를 성취하기 위해 자신의 잠재력을 계발하기는커녕 알아볼 생각도 안 하는 사람들이 수천, 아마도 수백만 명은 될 것이다. 그 이유는 그들이 다른 사람의 말하는 습관을 (의도적으로 빌려오든 우연히 갖게 되든, 상황 때문에 강요되든 간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접근 방식은 지금까지 해온 습관이 자신의 성향에 꼭 맞는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약간의 실험을 통해서 어떤 습관이 실제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생각은 무엇으로 짓는가?
집을 짓기 전에 여러분은 땅바닥이 단단한지를 맨 먼저 확인해볼 것이다. 생각하는 기술을 계발하는 과제에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타당한 접근 방식이 적용된다. 우리의 정신이 외부 세계와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고(지적인 무균 환경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우리는 단지 사고의 기법 및 전략으로 넘어가서 그걸 연습하기 시작하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 인간은 사회적 생물이며 불완전한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이 세계에는 상충되는 아이디어와 가치가 있으며, 그것은 좋게 또는 나쁘게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자유 의지, 진리, 지식, 의견 등에 관해 갖고 있는 아이디어, 그리고 도덕적 문제에 관한 토론은 ‘생각하는 사람’으로 발전하는 데서 어떤 차이를 만들어줄 것이다. 어떤 아이디어는 여러분의 생각을 향상시켜줄 것이다. 또 다른 아이디어는 생각을 저해할 것이다. 어떤 것은 생각을 완전히 마비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면밀히 살펴보고, 유용한 개념과 유해한 개념을 구분하며, 확고한 개념적 근거를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생각의 완성”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빈센트 라이언 루기에로 지음,역자 박중서,푸른숲>
▣ 저자 빈센트 라이언 루기에로
뉴욕 주립대학교 델리 캠퍼스의 명예교수이다. 산업공학자 겸 사업가로 일하다가 교직에 뛰어들어 30년 넘게 수많은 학생들을 가르쳤다. 훌륭한 생각은 천재들만 할 수 있다고 믿는 학생들이 안타까워 생각, 사고 훈련과 관련된 여러 책을 쓰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훈련만 하면 누구든 훌륭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수많은 독자들에게 용기를 주었고, 대부분의 저서가 출간된 지 30~40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개정을 거듭하며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저서로 『수사학의 요소』(1971), 『윤리적 이슈에 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기』(1973, 현재 8판 발행), 『감정 너머: 비판적 사고를 위한 지침』(1975, 현재 9판 발행), 『생각의 완성』(1984), 『비판적 사고자가 되는 법』(1989, 현재 7판 발행) 등이 있다. 『생각의 완성』은 현재 10판까지 발행되었다.
털 진 득 찰 ; 중국에선 포기 전체를 신경통,류머티즘,중풍, 수족이 마비되고 허리에 힘이 없는 데 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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