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이란 없다
젊은 시절, 내 직업 철학 중 하나가 ‘무슨 일이 있어도 영업직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해고당한 후 떠난 여행을 통해 영업직에도 도전해보자는 깨달음을 얻었다. 구하는 자에게 길이 보인다고 했던가. 영업직에 도전해보리라 결심을 하고 나니 마음에 끌리는 조건의 영업직 채용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모집 조건이 까다로웠다. 전공이 영어였으나 토익 점수도 부족했고, 게다가 전기전자 분야의 이공계열 전공자들만 지원이 가능한 포지션이었다. 이에 더해서 ‘관련 경력 3년 이상자’라는 자격요건이 붙었다. 조건만 보면 나와는 거리가 먼 자리 같았지만, 일단 지원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입사원서를 우편으로 접수한 뒤 회사를 찾아갔다. 정식으로 면접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당시 채용담당자는 입사지원서를 보더니 자격 요건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공계열이 아니기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대에서 직업군인으로 4년 6개월간 복무하며 항공기 레이더 전자 장비 관련 경험과 경력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군대가 경력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가 큰 도움이 됐다. 사장은 내게 자격 요건이 안 된다고 말했으나 나의 당돌한 태도를 마음에 들어 했다. 덕분에 세일즈 엔지니어로서 영업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치열하게 영업 수주 전쟁을 치르며 영업은 양자 간에 만족한 상태로 끝나는 것임을 배웠다. 강압적인 상사로 인해 힘들기는 했지만 이때의 영업 업무를 통해 나는 또 다른 세상을 경험했다. 이는 나의 커리어 전환에 큰 자산이 되었다.
영업과 관련한 또 다른 경험이 있다. 서른을 갓 넘겼을 때 소개로 만난 여성이 “정말 좋은 사업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를 한 중년 남자에게 소개시켰다. 교육장 같은 곳이었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다단계? 내가 할 일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잘하면 돈 좀 되겠다는 욕심 또한 나를 흔들었다. 책과 오디오 테이프를 접하며 점차 이 사업에 호감이 생겼다. 좀 더 시간이 흐르자 매력까지 느껴졌다. ‘홀린다’는 말이 딱 맞을 것 같다. 직장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업에 투자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시간을 내기 위해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새벽 1시경에나 집에 들어가곤 했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잠을 줄이면서 일에 몰두해보긴 처음이었다.
다단계 일을 하면서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점도 많다.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고,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세일즈에 필요한 설득기술을 익히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경험도 쌓을 수 있었다. 심지어 책도 한 권 썼다. 어느덧 1년만 해보고 결정하겠다던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떤 결정이든 선택해야 했다. 결국 ‘이 길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무엇보다도 절친했던 친구 하나를 잃었다. 더불어 이 일에 환멸감이 느껴졌다.
세상에 어떤 경력도 쓸모없는 경험이란 없다.
결국은 그 일을 대하는 한 개인의 태도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정철상 지음, 라이온북스 >
투 구 꽃 ; 관상용으로 심고, 유독식물로서 뿌리에 강한 독이 있는데, 약재로 쓰며 초오(草烏)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중국 동북부, 러시아 등에 분포하며 깊은 산골짜기에서 자란다.
'독서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칭찬과 비판에 대한 오해와 편견 (0) | 2011.10.11 |
---|---|
생각은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0) | 2011.10.11 |
근본적인 개혁! (0) | 2011.10.07 |
거침없이 나아가기 (0) | 2011.10.07 |
오늘날의 채무 (0) | 2011.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