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 아버지는 10여 년 동안 직업군인으로 근무했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지만 뜻하지 않게 불명예로 제대하면서 인생이 뒤바뀌었다. 억울하다고 통곡만 하다가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하는 일마다 실패했다. 결국 만석꾼 집안의 재산을 단 한 푼도 남김없이 모조리 날리고 말았다.
내가 여섯 살 무렵, 우리 집은 서울 살림을 정리하고 부산으로 내려왔다. 어머니 외가 친척의 도움을 얻어 4천 평 정도의 밭에서 농사를 지으며 입에 풀칠할 수 있게 되었다. 수십여 명의 소작농을 부리던 아버지가 소작농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집 한 채도 없이.
살 집을 마련하기 어려웠던 부모님은 폐차된 고철 버스를 구입했다. 우리 가족은 이런 곳에서 10년 넘게 살았다. 가난보다 더 싫었던 것은 비오는 날이었다. 장마철이 되면 밤새 내린 빗물로 버스 지붕에서 빗물이 샐 뿐 아니라 물이 가득 고여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날은 온 집안 식구들이 자다가 일어나서 밤새도록 바가지를 들고 빗물을 퍼내야만 했다. 학교로 다니던 길은 비만 오면 진흙탕이 되었다. 집을 나서자마자 신발은 진흙투성이가 되어버리곤 했다. 친구들이 볼까 봐 부끄러웠다. 학교에 도착할 즈음이면 어느새 진흙이 굳어 있었고, 그러면 나 혼자만 잔뜩 흙을 묻혀서 교실을 더럽히는 것 같아 민망했다. 그래서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책상 아래에 다리를 오므리고 있었던 기억도 있다.
중학교 3학년이 되던 해에 부모님이 농사를 짓던 4천여 평의 땅이 팔렸다. 바로 옆에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처음에 사뒀을 때보다 땅값이 20, 30배가량이나 올랐다. 하지만 부모님 땅이 아니었기에 우리 가족은 10여 년간 그곳에서 살았지만 제대로 보상을 못 받았다. 돈 몇 푼 받고 쫓겨나다시피 그 땅을 벗어나야만 했다.
우리 가족은 몇 푼 안 되는 돈으로 부산 동래 복천동이라는 곳으로 이사했다. 당시는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던 산동네의 못살던 지역이었다. 물론 지금이야 많이 바뀌었지만, 부모님은 그곳에 조그만 사글세 집을 하나 얻어 만화방을 차렸다. 버스 집보다 더 작은 단칸방이었다. 아버지는 형편이 어려웠음에도 내가 농사일에 손 하나 까닥하지 못하게 했다. 나중에 여러 가지 장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로 인해서 내가 삶에 대한 절박함을 빨리 깨닫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는 아버지가 가졌던 마지막 자존심이자 사랑의 표현이기도 했다. 자식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으셨던….
어린 시절의 내 가난은 누구에게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과거였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에게라도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추억이 되었다.
단순한 추억을 뛰어넘어 내 삶의 밑천이 되었다.
혹시라도 가난이 당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가난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라! 내게는 그 가난이 성공의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정철상 지음, 라이온북스 >
▣ 저자 정철상
어린 시절 버려진 버스에서 살 만큼 가난했다. 학교 성적은 바닥권이었다. 끼니 챙기기도 어려운 생활에 대학 입학은 꿈도 못 꿨다. 스무 살 때 봉제 직공이 되었다가 부모님 고집으로 겨우 야간대학교에 진학했다. 제대 후 취업을 위해 공부에 매달렸으나 300여 곳에 지원했다가 모조리 탈락했다. 겨우 입사한 첫 직장에서도 2년 만에 해고당했다. 이후 무역, 엔지니어링, 해외영업, 기술영업, 인터넷 등 30여 가지 직업을 거치면서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국내 1위의 커리어코치가 되었다. 현 인재개발 연구소 대표이자 나사렛대학교 진로개발 겸임교수, 커리어코치협회 부회장으로서 전국 대학, 기업, 기관 등 연평균 200여 회 강연 활동을 하며 다양한 학생들과 직장인들, 기업 임원들을 만나가고 있다. 《혁신리더》, 《한경리크루트》 등의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게재하고 있으며,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가슴 뛰는 비전』 등 다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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