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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호르몬은 왜 생기는가?

[중산] 2011. 12. 2. 14:04

 

원인과 결과로 구성된 세계

 

모든 만물이 존재하는 데는 원인이 있다. 이는 모든 과학자가 따르는 절대적 신조이다. 전쟁은 정치, 경제, 종교, 민족적 원인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이 밖에도 보이지 않지만 또 다른 분명한 원인이 있다. 바로 공격적인 성질과 선천적인 공격성, 정복욕이다. 이러한 욕망은 때로는 매우 강하게 표출되고, 때로는 보이지 않게 숨겨져 있기도 하다. 싸움을 좋아하는 것은 생존 본능이자 유전적인 것이다. 나는 인류가 저질러온 모든 침략전쟁의 배후에는 분명한 원인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심리학자 찰스 쿨리는 앵글로색슨족의 유구한 역사에는 민족 고유의 호전성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이 피비린내를 좋아한다는 그의 견해는 세계의 다른 민족인 게르만족, 일본 민족, 중세 몽골족에도 똑같이 해당한다.

 

인간이 일으키는 전쟁은 몇 가지 독립변수가 작용해서 발전한다. 즉 경제, 정치, 종교, 정복욕, 권력욕, 공격성을 포함하는 생물학적 힘, 복수심, 원한 같은 심리적 요소 등 다양한 독립변수들의 영향을 받는다. 남성 호르몬은 이들 독립변수 중의 하나이지만 매우 중요한 변수이다. 이 책은 행동주의적 관점에서 인류가 전쟁을 일으키는 원인과 본질을 관찰할 것이다. 목적적 행동주의자는 인간 행동을 분석하기 위해 물리학적 연구 방법을 사용한다. 행동주의 철학은 결정론이고, 목적적 행동주의자는 곧 철학적 결정론자이다. 결정론자는 인과율에 쉽게 미혹되고 인과율에 빠진 사람은 체내에 남성 호르몬이 넘친다. 생물학적 에너지를 가진 남성 호르몬이 넘치는 사람은 성적 매력이 있는 여성에게 쉽게 빠져든다. 이 두 가지 행동은 공통의 생물학적 요소를 기초로 하기 때문이다.

 

남성 호르몬은 왜 생기는가

현대 과학은 남성 호르몬이 수컷의 근육을 발달시키고, 용맹하며 공격적인 기질을 나타내게 하는 생물학적 물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논리 사슬을 따라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전쟁의 기원 → 남성 호르몬의 기원 → 성의 기원 태초에 하느님은 남성을 창조하면서 남성 호르몬에 자손을 번식시킬 수 있는 능력을 주었고, 훗날 지구상의 인류 폭발을 걱정하여 남성 호르몬에 또 다른 능력인 파괴성을 주입했다. 하느님은 인간들이 남성 호르몬의 두 번째 성질로 서로 죽고 죽이는 과정을 통해 그들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자신의 절대적인 통치력을 유지하고자 했다.

 

현대 생물학은 남성 호르몬이 성적 충동과 생식 기능을 관장하며 공격성과 파괴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긍정한다. 이는 보편적인 자연철학의 원리이자 이 책의 주제에 접근하는 원칙으로 동물 세계에서도 흔히 관찰된다. 예를 들어 거세된 수탉은 공격성을 보이지 않지만 남성 호르몬을 주사하면 바로 공격적인 본능이 되살아난다. 일반적으로 신체에 특수한 무기를 하나씩 가지는 동물의 수컷들은 모두 호전적인 성질을 보인다. 이는 본능적인 행동이다. 그 심층적인 생물학적 원인은 바로 남성 호르몬이다. 발톱, 이빨, 뿔은 모두 수컷 동물의 공격 무기이다. 이러한 무기들은 세 가지 용도가 있다.

 

첫째는 동종의 수컷을 공격하는 무기이고 둘째는 성적 기능을 위한 도구이며, 마지막으로 다른 종의 공격에 저항하는 무기이다. 동물들은 종종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결투를 벌인다. 이는 과거 행해졌던 서양의 결투를 연상시킨다. 동물 세계에서 암수 간의 짝짓기 과정에서도 항상 수컷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남성 호르몬은 오로지 공격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물의 행동에서 우리는 남성 호르몬의 행동구조가 암컷 쟁취와 종족 싸움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종족 싸움과 암컷을 쟁취하는 싸움 사이에는 모종의 상관성이 존재한다. 남성 호르몬은 종종 이 두 가지 행동으로 표출되며 다음 세대로 유전된다. 이러한 행동 구조의 생리 유전학이 이 책의 뿌리이다.

 

나는 새로운 뇌정위주의자다

인간의 뇌는 수억년 동안 생물이 진화한 산물이며, 천지에서 가장 복잡한 시스템이다. 현대 뇌 과학에서는 인간의 뇌가 삼중, 즉 세 층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오랜 기간 생물이 진화해 온 역사 파일이 이 삼중 구조에 직접적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인간의 뇌는 양파처럼 가장 안쪽에 파충류 뇌가 있고, 중간층에는 포유류 뇌가, 가장 바깥쪽에는 대뇌신피층이라 불리는 인류 뇌가 있다. 인류의 진화 단계에서 파충류 뇌의 잔여물이 가장 원시적, 공격적이며 비이성적이고 파괴적이다. 전쟁을 일삼는 자, 범죄자, 테러리스트 등에서 주로 나타나는 성향이다. 여기서 진화한 포유류 뇌는 비이성적인 공격성과 잔인함이 크게 약화되었지만 여전히 동물 뇌에 속한다. 여기서 다시 진화하여 1만 년의 시간이 흘러 마침내 가장 바깥에 있는 인류 뇌가 형성되었다. 이는 인류의 이성, 정의, 도덕과 양심을 대표한다.

 

<한 사람의 사회적 행위 = 인류 뇌/파충류 뇌 잔여물> 이 공식은 분모가 클 때 인간의 행위가 반사회적, 범죄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모든 인간의 행위는 이 같은 뇌 과학 공식의 지배를 받는다. 인간의 내면에는 분모와 분자가 있어서 매번 이 두 힘이 서로 대항하고 힘을 겨룬다. 연구에 따르면 수렵과 식물 채집을 하며 살았던 원시시대에는 전쟁이 드물게 발생했다. 문명이 진화하면서 그에 따라 인간의 뇌와 언어 부호 체계, 두 손의 쓰임도 발전했고, 전쟁은 빈번해지고 잔인해졌다. 역사상 전쟁이 많았던 시기는 1900~1940년인데 모두 892건의 전쟁 횟수를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과학기술 문명이 유례없이 발전을 거듭했으니 극단적인 비대칭이 더욱 놀랍다.

 

인류 뇌의 3중 구조(파충류 뇌, 포유류 뇌, 인류 뇌)는 프로이트가 주창한 3개의 자아(원초아, 자아, 초아)와 각각 대응한다. 인류의 뇌가 진화해 온 방식은 혁명이 아닌 진화와 수정이요, 과거의 것을 뒤엎고 새로운 것을 세우는 것이 아닌 신구가 병존하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씨가 꺼지지 않는 것이다. 이치대로면 인류가 문명사회에 접어들면서 이성이 발달했으므로 맹목적인 자연 충동은 사라져야 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전쟁은 여전히 빈번하게 일어났고 인류 문명은 잔혹한 전쟁사의 비극을 맞았다. 이성, 양심, 도덕을 주된 기능과 특징으로 하는 인류 뇌는 새로운 진화의 산물이다. 일반적으로 그 구조는 악어 뇌의 원시적 야성의 공격적 충동을 억제할 만큼 강하지 못하다.

 

전위파 문학평론가 슈완저는 20세기 문학과 남자(대장부)의 기개에 관한 저서 『펜과 남자 생식기 Pen and Penis』를 썼다. 그는 두 가지 P를 언급했는데, 나는 거기에 반드시 P 하나를 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 공식을 보자. <Pistol(권총) ← Penis(남성 생식기) → Pen(펜)> 이는 남성 호르몬의 에너지 배출구와 관련된 문제이며 21세기 세계 평화 또는 전쟁과 연관된다. 만약 히틀러가 18세 때 미술 학원에 등록해 붓을 잡았더라면, 20세기 인류 역사는 다시 쓰일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히틀러는 Pen이 아닌 Pistol을 잡았다. 이 두 P는 힘의 반대되는 두 방향을 나타낸다. Pen은 세계를 건설하는 힘이요, Pistol은 세계를 파괴하는 방향이다. 여성은 Penis가 없으므로 일반적으로 Penis의 방향 문제가 존재하지 않고, 싸움은 늘 남자의 일이었다.

 

 

남성의 뇌와 여성의 뇌는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행위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인간의 대뇌는 좌뇌와 우뇌로 이루어지고, 뇌교가 좌뇌와 우뇌를 연결한다. 뇌교의 후위에 팽창하는 부분을 팽창체라 하는데 바로 이 부위에서 남녀 간의 차이가 나타난다. 해부학적으로 여성 뇌의 팽창체는 구형이고, 남성은 막대기형이다. 구형의 면적은 막대기형보다 훨씬 넓어서 여성의 유연성이 좋고 반응도 빠르다. 이는 뇌교가 발달하여 좌뇌와 우뇌 간의 소통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반면 남자의 뇌는 단편화되어 좌뇌와 우뇌 중 한쪽만 특히 발달하게 된다.

 

남자의 뇌 중에서 좌뇌의 단편성 강화는 인류 역사에 전쟁을 일으키는 생물학적 근원이 된다. 원시시대에 전쟁이 일어난 주요 원인은 맹목적인 본능의 충동을 억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고, 문명 시대에 인류가 충돌한 것은 이데올로기와 관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남성의 좌뇌화는 인류의 뇌가 불완전하다는 상징이며, 그로 인한 관념의 강화와 경화는 인류가 불필요한 충돌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인간의 뇌가 단편화 되지 않고 좌뇌와 우뇌 간에 교류가 더욱 유연해진다면 지구라는 행성에는 그렇게 많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고집만 부리지 않고 자뇌의 전쟁을 줄이면 세상은 태평성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전쟁 호르몬”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자오신산 지음, 역자 김정자님, 시그마북스>

 

저자 자오신산

장시(江西) 난창(南昌) 출신으로 1961년 베이징 대학을 졸업했다. 교수, 작가, 상하이 세계 엑스포 고문으로 활동했으며, 2004년 베를린 율리시스 르포문학상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과학과 예술, 철학 등에 이르는 저서 56권을 출판했으며, 중국 고대 선인들이 제창한 사문(四文)문인이 되기 위해 힘썼다. 사문(四文)은 천문(天文), 지문(地文), 인문(人文), 신문(神文)을 뜻한다. 필자는 사문에 미치지 못했지만 노력하면 문(文)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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