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새로운 정의
감정적 행동은 효율적인 협상의 걸림돌이자 뛰어난 협상의 적이다. 감정적으로 변한 사람들은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또한 목표 의식을 잃어버리고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반면 공감은 상대방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 인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므로 협상에 도움이 된다. 결론적으로 나에게 집중하는 감정은 협상에 방해가 되며, 상대에게 집중하는 공감은 협상에 도움이 된다. 감정에 휘둘리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협상 도중 감정이 격해지면 휴식을 취하면서 평정심을 되찾아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상대방이 무례하거나 불공정한 태도를 보여도 쉽게 흥분하지 않게 된다. ‘복수는 냉정할 때 해야 제 맛.’ 감정에 휘말릴 때는 이 말을 기억하라. 상대가 감정적으로 변하는 순간, 대개는 진정하라고 말할수록 상대방은 더욱 흥분하게 마련이다. 진정하라는 말은 자칫 상대가 부당하게 화를 내고 있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일단은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고 흥분하는 이유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라. 이때 논리나 이성을 내세우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와튼스쿨에 다니던 한 학생은 필라델피아의 뒷골목에서 강도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총을 든 강도에게 지갑을 건네며 침착하게 말했다. “총을 쏘면 큰 소리가 날 텐데요. 어떻게 하실 건지…….” 강도는 그에게 운전면허증과 학생증을 돌려주었다. 어차피 그에게 쓸모 없는 것들이었다. 학생은 그에게 고맙다는 말까지 했다. “관공서에서 이런 걸로 사람을 얼마나 피곤하게 하는지 아시죠? 감사합니다.” 공공의 적을 내세워 조금이라도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려고 한 말이었다. 학생의 의도가 제대로 통했는지 강도는 조용히 사라졌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들의 비밀
마크 소렐은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금융공사에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그가 국제금융공사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적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와튼스쿨에서 2년 동안 투자 시장에 대해 배운 내용을 정리하여 담당자에게 보냈다. 그리고 이미 결정을 내린 것을 알지만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를 동봉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시험을 치를 수도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한다면 마크처럼 끈기 있게 기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몇 달 후 합격자 한 명에게 문제가 생기자, 국제금융공사는 마크에게 시험을 치를 기회를 주었다. 결국 마크는 원하던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마크는 언젠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협상론 강의를 통해 협상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그리고 착실하게 준비 절차를 밟은 덕분에, 그 누구의 감정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직장에서 원하는 것을 얻는 또 다른 전략은 상대방이 인식하는 위험을 줄여주는 것이다. 하니웰Honeywell에서 일하는 란지트 보펄은 미 공군의 에너지 담당자를 설득해야 했다. 그는 하니웰이 애리조나 루크 공군기지를 위해 제안한 1400만 달러 규모의 태양열 에너지 프로젝트를 거부했다. 이전에 에너지 서비스 기업과 함께 추진했던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 이유에 대해 저 역시 충분히 공감하는 바입니다.” 란지트는 에너지 담당자의 인식을 정당화함으로써 대화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물꼬를 텄다. 그 다음 충분한 증거와 증언을 바탕으로 이번 프로젝트는 과거 프로젝트와 확실히 다르다는 점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점진적인 접근법을 활용하여 일단 1차적으로 20만 달러 규모의 재생 에너지 사업을 진행해 보자고 제안했다. 결국 1차 산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전체 프로젝트를 승인받을 수 있었다. 란지트의 경우, 신중한 준비와 다양한 협상 도구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통해 프로젝트를 완수해냈다. 이처럼 상대방이 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기만 해도 설득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가격 흥정의 비밀
경영대학원에 다니던 한 여학생이 구두를 사러 블루밍데일 백화점에 갔다. 그녀는 매장에서 비슷한 디자인과 색깔의 구두 두 켤레를 보고 가격을 확인했다. 한 켤레는 130달러, 다른 한 켤레는 250달러였는데 당연히 비싼 구두가 품질이 더 좋아보였다. 여학생은 이 사실을 확인한 후 매장 직원에게 물었다. “사람들이 가격이 덜 비싼 구두를 살 것 같네요. 비싼 구두는 잘 안 팔리죠?” “사실 그렇습니다. 고객님.” “혹시 그렇게 되면 비싼 구두는 곧 단종되나요?” 여학생이 이렇게 물은 이유는, 구매력이 없는 구두가 쓸데없이 쇼윈도만 오래 차지하고 있으니 매장 입장에서도 처리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해서다. 질문의 의도를 알아차린 매장 직원은 딱 잘라 말했다. “저희는 할인 판매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고객님.” 여학생은 ‘거의’라는 말을 듣고 과거에 할인 판매를 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사실 저 구두를 사고 싶기는 한데 조금 비싸요. 혹시 제가 매장 측에서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처리할 수 있을까요?” ‘처리’라는 표현은 그녀가 매장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뜻으로 보내는 신호였다. 그녀는 백화점 매장의 마진이 대개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 구두를 150달러 정도에 살 수 있는지 물었다. 몇 분 후 그녀는 160달러에 그 구두를 사서 유유히 백화점을 나왔다.
내가 첫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내주는 과제는 매장에서 무조건 할인 혜택을 받으라는 것이다. 피자든, 티파니 목걸이든 무엇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뭔가를 시도해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 과제를 수행하면서 아무리 호화로운 가게라도 적절한 접근법을 쓰면 얼마든지 협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최소한의 사전 준비와 협상을 시도하려는 용기만 있으면 된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역자 김태훈님,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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