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정신은 자신이 생각하고 말하는 모든 것을 듣고 흡수한다는 걸 일찌감치 알아냈다. 이는 인지행동치료의 창시자 중 하나인 아론 벡이 알아낸 중요한 사실 가운데 중 하나였다. 벡은 “우울증 같은 정서장애는 많은 부분 ‘자신과의 대화’에, 다시 말해 하루 종일 스스로와 나누는 독백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독백은 대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자신과 나누는 무의식적인대화는 감정과 현실을 경험하는 방법에 직접영향을 끼친다. 철학치료에서는 일기 쓰기나 소크라테스식 대화 같은 기법을 이용해 자신과 무의식적으로 나누는 대화를 의식하게 한다. 그러고 나면, 철학적으로 깨달은 점이 마음에 스며들어 무의식적으로 나누는 대화의 일부가 될 때까지 되풀이해야 한다.
모든 위대한 종교에는 암기하고 되풀이하는 기법들이 존재한다. 예컨대 동양의 종교와 철학에서는 만트라(mantra)를 이용하는데, 이는 짧은 구절을 되풀이해 외우거나 노래를 불러서 무아지경의 상태에 이르게하는 방법이다. 만트라를 되풀이하면 종교나 철학원칙이 마음속에서 각인되고 소리와 진동을 통해 특정한 에너지가 생성된다. 대단히 피타고라스적인 개념이다.
이슬람에서는 알라신을 반복해서 말하거나 노래해서 영혼을 변화시키려 한다. 유대교와 기독교에서도 짧고 쉽게 기억할 수 있는 구절들을 이용한다. <잠언>의 지은이는 독자들에게 가르침이 마음에 새겨지고 몸에 흡수되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귀 기울여 듣고 기억하라고 반복해서 말한다.
사회불안장애를 이겨내고 인지행동치료를 받던 시절, 치료과정의 일부로 아침마다 다양한 유인물을 소리 내어 스스로에게 읽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무의식적인 ‘자신과의 대화’의 일부가 되도록 저녁마다 유인물을 읽었고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오디오파일로 들었다. 또한 고대철학자들처럼 작은 수첩도 들고 다녔다.
철학은 깊이 생각하고 회의적으로 질문하는 능력을 발전시켜 관습적인 생각을 뛰어넘어 사고하게 만들고자 생겨난 것이 맞다. 그러나 철학이 정말로 정신을 변화시키고 감정적 습관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려면, 정신의 비합리적이고 무의식적인 부분과도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이다. 철학은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무의식적인 습관 속으로 흡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머리 속 전전두엽은 아주 현명하고 철학적이 될지라도 성격의 나머지 95퍼센트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구제불능일 것이다.
우리는 이미 세뇌당하며 살아왔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 친구, 동료, 광고, 매체의 메시지에 빠져 살아 온 것이다. 그 모든 메시지는 우리의 신경계에 특정한 가치와 믿음, 생각하고 느끼는 습관을 심어주었다. 운 좋게 지혜롭고 깨어 있는 원칙들만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사람들이 철학을 실천하는 이유는 자신이 지녀온 믿음이 그다지 현명하지 않고, 잘 살아가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 받아들인 철학에 진정으로 몰두하고, 그것을 정신에 각인시키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 철학은 피상적인 것에 머물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스스로에게 말했듯, “너의 정신은 네가 습관적으로 하는 생각을 닮게 될 것이다. 영혼은 그 사람이 지닌 생각의 색으로 물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영혼을 '지혜로운'생각들 속에 담그도록 하라”.<“철학을 권하다”에서 극히 일부요약 발췌, 줄스 에반스 지음, 서영조 옮김, 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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