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할 수 없는 것을 놓고 자책하지 않기
에픽테토스의 기법은 어린시절과 사춘기에 특히 유용하다. 그 시기가 자신이 처한 상황과 다른 사람들, 특히 부모에게 휘둘리기가 무척 쉽기 때문이다. “애나는 지나치게 주의가 산만한 아이였어요. 한군데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했어요. IQ를 측정해 보니 저능아에 속했어요. ‘아이의 부모는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고 삶을 무너뜨리며 사는 사람들이었죠. 20대 중반인 아이 엄마는 마약을 했고, 마약을 사느라 돈이 많이 필요했어요. 마약 밀매업자들과 싸우는 경우도 적지 않았죠. 식료품 가게에서 마약 밀매업자가 아이 엄마를 공격했는데, 애나는 엄마가 몸을 피하면서 다른 사람이 칼에 찔려 숨지는 사건을 목격한 적도 있었어요.”
50대인 애나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로, 성폭력을 일삼았다. 애나가 만 세 살이었을 때, 애나의 아버지는 포르노물을 촬영하는 스튜디오로 애나를 데려가 다른 남자 서너 명과 함께 성폭행했고, 그 장면을 비디오로 촬영했다. 그 기억은 마치 슬로모션처럼 그녀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것이 그 아이가 그렇게 정신없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요? 되고 말고요. 부모가 그 아이에게 그런 끔찍한 경험을 하게 했으니까요.”
인지행동치료는 짧은 기간에 상당한 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애나와 같이 극단적인 경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뒤로 2년에 걸쳐서 인지행동치료가인 윌리엄 너스는 애나에게 자신의 기분이 어디서 오는지, 사람들이 자신의 변덕스런 행동에 왜 그처럼 반응하는지 가르치면서 회복탄력성을 갖추기 위한 틀을 잡아주려고 애썼다. 그는 애나가 자기효능감, 즉 자신의 기분과 환경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말한다.“애나는 학대받은 끔찍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이에게 이렇게 물었어요. ‘바다에서 해변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멈추게 할 수 있어? ’아뇨 아무도 파도는 멈출 수 없어요.‘ ’소풍을 갔는데 비가 와. 그 비를 멈출 수 있겠어?‘ ’아뇨 아무도 멈추게 할 수 없어요.‘그런데 왜 자꾸 바보 같은 질문을 하시는 거에요?’ ‘그래. 넌 학교에 갈 때 뭘 입을지 결정할 수 있어?’ ‘네 가끔은요’ ‘어떤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볼지 결정할 수 있어?’ ‘네 보통은요’ ‘무슨 생각을 할지는?’ ‘네 보통은요.’
그렇게 아이에게 통제할 수 있는 일과 통제할 수 없는 게 있다는데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다음에 아이에게 물었죠. 스튜디오에서 아버지와 다른 남자들과 있었던 일은 밀려오는 파도와 같은 것인지, 아니면 어떤 생각을 할지 선택하는 일과 같은 일인지. 5분 정도 침묵이 흐른뒤 아이가 대답하더군요. ‘파도와 같아요.’라고.“
너스는 통제할 수 있는 일과 통제할 수 없는 일의 차이를 이해한 것이 애나의 정신적 외상을 극복하고 건강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애나는 더 이상 자신을 나쁜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당시 자신은 성인 남자를 통제 할 수 없는 겨우 세 살짜리 아이였다는 사실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애나는 아버지가 했던 나쁜 행동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는 애나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 애나는 술이나 마약에 빠져들지 않았다. 학교성적이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고 IQ를 다시 측정하자 높은 수치인 128이 나왔다. “치료가 아이의 IQ를 높여준 게 아니에요. 아이의 역량을 발휘하는 것을 막고 있던 장애물들을 치워준 거죠. 아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다음 대학에 진학했어요. 최근에는 결혼도 했고요.” 그리고 이렇게 결론을 맺는다. ‘애나의 사례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부모 밑에서 끔찌한 일을 겪었더라도, 여전히 에픽테토스가 가르쳤던 합리적인 대처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처음에 애나는 아버지의 행동에 대해 자신을 탓하고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상황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아이는 당시에 그 산황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전혀 없었다. 그것은 아이늬 잘못이 아니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난 뒤, 그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그 일로부터 어떻게 벗어날지는 아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었다. 너스의 말대로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은 우리의 잘못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우리의 책임“이다.
다른 사람을 변명의 구실로 삼지 않기
끔찍한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뛰어난 회복탄력성을 보여준 또 다른 인물은 브랫 휘트-심스다. 스토아철학을 실천하는 브랫은 현재 서른 여섯 살인데 오하이오 주에 살고 있으며 늘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어린시절, 브랫의 어머니는 마약에 중독되었다. 그로 인해 어머니는 자신의 미용실을 잃었고, 그 다음에는 집을, 차를 잃었고, 그 뒤 거의 모든 것을 잃었다. “나의 십대 시절은 지옥과 같았어요. 아무 데서나 먹고 잤어요. 거실에서 자다가 한밤중에 마약을 거래하는 소리에 잠을 깨기도 했죠. 거래가 잘못돼서 소동이 벌어질 때에 대비해 권총도 갖고 있었어요. 조직폭력배들의 총에 맞은 적도 있고, 어머니나 아버지가 처음 보는 사람과 침실에 함께 있는 걸 발견한 적도 있고, 집이 화염 폭탄을 맞은 적도 있어요. 나는 투명인간 같았죠. 우리 집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지만요. 부모님이 집세를 내지 못할 때는 내가 식료품점에서 하루 열 시간씩 일하면서 집세를 마련했고, 부모님이 요구할 때는 보디가드 역할도 했어요.”
“나는 세상에 대해 성이 나 있었어요. 잘못된 판단을 자꾸 내렸고, 몸싸움도 자주 했고, 걸핏하면 경찰과 문제를 일으켰죠. 한 번은 폭행혐의로, 한번은 공원에서 총알이 장전된 엽총을 갖고 있다가 걸려서 감옥에 갔어요. 참 생각 없이 살았지만, 그래도 내 앞날이 장차 어떻게 될지 정도는 알았어요. 스물한 살쯤 되면 이미 죽었거나 감옥에 가 있을 거라는 걸 알았죠.”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열 여덟 살이던 브랫은 짐을 싸서 집을 나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그리고 그는 한 기독교 전도사 가정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그는 난생처음 안정되고 애정이 넘치는 가족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 가족의 신앙을 받아들였고, 전도사 훈련을 받기위해 신학교까지 갔다. 그러나 그는 기독교 신앙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방황을 하고 잠깐 동안 발칸 반도에서 선교사로 활동한 뒤, 20대 초반에 유럽을 여행했다. 그리고 그때 우연히 마르쿠스 아우랠리우스의<명상록>을 만났다. “스토아학파의 깊은 철학원리를 알지 못했지만, 이 문장이 마음에 들었어요.‘세상사에 대해 짜증내지 마라. 세상사 짜증 내 봐야 소용없다.("Vex not thy sprit at the course of things, they need not thy vexation.") 그 문장은 외부의 것들은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나를 통제할 수 없으며,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어요.”
그는 결국 오클라호마대학교를 졸업했고, 어머니를 대학 졸업식에 초대했다. 그때 양아버지는 마약 과다복용으로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지금 브랫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고, 한 외식업체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
그는 자신의 끔찍한 어린 시절을 변명삼아 삶이 망가지게 놔 둘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삶이 자신에게 저지른 모든 불운에 대해 불평하면서 피해의식을 키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우리 삶에는 우리가 어쩔 할 수는 것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의 과거가
그렇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 그렇다. 다른 사람의 문제 때문에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건 의미 없는 일이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구실로 자신의 생각, 행동, 삶에서 행한 중요한 선택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브랫은 자신이 부모와는 다른 선택을 함이 있다는 걸 깨달았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는 지금도 일상생활에서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다.“내가 하는 일은 높은 성과를 올려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내가 통제 할 수 있는 일과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뭔지를 구분할 줄 알아요. 뭔가 잘 안 돼갈 때는 그 상황에 과잉반응하지 않으려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요.”
나는‘철인’이 아니에요. 나는 여전히 세상사에 감정적으로 강하게 반응해요. 그건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겠죠. 하지만 스토아철학 덕분에 외부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상당히 향상된 건 확실해요.“”모든 게 내 잘못“, ”모든 게 남들 잘못“이라는 말은 쉽게 해서는 안 된다. 그건 모두 지나치게 단순한 반응이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철학을 말하다‘에서 극히 일부 요약발췌, 줄스 에반스 지음, 서영조 옮김, 더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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