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자신의 주인이 되기까지!

[중산] 2012. 11. 14. 08:32

 

현실을 발견하고  자신의 주인이 되기까지!

 

현실을 찾아낸다는 것이 무미건조한 학문적 추구를 말하는 건 아니다. 플라톤에게 현실 발견이란 한 사람의 인격 전체가 떠나야 하는 여행이다.

 

플라톤은 인간의 심리를 정교하게 설명했는데, 이는 많은 현대 심리학 이론의 기초가 되었다. 그는 우선 인간은 하나가 아니라 몇 개의 자아를 갖고 있다고 했다. 정신은 서로 다른 경쟁적 시스템들로 이루어져 있고, 각 시스템에는 고유의 안건이 있다는 것이다. 합리적이고 사색적인 시스템, 감정과 관련된 시스템, 육체적 욕구를 관장하는 기본 시스템이 그것이다.

 

1960년대 신경과학자 맥린이 제안한 삼위일체 뇌구조와 비교해 볼 만하다. 맥린은 인간이 파충류처럼 본능을 따르는 시스템(R복합체), 포유루처럼 감정을 따르는 시스템(변연계), 그리고 고차원적 추론을 하는 신포유류적 시스템(신피질)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플라톤은 우리가 잠들어 있을 때 불법적인 욕망(부모와 동침하는 욕망 같은)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무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최초로 주장한 서양 사상가였다. 플라톤의 표현에 따르면, 인격은 내전중인 사회, 또는 선장은 없고 모든 선원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가자고 외치는 배와 같다.

 

이렇게 인간정신을 서로 경쟁하는 충동과 시스템들이 모여 있는 것으로 보는 견해는 오늘날 신경과학계에서는 일반적인 견해다. 실제로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은 <인코그니토>라는 책에서 우리의 자아는 여러 정당이 주도권을 차지하려고 경쟁하는 의회 같다고 말했다.

우리 정신에서 합리적 시스템, 즉 ‘신포유류적‘ 시스템을 단련하여 다른 시스템들보다 우위에 두면, 좀 더 합리적이고 지적이며 장기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주 단순한 예를 들면, 담배를 피우고 싶거나 디저트를 조금 더 먹고 싶은 충동을 억누를 수 있다는 것이다. 스토아학파와 마찬가지로 플라톤은 의식적인 이성을 이용해서 충동을 억누르는 연습을 할 때마다 이성의 지배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생 그런 연습을 하면 우리 정신 속에서 경쟁하는 시스템들은 점차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마치 여러 음이 모여서 화음을 이루는 것처럼(이 아이디어는 피타고라스에게서 가져왔다.), 그러면 마치 꼭두가시처럼 서로 경쟁하는 충동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대신 우리는 “자신의 주인‘이 된다.

 

서로 다른 자아들이 혼란스럽게 모여 있는 존재가 아니라 통합된 하나의 자아가 되고, 전인(全人)이 된다. 전인이 되려면 샤먼이 되기 위한 훈련 비슷한 것이 필요하다. 신체적 충동의 힘을 완화하고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이 훈련은 정신적이기만 한 게 아니라 신체적이기도 하다. 플라톤은 신체란 제멋대로 구는 말처럼 길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신체적 욕망은 이성을 흐리게 하고 진리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는다. 신체를 훈육하고 이성에서 신체의 영향력을 제거할 때만 정신이 방해받지 않고 신에게 나아갈 수 있다. 샤먼이 이 세상에서의 삶을 끝내고 영적 영역으로 날아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철학자의 이성은 신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진리의 순수한 왕국으로 날아오른다.

 

 

원래 극작가가 되고 싶었던 플라톤은 이렇게 영혼의 상승을 무척 아름답게 묘사해서 서양문화에 남겼다. 그는 철학자에게 날개가 자라나서 겉모습의 세계를 지나 절대자와 황홀하게 결합하기 위해 날아오른다고 말했다. 철학은 실제로 사랑에 대한 광기의 한 형태로(철학은 문자 그대로 ‘진리에 대한 사랑’이라는 뜻이다), 그 안에서 영혼은 자신의 영적고향을 기억하고 그것을 다시 보기를 갈망한다. 영혼은 상사병에 걸린 채 연인인 소피아(즉, 진리)의 얼굴을 보기 위해 지상을 헤매고 다닌다. 우리가 어떤 여자나 남자에게 빠지는 것은 상대방에게서 아름답고 신적인 어떤 것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곧 더 고귀하고 보편적인 무언가가 특정한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났을 뿐임을 깨닫는다. 그래서 철학은 점점 특정한 것에서 전체를 향해 올라가서, 마침내 절대적인 미의 얼굴을 보고 황홀경에 빠진다.

 

아니면 유명한 신화에 나오는 것처럼, 철학자는 ‘잠에서 깨어나’ 현상으로서의 세계는 환상으로 가득한 동굴임을 깨닫고, 그들이 현실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동굴 벽에 투사되는 꼭두가시 인형놀음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철학자는 그 환상으로부터 힘겹게 벗어나 동굴 바깥의 빛 속으로 나온다. 그 다음으로 철학자는 영화<매트리스>의 주인공 네오처럼 다시 동굴로 들어가 다른 인간들을 깨워서 그들이 보는 것은 쇼일 뿐임을 알려준다.

 

하지만 인간들이 깨어나고 싶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눈앞을 가린다고 철학자에게 화를 낸다면? 철학자에게 화난 목소리로 자리에 앉으라고 소리 지르거나 심지어 철학자를 비웃기 시작한다면?....!!

<“철학을 말하다‘에서 극히 일부 요약발췌, 줄스 에반스 지음, 서영조 옮김, 더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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