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개처럼 살아라!

[중산] 2012. 10. 25. 17:55

 

개처럼 살아라, 머릿속 경찰관을 죽여라

 

넝마 같은 옷을 입고 남들이 먹다 남긴 음식을 먹고 아테네 시장 한가운데서 술통 속에 살면서 자유의 철학을 몸소 실천했고, 본성을 따르는 삶이 얼마나 단순하고 행복할 수 있는지를 아테네인들에게 보여 주었다. 디오게네스는 동물적이고 독특한 행동 덕분에 그는 “디오게네스 키니코스‘, 즉 ’개 같은 디오게네스(犬儒학파,B.C 400?-323)’라는 별명을 얻었다.

 

견유학파의 영어표현인 cynic은 키니코스에서 유래된 것으로 원래 cynic은 문명의 잘못된 가치를 버리고 가난하고 금욕적이며 도덕적으로 자유로운, 본성을 따르는 삶을 사는 사람을 뜻했다. 디오게네스는 이렇게 말했다. 도시에서 살아가기를 바란다면, 성공하고 싶다면, 자기 행동이 수많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야 한다.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하고, 도시인으로서 예절을 갖춰야 한다.(...) 문명은 우리의 타고난 수치심과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 덕에 존재한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내면화하고, 이렇게 생겨난 내면의 관객은 우리에게 전능한 존재가 된다. 犬儒주의자로 살려면, 남들이 비웃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에 둔감해져야 한다.

 

우리는 남들이 우리를 어떻게 여길지 지나치게 걱정하고, 남들이 인정하지 않을까 봐 너무 두려워한다. 그 결과 불안해지고 불행해지며 진짜가 아닌 삶 속에 갇힌다. 따라서 자연스런 행동을 숨기지 말고 남들이 비웃거나 조롱하더라도 신경 쓰지 않도록 단련함으로써 독립적인 개체로 서야 한다.

 

남의 눈길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

 

위대한 자본주의 철학자 애덤 스미스(1723-1790)는 저서<도덕 감정론>에서 대다수 사람들은 남들 눈에 거지나 부랑자로 비치는 것을 “죽음보다 더 비참한”운명으로 여긴다고 썼다. 우리는 실패자로 보이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최대한 부유하고 성공한 사람처럼 보이려 애쓰느라 평생을 바친다.

 

경제학자 팀 잭슨은 “사람들은 관심도 없는 사람들에게 오래 남지도 않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없는 돈을 들여서 산다.”

 

애덤 스미스 자신도 사람들이 막상’성공하고 부자가 되고 나면, 그전보다 더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인정했다. 더 불안해지고 짜증을 잘 내고 스트레스를 더 받을 수도 있다. 자신이 환상을 좇고 있었고, 상상 속의 군중을 기쁘게 하려 했다는 걸 깨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스미스는 이런 거짓 꿈을 추구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판단한다. 인간의 신경증적인 생산과 소비가 경제성장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면서,(아니면 이런 속임수 덕분에 인류는 계속 일할 수 있으니까).”

 

 

스미스와 동시대 인물이었으며 의사이자 사상가 버나드 맨더빌은 만일 모든 인간이 디오게네스처럼 금욕적으로 산다면 자본주의 경제는 붕괴될 거라고 지적했다. 자본주의는 우리인간들이 허영심이 있고 착각하고 불안정해야 지탱된다.

 

디오게네스는 그런 극심한 생존경쟁 속으로 들어가기를 거부했다. 그 대신 가난한 삶을 끌어안고, 과시하기까지 했다. 그런 삶이 끔찍하게 보이는 건 우리의 믿음 탓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방랑자의 삶이 문명인의 삶보다 더 행복하고, 덜 복잡하고, 덜 불안하다고 주장했다. 잃을 게 없으므로 두려워할 것도 없고, 더 독립적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을 할 필요도 없고 부자와 힘 있는 사람들에게 아첨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술통 속에 있는 디오게네스를 찾아와서 무엇을 해주면 좋겠느냐고 물었을 때, 디오게네스가 햇빛이나 가리지 말아달라고 대답했다.

 

견유주의적 삶은 자유롭고 솔직하다. 또한 도덕적이다. 지위를 과시하고 사치를 부리기 위해 외양을 꾸미는 일은 하지 않고 소크라테스적 삶에 깃든 내적 풍요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견유주의자들은 서양문화에서 최초의 무정부주의적 원시주의자들이었다. 그들은 최초로 문명이 바로 잡을 수 없을 만큼 병들었고, 인간이 자연상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간이 도시국가를 버리고 세계인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세계인은 강인하고 회복탄력성이 강하므로 국가의 보호를 받지 않아도 된다. 소설가 찰스 디킨스는“인내를 배운 사람들은 온 세계를 형제라고 부르는 사람이다. 견유주의적 삶으로의 전향은 갑작스럽게 일어날 수도 있다.(이를 가리켜 ‘미덕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하기도 했다.)어느날 갑자기 복잡하고 스트레스 쌓인 자신의 삶을 바라보고는’내가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 그지? 라고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

 

문명을 거부했지만 견유주의자들이 실제로 문명을 떠난 것은 아니라 일종의 길거리 연극을 했다. 즉, 문명사회의 관습을 거부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남의 눈에 띄는 엉뚱한 행동 때문에 그는 아테네에서 인기가 아주 많았고, 심지어 그를 구경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가 죽은 뒤 사람들은 그의 동상을 세웠다. 어떤 면에서 그는 그렇게 독립적이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청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고 하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 관심은 필요했을지 모른다(남들 주의를 끌고 싶어 하지 않는 스토아학파 사람이라면 이토록 눈에 띄게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들은 국가가 폐지될 경우 대안프로그램은 없었다. 사실 그들은 국가에 의해 의지해서 살았고, 국민의 보호를 받았다.<“철학을 말하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줄스 에반스 지음, 서영조 옮김, 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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