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는 밤 늦게 가끔 친구들을 대리고 불쑥 찾아오는 남편이
얄밉기도 하지만 이제 그런 일도 추억일 뿐,
우정, 술, 풍광의 추억도 생각할 겸 후적벽부 한 구절을 한번 음미 해 봅시다.
"손님이 있으면 술이 없고 술이 없으면 안주가 없도다.
달이 밝고 바람이 시원하니, 이처럼 좋은 밤에 어찌 한단 말인가?"
그러자, 따라온 손님이 말하기를 "오늘 저녁 무렵에 그물을 들어 고기를 잡았는데, 입이 크고 비늘이 가늘어 모양이 송강(宋江)의 로어(䲐魚)와 같습니다.
다만 어느 곳에서 술을 구하겠습니까?" 하였다.
내가 돌아와서 지어미 에게 상의하니,
지어미가 말하기를 "내가 한 말 술을 두어 보관한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그대의 불시(不時)의 쓰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였다.
有客無酒요 有酒無肴니 月白風淸의 如此良何하오?
客曰 今者薄暮에 擧網得魚하니 巨口細鱗이 狀如松江之로라.
顧安所得酒乎오? 歸而謀諸婦하니 婦曰 我有斗酒하야
藏之久矣요 以待子不時之需로라.
당시에는 술이 귀한지라 술 빚어 놓은 부인이 참으로 고맙게 여길 듯 하다. 다만 시대적
배경이 남편과 같이 드러 내놓고 유람을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이어지는 문구에는
객과 남편의 적벽강 뱃놀이는 아주 흥겹게 노래하였다. 후적벽부 일부의 구절을 발춰 해
잠시 아름다운 전경에 젖어 본다.
<조선 후기인 18세기에 김석신이 그린 뱃놀이 그림 뱃놀이(船遊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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