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는 수수한 옷을 입고 호위군사도 없이 자기의 질문(모든 일에 가장 적합한 때는 언제일까. 어떤 인간이 가장 중요한 사람일까. 세상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확실한 답을 얻기 위해 현명하기로 이름이 난 도사를 찾아갔다.
빼빼 여위고 몸이 약해 보이는 도사는 가래를 땅에 찔러 흙을 파 올리는 데도 매우 힘이 드는 듯 숨이 차서 헐떡이고 있었다.
“현명한 도사여, 나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하여 당신에게 답을 듣기 위해 이렇게 왔소이다.” 도사는 황제의 말을 듣고 있으면서도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손에 침을 탁 뱉더니, 또 다시 가래질을 하기 시작했다.
“힘들어 보이는 군요. 그 가래를 이리 주시오. 당신 대신 내가 좀 해드리리다....” “고맙소”하고 도사는 가래를 건네주고는 자리에 앉았다. 황제는 밭을 두 이랑이나 갈아주고 난 후 일손을 멈추고 조금 전의 질문을 되풀이해서 물었다. 그러나 도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어나더니 가래를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 자아, 이번엔 당신이 좀 쉬시오. 내가 할테니까...”그러나 황제는 가래를 돌려주지 않고 계속 일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 해는 산 너머로 지기 시작했다.
“아아, 누군가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구먼...”하고 도사가 말했다. “도대체 저게 누굴까?” 황제 옆에까지 달려오더니 그 사나이는 자신의 배를 감싸고 있었는데, 그의 손 밑에서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다만 가냘프게 신음을 할 뿐이었다.
황제는 도사와 함께 부상자를 암자로 옮겨 치료를 한 후에 상처를 싸 메고 침대위에 눕혔다. 부상자는 곧 잠들었다. 황제 역시 여행과 밭일로 아주 지쳐 있었기 때문에 마루 위에 눕자마자 곧 잠이 들었다. 황제는 짧은 여름밤을 한 숨에 자고 아침이 되어서야 겨우 눈을 떴다.
침대 위에 누워서 번들거리는 눈으로 찬찬히 자기를 응시하고 있는 그 이상한 털보 사나이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라고 말했다. ‘나는 네가 누구인지 모르니, 너를 용서할 일이 없지 않은가?“하고 황제가 말했다.
“당신께선 저를 모르시지만, 저는 당신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형제들이 사형당하고, 게다가 재산이 몰수되었기 때문에 저는 언제든 당신에게 복수하려고 벼르고 있던 당신의 원수입니다. 저는 당신께서 혼자 도사를 찾아 나섰다는 사실을 알고 돌아오는 길목을 지키다가 당신을 죽이기로 작정했었습니다. 그러나 온종일 기다려도 당신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당신이 있는 곳을 알아내기 위해서 숨어 기다리고 있던 곳에서 나왔다가 당신의 호위병에게 들켰습니다. 그들은 나를 보자 칼을 휘둘렀습니다. 그래서 그들로부터 도망을 친 것입니다. 만일 당신께서 저의 상처를 치료하여 주시지 않았더라면 저는 피를 흘리고 죽게 되고 말았을 것입니다. 저는 당신을 죽이려 했는데도 당신은 저의 목숨을 살려주셨습니다.
오늘 이후 제가 계속 살아갈 수 있고, 당신이 허락하신다면 저는 가장 충실한 신하로서 당신에게 봉사하겠으며, 또 제 자식들에게도 당신을 극진히 모시도록 일러 두겠습니다. 아무쪼록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황제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쉽사리 원수와 화해할 수 있었던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그를 용서했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 몰수했던 재산을 돌려주고 게다가 자기의 하인과 의사를 보내서 치료까지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도사는 황제에게 말했다.“ 만일 당신이 어제 내가 지쳐 있는 것을 불쌍히 생각하지 않아 밭이랑을 일궈주지 않고 그대로 돌아갔었다면, 저 힘센 부상자는 당신께 달려들었을 테니, 당신은 나와 같이 여기에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을 후회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해 볼 때 가장 적당한 시기는 당신께서 가래질을 할 때였고, 그리고 나는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고, 또 가장 중요한 일이란 것은 남에게 선행을 한다는 것, 바로 그것이었단 말입니다.“
“그리고 또 사나이가 달려왔을 때 가장 적당한 시기는 당신이 그 사람을 간호했을 때였으니, 그 이유는 만일 당신이 그 사나이의 상처를 치료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당신과 화해하지 못한 채 죽어버리고 말았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그 때 가장 중요한 인물은 저 사나이였고, 당신이 그를 위해서 하셨던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잘 기억해 둬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것은 오로지 ‘지금 이 순간’이라는 것을. 그 이유는 ‘지금’이라는 하나의 시기만이 우리 인간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물은 현재 자기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 이유는 자기가 다른 사람과 언제 만남을 가질 수 있을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또 가장 주요한 것이란 사람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입니다. 인간은 오직 이것만을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나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 줄거리 : 한 황제가 인생에서 풀지 못한 세 가지 의문의 답을 구하는 내용이다. 모든 일에 가장 적합한 때는 언제일까. 어떤 인간이 가장 중요한 사람일까. 세상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세 가지 질문을 통해 우리에게 톨스토이는 아름다운 가르침을 전해준다~!
<‘세 가지 의문‘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톨스토이 작>
첨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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