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스위치를 끄면 나의 세상에 주목할 수 있다.
명상은 우리의 내면 작용뿐 아니라 현재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좀 더 자각할 수 있도록 주의력을 길러준다. 20세기 초반의 선구적인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이런 글을 썼다. “내 경험은 내가 주의를 기울이기로 동의한 것이다. 오직 내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이 내 정신을 구성한다.”
어느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삶의 교훈을 전해주며 이렇게 말한다. “내 마음속에서는 늘 두 마리의 늑대가 싸우고 있단다. 한 마리는 복수심, 두려움, 적개심, 기만이 충만한 놈이고, 다른 한 마리는 다정하고 온정이 있고 너그럽고 정직하고 차분한 놈이지.” 손자가 어느 쪽 늑대가 싸움에서 이기는지 묻자, 할아버지가 조용히 대답한다. “내가 먹이를 주는 놈이 이긴단다.”
차 한 잔의 여유로 조급함을 식혀라
우선 집중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한 쪽으로 치우고 차를 한 잔 따른다. 차 우려내기를 명상의 의식으로 만들 수 잇다. 주전자에 물을 채울 때 변화하는 물의 소리, 물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 증기가 나오는 소리, 주전자 뚜껑이 들썩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천천히 다기에 물을 채운다.
차 잎을 다기에 넣는다. 이때 향긋한 수증기를 들이 마신다. 다기의 무게와 잔의 매끄러운 표면을 느낀다. 찻잔을 들고 있을 때도 명상을 계속한다. 찻잔의 색과 모양을 관찰하고 찻잔의 색이 차의 색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관찰한다.
찻잔을 손으로 감싸 쥐고 온기를 느껴본다. 향이 나는 수증기를 들이마신다. 얼굴에 닿는 옅은 수증기, 첫 모금이 입술과 혀에 닿을 때의 따뜻함을 경험한다. 차를 맛본다.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온기에 주목한다. 찻잔을 내려놓는 자신을 느낀다. 이렇게 차를 마실 때 개별 단계에 집중한다.
처음으로 걷기 명상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내려다봐야 자신의 발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수련을 하면 육체적 감각과 소통하는 게 좀 더 쉬워진다. 천천히 사색하면서 걸으면 자기 몸에 대해 신선하고 즉각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마음챙김 상태에 있으면 우리 앞에 펼쳐진 순간(소로는 이것을 ‘찬란한 현재’라고 표현했다)을 완전하게 경험할 수 있다. 몸의 감각 명상은 고통에 마음챙김(현재 떠오르는 것에 의도적으로 개인적 판단을 개입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 접근법을 적용하는데 특히 유용하다.
명상수련
장소
매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정한다. 침실이나 사무실도 괜찮다. 휴대전화, 노트북 전원은 끈 뒤 다른 장소에 둔다.
의상
편안한 옷이 가장 좋다.
자세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진정으로 자기 몸에 머무는 것이다.
시간
매일 거의 같은 시간에 명상을 한다. 명상 시간을 고정적으로 정해두면 일상생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첫 주에 세 차례에 걸쳐 20분간 앉아서 명상할 것을 권한다.
자세
명상 중에 다리가 저리면 다리를 바꿔서 교체하거나 방석을 추가해 자리를 높인다. 무릎은 엉덩이 높이보다 낮아야 한다. 등은 곧게 펴고 앉는다. 팔과 손은 자연스럽게 허벅지 위에 가지런히 내려놓는다. 어떤 명상 수련자는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해서 왼손 안에 오른손을 넣어 동그랗게 모아 쥐고 양손 엄지손가락 끝을 닿을 듯 말 듯 맞댄다.
머리는 차분하게 전방을 응시한다. 시선을 낮추거나 눈을 감을 때도 이 자세를 유지한다. 어깨의 긴장을 푼다. 눈을 감되 억지로 감지 않는다. 눈을 뜨고 있는 것이 더 편하다면, 전방의 한 지점을 가볍게 응시한다. 노려보지 않고 게슴츠레 뜨지 않는다. 치아를 살짝 벌리고 턱과 입의 긴장을 푼다. 어떤 스승은 나에게 쌀알이 들어갈 만큼 입술을 벌리라고 말했다.
생각과 감정에는 흥미롭고 유쾌한 것, 불편한 것, 따분한 것 등이 있다. 이 모든 생각과 감정을 시간을 들여 판단하지 않고 놓아 버리도록 연습해야 한다. 이것은 더욱 집중하고 존재하는 방법을 배우는 매우 중요한 첫 단계이다.
고전적인 명상 수련은 들숨과 날숨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집중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호흡이 가장 생생하게 느껴지는 몸의 부위에 주목한다. 콧구멍 아니면 가슴일 것이다. 그 부분에 나비가 앉듯 살며시 주의를 기울이다.
복부의 호흡에 초점을 맞추면 움직임, 압력, 신축성, 방출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냥 느끼면 된다. 들숨일 때는 ‘들이 마시고’ 날숨일 때는 ‘내쉬고’라고 조용히 마음속으로 읊조려도 좋다. 그래야 호흡의 감각에 집중할 때 방해받지 않는다.
생각이 떠오른다고 해서 자신에게 화를 낼 필요는 없다. 생각을 평가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생각이나 감정으로 주의가 산만해질 때마다 다시 호흡의 실질적인 느낌에 주의를 기울인다. 미래예측, 과거회상, 자기비판에 빠질 때마다 호흡의 느낌으로 다시 주의를 끌어당긴다.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요인을 놓아버리고 수천 번 다시 시작해야 할지라도 상관없다. 그것은 수련의 걸림돌이 아니라 그 자체가 바로 수련이다.
<‘하루 20분 나를 멈추는 시간’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샤론 샐즈버그지음, 장여경님 옮김, 북하이브출판>
* 샤론 샐즈버그 :세계적 명상 지도자. 1952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1971년 인도행을 결심, 그곳에서 대학을 다니며 명상을 시작했다. 그후 미국 볼더 시 나로파대학에서 명상을 가르치며 ‘선 명상 센터’를 설립했다. 탁낫한, 페마 초드론과 함께 ‘살아 있는 명상 스승’으로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뉴욕타임스 베스트 셀러<자비>와 다수의 저서가 있음.
천천히 내 영혼과 보조를 맞춰라
물은 너무 많이 따르면 넘치고, 활은 너무 세게 잡아당기면 부러진다. 이 간단한 이치를 잊은 채 우리는 마치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처럼 인생을 정신없이 몰고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문득 멈춰 섰을 때, 그제야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챙기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영혼이다.
어느 깊은 밤, 적막한 외로움이 뜬금없이 찾아오면 그제야 자신의 영혼이 삭막할 정도로 메말라 있음을 깨닫는다. 자기 자신을 돌아볼 새도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 우리의 영혼은 점점 무뎌진다. 이를 막으려면 때로는 일부러 삶의 보조를 늦추고 영혼이 따라 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
<느린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 칼 오너리는 ‘슬로 라이프’란 게으른 것과 다르며, 단지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를 통해 삶의 진정한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유럽인 탐험가가 남미로 탐험을 떠났다. 인디언 두 명을 짐꾼 겸 가이드로 고용했다. 나흘째 되던 날, 갑자기 인디언들이 모두 걸음을 멈추더니 더 이상 움직이기를 거부했다. 답답해진 탐험가가 따지듯 물었다.
“대체 왜 안 가는 거요?” “기다리는 중입니다” “누굴 말이오?” “영혼이요. 여기까지 너무 빠르게 걸어오느라 우리의 영혼이 뒤처지고 말았습니다. 영혼이 우리를 따라잡을 때까지 적어도 하루는 기다려야 합니다.”
3일 동안 열심히 걷던 인디언들이 걸음을 멈춘 이유는 자신들의 영혼을 기다리기 위함이었다. 우리도 자신에게 물어보자. 정신없이 돌아가는 사회의 톱니바퀴에 끼어 온갖 스트레스를 감내하며 돈과 명예, 지위를 향해 앞만 보고 달려오는 동안 우리의 영혼 역시 저 멀리 뒤처진 것은 아닐까?
한 남자가 정신과 상담을 받기로 했다. 그는 회사에서 고위직 임원으로 일하면서 오랫동안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한계가 왔기 때문이다. 의사는 그에게 세 개의 약봉투를 건네주었다.
“내일 아침 일찍 조용하고 한적한 해변으로 가십시오. 그리고 오전 아홉 시, 정오, 오후 3시에 맞춰 하나씩 열어보세요.” 다음 날, 그곳으로 가 아홉 시 봉투를 열었다. 그 안에는 이런 쪽지가 들어 있었다.
‘휴대전화를 비롯한 모든 통신 기기의 전원을 끄고 조용히 귀 기울여보시오’ 남자는 따라했다. 그러자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의 소리가 차츰 들려오기 시작했다. 파도가 밀려와 모래사장 위에 부서지는 소리, 멀리서 갈매기가 우는 소리, 시원한 바람 소리 등 듣고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아름다운 소리들이었다.
열두 시 정각, 두 번째 봉투를 열었다. ‘가장 행복했던 때를 떠올려보시오.’ 남자가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은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배꼽친구들과 해가 저물 때까지 신 나게 놀던 기억이 그를 웃게 했습니다. 다음으로 사랑하는 여인과 산책하던 때가 떠올랐다.
오후 세시가 되어 마지막 봉투를 열었다. ‘자신이 왜 마음이 상했는지, 어떤 동기가 있었는지, 무엇 때문에 늘 바빴는지, 대체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보시오.’
남자는 뇌리에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상사가 회의 시간에 동료만 칭찬하고 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아서 꽤 오랫동안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다. 하지만 조용한 해변에 홀로 앉아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그 모든 것이 하찮고 부질없게 느껴졌다.
과연 상사의 칭찬 한마디나 좋은 차를 타는 것이 인생에서 궁극적으로 중요한 일일까? 남자는 문득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자신이 그토록 영혼을 충분히 돌보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사람은 누구나 죽기 전에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인생의 매 순간을 투쟁하듯 살아간다. 처음에는 생존을 위해, 다음에는 좀 더 나은 생활을 위해, 그 다음 권력과 명성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수준을 높여간다.
그러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 그때부터는 늙는 것에 대한 공포에 휩싸여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보낸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처럼 스스로 엘리트라는 함정에 빠져 자신의 영혼을 돌아볼 생각조차 못한 채 인생을 흘려보내는 것이다.
가끔은 삶의 모든 것을 심각하지 않게, 좀 더 가볍게 대할 필요가 있다. 걸음을 늦추고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욕심의 굴레를 벗어던져라. 그런 뒤 영혼이 나 자신을 따라올 수 있도록 차분히 기다리자.
<‘마음의 속도를 늦춰라’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하버드대 행복학 명강의, 장샤오헝 지음, 최인애님 옮김, 다연출판>
*장샤오헝 : 베스트셀러 작가, <베이징대학교 철학수업>,<멍페이가 말하는 법>,<러지아가 세상을 사는 법>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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