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중산] 2022. 6. 30. 07:20

왜 돈이 행복의 걸림돌인가

 

그러나 가난에게 너무 늦게만 오지 않는다면 환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가난보다 부가 재능을 더 짓누르며, 많은 정신적인 거인들이 황금 산과 권좌 밑에 파묻혀 있는지도 모른다. -장 파울

 

‘사치품’이라고 선전되는 대부분의 물건들이 상당히 저속하고 짐스러울 뿐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신선한 빵에다 버터와 소금이 있는데 굳이 송로버섯이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인가? 존재에 불안에 억눌리지 않고 굶주림에 시달리지 않고 집세를 지불하고 진정으로 중요한 일들을 할 수 있는 한, 얼마든지 행복하고 우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그러려면 부자가 되려는 꿈을 꾸지 않아야 한다. 그런 꿈을 꾸는 경우에는 현재의 상황과 꿈꾸는 상황 사이의 불일치가 영원한 불만족의 근원이 된다. 행복은 소지하고 있는 은행 계좌 개수와는 무관하다. 많은 부자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아서 ‘소박한 삶’을 갈망한다. 그러나 지나친 풍요에서 아무리 벗어나려고 노력할지라도 ‘소박한 삶’에 대한 동경은 결국 성취되지 못한다.

 

그와 반대로 가난해지는 사람은 지나친 풍요에서 벗어나 우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특별히 뜻을 세워 힘들게 노력할 필요가 없다. 상황을 쫓아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부자들은 돈을 꽉 움켜지든 돈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든 상관없이 언제까지나 돈의 포로 신세를 면할 수 없다.

 

나는 생트로페의 해변, 바다가 보이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별장에서 사는 어느 부부를 안다. 잘 모르는 사람은 환상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곳에서 두 사람은 감옥살이하듯 산다. 집이 온통 값비싼 예술품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현관에는 자코메티의 조각품이 놓여 있고, 식당에는 르누아르의 그림이 걸려 있으며, 피카소의 그림들은 거실을 장식한다.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한 가지조건을 제시하였다. 집 안에 항상 누군가가 있고, 보안 요원이 하루24시간 집 주변을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리베리아에서 아름다운 말년을 보낼 생각으로 그 집을 마련한 부부는 결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집을 나서지 못한다. 그리고 저녁에 황금 새장 안에 앉아서, 수염 더부룩한 ‘경비원’이 아무런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려고 30분마다 크고 작은 창문을 통해 들여다보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마크 리치는 내가 만나 아주 불쌍한 부자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본명이 정말로 리치rich이다. 그 미국인은 원자재 무역을 통해 큰 재산을 모았지만, 탈세와 사기, 이란과 이라크하고의 불법 거래 등이 들통 나면서 FBI의 수배자 명단에 올랐다. 미크 리치는 스위스로 도주했고 스위스 추크 주에서 망명 허가를 얻었다.

 

그때부터 그는 여차하면 체포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스위스를 한 발짝도 떠나서는 안 되었다. 제트 전용기를 타고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던 리치는 급성 스위스 폐쇄공포증에 시달렸다. 부자로 사는 데 특히 불편한 점은, 사람들이 돈 때문에 자신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끊임없이 주장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를 돈 때문에 사랑하기는 불가능하다.

 

기껏해야 돈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 있을 뿐이다. 대부분 돈이 사람들을 까다롭고 복잡하고 엄살 부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혼 적령기의 부자들은 자신의 돈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걸려들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그런데 두려움이 클수록 정확하게 그런 일을 당할 가능성은 더 커진다.

 

모나코의 캐롤라인 공주는 청소년 시절 내내 돈을 노리는 플레이보이를 가가이 하지 말라는 주의를 들었다. 그 결과 캐롤라인은 부모가 경고한 바로 그런 유형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필립 주노에게 걸려들었다.

 

부자들이 ‘소박한 삶’을 흉내 내는 것을 조롱하거나 ‘퇴폐적’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도보여행이나 야영, 바비큐를 하면서 자연과 친밀한 척하는 평범한 도시민에 비교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야영을 하는 사람도 문명의 편안함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푸른 하늘 아래서 바비큐를 즐기는 사람도 공장에서 만들어진 스테이크 소스를 단념하려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도보 여행을 하는 사람도 지나치게 가까이서 자연을 체험하려고 하지 않는다. 자연과 가까워진 후에는 언제든 다시 친숙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즐기는 ‘소박한 삶’은 주로 상징적인 몸짓에 그친다.

 

부자들이 비교적 부담 없는 삶을 영위할 가능성은 오직 하나밖에 없는 듯하다. 사도 바울은 이런 특효약을 2천여 년 전에 간단하게 요약했다. “너희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듯 소유하라!” 분수에 맞는 검소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은 여러 가지 이점을 즐길 수 있다.

 

첫째로 고상한 취향을 유지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은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재산을 잃어 버려도 생활양식을 바꿀 필요가 없다. 습관이 호사스럽고 소원이 변덕스러울수록, 무(無)로의 추락은 더 고통스럽기 마련이다.

 

역사나 문학에서 물질적인 것을 경멸한 본보기로 유명한 사람들을 찾아보면, 그 대부분이 유복한 집안 출신이라는 사실이 주목을 끈다. 신분을 감추고 걸인이 되어 음식 찌꺼기로 연명했던 로마 귀족 가문의 후예 알렉시우스 성인, 또는 직물 상인의 아들 아시시의 프란체스코, ‘바라문’의 아들 싯다르타.

 

유난히 카리스마적인 사례로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을 들 수 있다. 그는 오스트리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잣집 출신이었다. 군인으로서 제1차세계대전에서 참전한 후에 모든 재산을 형제들에게 양보했다. 그리고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하는 대신 산속 작은 마을 교사로 일했으며, 훗날 당대를 대표하는 철학자, 대학생들이 반신(半神)처럼 떠받드는 사상가가 되었다.

 

비트겐슈타인은 일부러 아무렇게나 옷을 입고해진 트위트 재킷을 걸치고 다녔다. 옹색한 침대에서 잠을 자고, 간소하게 식사를 하고, 무엇보다 데친 샐러리를 즐겨 먹었으며, 따뜻한 물을 마셨다.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귀족의 습관을 쉽게 떨쳐버릴 수는 없다.

 

비트겐슈타인을 옆에서 직접 체험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의 겸허함은 순전히 외면적인 것이었다. 칼날같이 예리한 오성과 오만이 그의 특성을 이루었다고 한다. 비트겐슈타인은 아주 요란하게 절도를 내세웠지만, 그의 행동거지는 끝까지 빈 상류 계층의 것이었다.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도 소탈하게 살았던 덴디의 범주에 속한다. 게바라는 한 세대가 숭배한 인물이었으며,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을 위한 순교자였고 응징자였다. 그런데도 상류사회 출신의 흔적을 결코 완전하게 떨쳐버릴 수 없었다. 게바라는 돈과 신분을 남다르게 경멸함으로써 그것을 보상하려 하였다.

 

1959년 바티스타의 몰락 후에, 그는 피텔 카스트로 아래서 쿠바 국립은행의 총재 겸 산업부 장관을 역임 했으며, ‘체’라는 별명을 달고 다녔다. 체 게바라는 배꼽까지 드러낸 셔츠 차림에 구멍 난 양말을 신은 발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방문객 맞이하는 걸 무척 중요하게 어겼다. 그는 가나한 사람들을 위한 복수자로서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볼리비아에서는 아주 빈한한 농민들도 대부분 한 조각의 땅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무산계급의 봉기에 대한 게바라의 이론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혁명가 게바라는 그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쿠바, 콩고, 볼리비아 사람들은 아르헨티나 부르주아계급의 아들이었으며 의학도였던 게바라 동지의 이름을 듣는 즉시 도망을 쳤다.

 

모든 재산을 거부함으로써 세계 역사상 검소하기로 유명한 신화적 인물들 가운데서도 아싯의 프란체스코를 따라갈 만한 사람은 단연코 없다. 그는 유명한 성인이며 수도회를 창시한 인물로 숭배를 받는다. 신에 귀의한 후에 유복한 직물 공장주의 아들 프란체스코에게 돈이란 단순히 똥이나 다름없었으며, 그는 수도회의 수사들에게 이 점을 누누이 명심시켰다.

 

가진 게 없는 사람들만이 백만장자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도 있는지도 모른다. 돈 없는 사람만이 호사를 맛볼 수 있다. 부자에게는 모든 호사도 거추장스러운 점에 불과하다. 사실 부자들이야말로 진정으로 가난한 사람들이다. 돈은 여행이나 멋진 양복 뒤에 몸을 숨기게 하고 삶에서 멀어지게 하는 마약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은 제트 비행기를 타고 생트로페나 뉴욕으로 날아가 시내의 최고급 호텔에 묵으며 삶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지만, 거기에서도 다른 어느 곳에서처럼 불행하긴 마찬가지다.

 

약간의 건강한 겸손 없이는 진정한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처럼 약간 겸손하기가 부자들에게는 무척 어렵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능력, 사회적 신분에 관계없이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는 능력은 대부분의 부자들에게 결여되어 있다. 이것은 진짜 핸디캡이다.

 

부자들보다 더욱 가난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부유해지고 싶어 하는 가난한 사람들일 것이다. 내가 예외적으로 감탄해 마지않는 복권 당첨자는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의 한 남자이다. 그 남자는 평생 복권을 샀지만, 자신이 거액의 복권에 당첨되리라고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정말로 당첨되었다. 910만 유로. 그는 심한 충격을 받았고, 1만 유로만을 남기고 나머지 전액을 기부했다. 자신의 삶이 혼란스러워지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브라보!

 

<‘폰 쇤부르크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을 극히 일부 요약 발췌, 김인순님 옮김, 필로소픽 출판>

*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 독일 최고의 권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베를린판 편집자이자 칼럼니스트로 활약. 독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언론계 구조조정에서 직장을 잃었다. 날벼락 같은 상황 속에서 의연한 대처로 이 책을 탄생시켜 ‘가난해지고’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안겨주었다. 현재 ‘자유 언론인’으로 활약 중.

 

 

봉화군 청량사 석탑
청량사 범종
청량산 하늘다리
청량사

'독서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정한 성공!  (0) 2022.07.06
마음의 속도를 늦춰라!  (0) 2022.07.03
살아남아 고뇌하는 이를 위하여!  (0) 2022.06.26
권태의 해독제!  (0) 2022.06.22
취해야 한다!  (0) 2022.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