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1/국내여행

연꽃 축제!

[중산] 2022. 8. 4. 14:39

인생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 나가라.

바람이 불 때 흩어지는 꽃잎을 줍는 아이들은

그 꽃잎들을 모아 둘 생각은 하지 않는다.

꽃잎을 줍는 순간을 즐기고

그 순간에 만족하면 그뿐.

 

 - 라이니 마리아 릴케

 

 

연꽃 / 이도윤

달도 때로는

술 취해 뒹구는 인간 세상이

그리운 것이다.

아무도 몰래

더러운 방죽으로 스며든 달이

진흙 발을 딛고 검은 하늘을 내어다본다.

갓 피어난 흰 연꽃이 천지에 환하다.

- 이도윤,『산을 옮기다』(도서출판 詩人, 2005)

가시연<다음카페 인용>

 

 

가시연꽃 / 최두석

자신의 몸 씻은 물 정화시켜

다시 마시는 법을 나면서부터 안다

온몸을 한장의 잎으로 만들어

수면 위로 펼치는 마술을 부린다

숨겨둔 꽃망울로 몸을 뚫어

꽃 피우는 공력과 경지를 보여준다

매일같이 물을 더럽히며 사는 내가

가시로 감싼 그 꽃을 훔쳐본다

뭍에서 사는 짐승의 심장에

늪에서 피는 꽃이 황홀하게 스민다

- 최두석,『투구꽃』(창비, 2009)

 

 

수련(睡蓮) / 고두현

단 사흘 피기 위해

삼백예순 이틀

잠에 든 널 보려고

아침마다 벙글었다

저물녘 오므리며

나 그렇게 잠 못 들었구나

물 위로 펼친 잎맥

연초록 윤기 좋지만

물 밑에선 자줏빛 슬픔

오래 견뎠지

남모를 뿌리 아래로만 내려

연못 바닥까지 닿는 동안에도

햇살은 제 몸 넓이만큼 세상 비추고

나는 네 물관 타고 몸속만 오르내렸구나

이토록 깊은 잠이 너를

딱 한 번 깨우고 사라지기까지.

- 고두현,『달의 뒷면을 보다』(민음사, 2015)

연꽃 피네 / 이대흠

덕진공원 호수에 연숲이 있네

그 위로 녹슨 철교 흔들거리네

도 미 솔 화음 속 입맞추며 남녀들

세상의 철교 건너네

불현듯 연숲으로 달디단 바람 불고

엉덩이만한 잎새들

깔깔깔 들썩이네

팔월 땡볕

하늘이 쩌억 갈라져 자꾸

재채기 나오려 하네

햇살, 양수처럼 뿌려지네

연꽃 피네

- 이대흠,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창작과비평사, 1997)

연꽃 구경​ / 정호승

연꽃이 피면

달도 별도 새도 연꽃 구경을 왔다가

그만 자기들도 연꽃이 되어

활짝 피어나는데

유독 연꽃 구경을 온 사람들만이

연꽃이 되지 못하고

비빔밥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받아야 할 돈 생각을 한다

연꽃처럼 살아보자고

아무리 사는 게 더럽더라도

연꽃 같은 마음으로 살아보자고

죽고 사는 게 연꽃 같은 것이라고

해마다 벼르고 별러

부지런히 연꽃 구경을 온 사람들인데도

끝내 연꽃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연꽃들이 사람 구경을 한다

해가 질 때쯤이면

연꽃들이 오히려

사람이 되어보기도 한다

가장 더러운 사람이 되어보기도 한다

- 정호승,​『이 짧은 시간 동안』(창비, 2004)

연잎 앞에서​ / 오탁번

연잎에 내리는 여름 한낮 빗방울처럼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는 그리움 따라

연잎마다 크낙한 손바닥 하나씩 펴고

호수 위에 떠다니는 내 마음 손짓하네

물결 따라 일렁이는 푸른 연잎을 보면

내 눈빛 잠자리 겹눈처럼 밝아지지만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그때 그 입술은

예쁜 연꽃 봉오리로 아직도 숨어 있네

이른 아침 연잎에 내리는 이슬방울인 듯

마주보며 피워올린 첫사랑의 꽃봉오리!

아무도 모르는 물밑 아득한 깊이에서

지울 수 없는 사랑으로 피어나는 연꽃!

연잎에 내리는 저녁나절 빗방울인 듯

아직도 눈에 밟히는 그리운 얼굴아

잔잔한 호수 물결 지는 듯 다시 일 때

서늘한 연잎 위에서 푸른 눈썹 떠오르네

- 오탁번,『1미터의 사랑』(시와시학사, 1999)

겨울 궁남지 / 복효근

저 수천 평 연밭에 연꽃은 자취도 없고

허리가 휘어지거나 무릎이 꺾인 꽃대궁

마른 꽃대궁이 마이크 같다

한바탕 유세를 부린다

나도 한때 꽃 피운 적 있노라고

홍련 백련 꽃이었던 적 있었노라고

이제는 구멍 숭숭 벌집 모양

그야말로 벌집이 되어버린 자궁만이

자랑처럼 남아 있다

그래, 자궁이지 궁이고 말고

구멍마다 칸칸이 연의 씨앗이 담겨 있어

씨앗 하나엔 우주가 담겨 있다면 믿겠나

저 씨앗을 연밥이라 부르느니

모름지기 수천 평 연밭을 일구고 먹여 살린

밥이라 하는 것이 저 궁에서 나왔느니

진흙탕 젖은 늪 저승이라 도 두렵지 않던 홍련

백련 왼갖 잡련들이

한 빛깔로 저무는 적멸보궁

무슨 고요가 이리도 소란스럽다

겨울 궁남지*엔

산부인과 대기실에 모인 어머니들처럼

다산多産의 무용담 왁자하다

유세 부릴 만하다

* 궁남지: 부여읍에 있는 연못으로 백제 무왕 때 축조된 것이라 함. 주위에 수천 평의 연밭이 조성되었음.

- 복효근,​『마늘촛불』(도서출판 애지, 2009)

​약속 / 정일근

늦여름 장마비 속에서

흰 꽃을 밀어올리는

수련睡蓮을 보았습니다

사람이 만든 집과 집 속의 사람이

속수무책으로 젖고 있는데

한사코 자신의 야윈 몸 위로

화사한 꽃을 피우려 애쓰는

착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비의 굵은 손바닥 후두둑 후두둑

세상의 등을 때려

큰 절집과 열세 채 작은 절집 품은

영축산 통도사도 단단한 결가부좌를 풀고

눅눅한 오수에 빠져드는데

산山 번지도 사라진 빈터

깨어진 돌확 속에서

단정한 앉음새로 앉아

가을이 오기 전에는 꽃을 피워야 한다는

그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세찬 빗속에서도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예, 라고 대답하며 수런거리는

수련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 정일근,『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시와시학사, 2001)

첫물 수련 / 문성해

수련이 언제 이리 피었나

흙탕물 논물 위에 첫 수련이 돋았구나

오늘 아침 세수도 못하고 짓무른 눈가 비비며 보는데

누가 지어주나 이름도 기다리지 않고

수련이 작년의 이름으로 내 곁에 왔네

첫 수련의 주둥이가

막막한 수면을 뚫고 나오는 그 힘으로

드넓은 고추밭에 첫 고추가 매달리고

아이 몸에 첫 두드러기가 돋고

마른하늘에선 첫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이야

그다음엔

후득후득 일제히 돋아나면 되는 것

터져나오면 되는 것

그 힘으로

희부윰한 새벽을 찢으며

첫 기러기떼가 날아오르는 것이야

- 문성해,『입술을 건너간 이름』(창비, 2012)

수련

수련이 지는 법 / 복효근

수련은 질 때

꼿꼿하게 수면 위로 뻗어 올렸던

꽃대에 힘을 빼버린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혀

오므린 꽃을 제 뿌리 곁에 묻는다

뿌리에서 꺼낸 빛깔과 향기를

다시 거두어 제 어미에 젖을 물리는 것이다

왔던 길 되짚어 돌아간다

발자국마저 지우고

없었던 그 자리 찾아간다

가장 거룩한 신화를 바람 위에 쓴다

가장 아름다운 자화상을 물 위에 그린다

제 주검을 제가 치우고 가는

완전연소 차가운 불꽃의 생

- 복효근,​『따뜻한 외면』(실천문학사, 2013)

흰 수련꽃

흰 수련꽃 / 한승원

흐르는 물이 잠시 머무르면서

시끄러움과 고요를 한데 버무려놓은 그 미녀의 하얀

넋을

아십니까,

미녀는 잠이 많다는 속설대로

물에 뜬 채로

오후 1시쯤부터 졸기 시작하다가

4시부터 이튿날 아침 7시까지 깊은 잠을 자버리는

그녀의 잠을 깨우고 싶어 나는 안타까워합니다,

잠자리에 들 때에도 자고 일어날 때에도 늘 상큼하지만

저 세상 돌아갈 때는 추한 모습 보여주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깊이 수장시켜버리는 그녀

아, 그녀의 깊고 그윽한 알몸의 영원한 잠이여.

- 한승원,『달 긷는 집』(문학과지성사, 2008)

아침의 영광 / 정일근

여름비 밤새 내리다 그친 새벽

어디선가 발자국 소리 찾아온다

조용조용 하얀 맨발이

풀잎 이슬을 밟고 오는 소리

누구신가 문 열고 나가보니

여름비에 몸 씻은 마당으로

푸른 화엄들 고요히 뜨겁고

물항아리 위로 수련이 피었다

하얀 꽃 한 송이 활짝 피었다

수련은 내 마음에 사시는 그분의 꽃

우리 집으로 찾아오신 그분께

오체투지로 세 번 절하고

찻물 끓여 차 한 잔 올린다

수련에게 찬 한 잔 권하는 아침

나는 참으로 영광스럽다

- 정일근,『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문학사상사, 2003)

西湖의 여인​ / 오탁번

붉은 연꽃 피어오르는 여름 한나절

모두들 땀 뻘뻘 흘리며 그짓 하고 나온 듯

혹은 걷고 혹은 자전거를 타고

서호를 맴돌던 항주의 젊은이들이

해 저물자 모두 연잎 뒤에 숨어버린 듯한

적막한 밤

간이 상점의 여주인과 말은 안 통하지만

서로 건네주는 술잔에는

아주 많은 것이 통해서

젖무덤 반쯤 비치는 비단옷 가슴으로

연봉에서 하얀 연심 꺼내 깨트려

술안주로 좋다는 시늉하며

내 입 안에 넣어준다

그짓 다 끝내고 나서 또 보채듯

흐린 전등 아래 눈웃음치는

여인의 긴 머리칼 너머

잠 못 이루는 서호는

붉은 연꽃 밤새 토해내고 있다

겨드랑이 아랫도리 다 젖는 밤에

사랑이란 이렇게 밤이슬 내리듯

대륙이나 반도나 다 같은 것일까

밤중에 홀로 피는 연꽃처럼

뿌리째 물 속 깊이 담그고 다 젖은 채

내 손목 잡아 끌어 연잎 위에 눕히는

서호의 여인아

왼종일 제 서방한테는 보여주지 않았던

붉은 연꽃 한 송이 되어

내 눈앞에 솟아오른다

호숫가 어둠에 숨어

사랑을 나누던 젊은이들도

자전거 타고 하나둘 사라진 깊은 밤

간이 상점의 흐린 전등 아래

여인의 몸은 서호의 물결에 다 젖는다

나도 다 젖는다

연꽃 봉오리

한밤중

서호에서

터진다

- 오탁번,『1미터의 사랑』(시와시학사, 1999)

 

기장군 철마면 곰내연밭(중리 연꽃공원, 곰내터널 부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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