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 조병화(1921-2003), <밤의 이야기-20>부분
시인은 평생의 화두인 ‘고독’과 ‘허무’를 시로 형상화 했습니다. 시인이 말하는 고독이란 혼자 있어 쓸쓸한 상대적인 외로움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군중 속의 고독만도 아닙니다. 인생을 부여받은 존재 자체의 고독을 말합니다.
보통은 사람들로부터 소외됨을 느낄 때 고독하다고 여기지만 그것은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걸러낼 수도 있는 잉여 감정입니다. 절대 고독은 삶과 죽음의 양자택일 과정에서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살고 죽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하려면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 선택의 기로에서 삶은 고독이고 죽음은 허무입니다.
삶은 고독을 조연처럼 달고 갑니다. 가끔 고독이 주연으로 떠오를 때 사람들은 이를 직시하지 못하고 잊으려 몸부림을 칩니다. 고독을 잊기 위한 몸부림은 술의 양과 비례합니다.
조병화 시인은 부산에서 피란생활을 하던 때에 유난히 술을 더 찾았습니다. 남포동, 광복동, 국제시장, 자갈치 시장을 중심으로 하여 아침부터 또는 점심부터 술을 했다고 합니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어머님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당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쉬임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부분
결국 시인은 술을 마실 때도, 그림을 그릴 때도, 시를 쓸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머니의 가르침을 받들어 그렇게 교육을 받고 실천한 것입니다. 봄처럼 부지런했습니다. 자신의 목숨이 꺼지기 전에 해야 할 일을 했습니다.
종교처럼 따르고 실천하는 자세는 휘황찬란한 기교 없이도 시를 맛깔나게 써내는 재주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인의 시는 쉽게 읽히지만 쉽게 잊지 못합니다.
<‘사랑의 시’에서 극히 일부 발췌, 신현미(전북대 박사)님 지음, 작가와 비평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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