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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진 꽃들!

[중산] 2024. 3. 24. 07:00

복숭아꽃

 

 

 

흐드러진 꽃들

복숭아꽃 온통 흐드러졌다.

꽃이라고 다 열매를 맺지는 않는다네.

파란하늘, 흘러가는 구름들 사이로

흐드러진 꽃들이 장밋빛 거품처럼 화사한 빛을 발하네.

 

생각도 꽃들처럼 피어나네.

하루에도 백 번씩

피어나라! 그냥 그렇게 흘러가라!

쓸모 따위는 따지지 마라.

 

놀기도 해야 하고, 천진난만하게 웃기도 해야 하리.

별 쓸모가 없는 꽃도 있어야하리.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세상은 좁디좁아져

사는 재미가 없어질 테니.

 

- 헤르만 헤세, 1918년에서

 

 

화엄사 홍매화

 

 

‘시황불락(始皇不樂)’이란 말이 있다. 진시황은 행복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사마천의 <사기>진시황본기에 있는 이 네 글자엔 진시황의 파란만장한 삶이 압축되어 있다.

 

전국칠웅(戰國七雄)의 6개 나라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호령한 진시황이지만, 그의 생애에 낙이라곤 거의 없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여 불사약을 얻으려고 애썼던 그는 결국 수천 리 대륙을 떠도는 순행 길에서 숨을 거둬 악취가 진동하는 시체가 되어 황국으로 돌아왔다.

 

진시황의 오른팔 격이었던 승상 이사(李斯)도 잠시 동안의 부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경우다. 이사는 원래 초나라 어느 지방의 말단관리 출신이었다.

 

이왕이면 물 좋은 곳에서 놀아야겠다고 작심한 이사는 당시 가장 강한 나라였던 진나라로 갔다. 거기서 재상 여불위(呂不韋)의 휘하에 들어가 출세가도를 달리게 된다.

 

진시황을 도와 진나라 제국을 건설한 이사는, 진시황이 죽은 후 저잣거리에서 허리가 잘리는 비극으로 최후를 마감했다. 이사는 그의 둘째 아들과 함께 처형을 당했는데, <사기>에는 그의 마지막 장면이 이렇게 적혀 있다.

 

“이사가 옥에서 나오자, 함께 잡혀와 있던 그의 둘째 아들도 묶어졌다. 이사가 둘째 아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너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 누렁이를 데리고 토끼를 한 번 쫓아보고 싶었는데, 이제 어쩔 수가 없게 되었구나!" 아버지와 아들은 소리 높여 울었고, 마침내 이사의 삼족까지 멸망하였다.

 

한때 진시황 못지않게 호사를 누렸던 이사였지만 마지막 꿈은 아들과 함께 고향에서 누렁이 개를 데리고 토끼 사냥을 해보는 것이었다. 평생 멀고 험난한 길을 달렸지만 이사의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허리를 잘릴 지경에 이르도록 몸 바쳐 추구했던 부귀영화는 그의 참 행복이 아니었던 것이다. 노자는 이렇게 말한다. “재앙 속에 복이 깃들어 있고, 복 속에 재앙이 숨어 있다(禍兮 福之所倚, 福兮 禍之所伏)

 

남들이 탐을 내는 부귀영화라는 복 속에 더 큰 재앙이 숨어 있다. 그래서 장자는 말한다. “얻는 것이 삶이고 잃는 것이 죽음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얻는 것이 죽음이고 잃는 것이 삶일 수도 있다.”

 

복을 얻는 것은 죽음의 재앙을 부르는 일일 수도 있다. 세상 사람들은 얻는 것이 곧 행복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게 불행 그 자체일 수 있고, 잃는 것이 곧 불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것이 바로 행복일 수도 있다.

 

재물을 가진 것이 꼭 행복은 아니듯이 못 가진 것이 꼭 불행인 것도 아니다. 장자는 또 이렇게 말한다. “재물이 없는 것을 가난하다고 하고, 도와 덕을 지니고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병(病)이라고 한다. 가난한 것은 병이 아니다.”

 

가난은 불편한 것일 뿐, 불행은 아니라는 뜻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재물의 유뮤가 행복과 불행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장자는 재물이나 권세 등 외물의 속박에서 벗어나 절대 자유의 경지에서 노닐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재물이 없으면 낙심하여 자신이 불행하다고 여기고 만다.

 

최고의 영화를 누린 왕으로 손꼽히는 솔로몬은 말년에 쓴 전도서에서 ‘원하는 것은 다 얻었고 누리고 싶은 낙은 다 누렸지만, 돌이켜보니 바람을 잡으려는 것처럼 헛되고 헛될 뿐’이라고 탄식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솔로몬의 영화를 부러워하여 바람을 잡으려는 헛수고를 되풀이하고 있다. <장자>추수편에는 바람을 부러워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네는 뱀을 부러워하고, 뱀은 저절로 움직이는 바람을 부러워하고, 바람은 움직이지 않아도 가는 눈(目)을 부러워하고 눈은 가지 않고도 아는 마음을 부러워한다.(…)”

 

나에게 없는 것을 부러워하는 것은, 결국 바람을 부러워하는 꼴이 되고 만다. 잡을 수 없는 바람을 잡으려고 하는 것은 솔로몬의 탄식처럼 헛되고 헛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장자의 이 우화는 바람보다도 나은 것이 마음이라고 말한다. 마음은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지만 모든 것을 조종해서 끌고 간다. 결국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키는 마음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똑 같은 환경에서도 어떤 이는 즐겁게 지내고 어떤 이는 괴로워 허덕인다. 마음가짐이 서로 다른 까닭이다. 환경을 바꾸려 하기보다 마음의 방향을 바꾸면 남다른 행복을 누릴 수가 있다.

 

<‘보이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김태관 지음, 흥아출판사> * 김태관 : 경향신문 논설위원을 역임하였다.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일련의 칼럼과 인터뷰를 통해 사회 현상과 시대 흐름을 예리하게 판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얻었다. <한비자>를 재해석한 책<왜 원하는 대로 살지 않는가>를 펴내는 등 고전의 바다에서 사물의 본질을 궁구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구례 산수유 마을
산수유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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