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너무 겁에 질려 감히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고 언급한 ‘돈을 향한 욕구’는 일종의 도덕적 연금술이다. 나쁜 것을 좋은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마술적인 행위이다. 돈을 향한 욕구가 진정 무엇을 향한 욕망인지 명확히 밝혀진 적은 한 번도 없다. 돈을 사랑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온통 의문투성이다.
케인즈는 부의 축적이 우리를 광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돈을 향한 욕구에는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수많은 것의 파괴가 동반되므로 세속적인 의미에서 이 욕구는 광기와 손을 잡은 것으로 인식된다. 돈을 향한 사랑은 우리로 하여금 다른 사랑을 배신하게 만든다. 하지만 돈을 향한 욕구가 사회적으로 인정과 보상을 받기 때문에 돈을 향한 사랑은 찬탄의 대상인 동시에 불신의 대상이기도 한 비공식적인 형태의 광기가 된다.
프로이트는 돈을 향한 사랑 때문에 위험에 처한 것은 도덕이 아니라 행복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를 멀쩡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행복이라고 했다. 프로이트는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렸음이 틀림없다고 암시한다. 진실을 모르고, 자신을 만족시키지 않고, 즐거움을 되찾지 않으려고 열심히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우리가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자신이 무엇을 사랑하는지 모른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원하는 것은 현대인에게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광기이다.
프로이트가 보기에 욕망의 대상으로서 돈은 우리가 자신의 욕망에 관해 스스로를 속이는데 가장 효과를 발휘한 도구였다. 돈을 향한 욕구에서 프로이트가 깨달은 것은 우리가 행복을 증오한다는 것, 만족을 두려워한다는 것, 유년기를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과 맞닥뜨렸을 때, 돈은 우리를 속박한다. 물질적인 소유물을 향한 우리의 사랑은 바로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대한 증오이다.
마르크스는 『자본론Das Kapital』(1867)에서 이렇게 썼다. “돈이라는 형태의 기원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면 돈의 수수께끼가 사라질 것이다.” 프로이트는 마르크스와는 상당히 다른 작업을 하면서 ‘돈이라는 형태의 기원’에 관해 다른 개념을 가졌는데, 돈이 곧 우리가 이용하는 수수께끼라고 믿었다.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욕망이라는 더 거슬리는 수수께끼를 쫓아버리기 위해 돈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19세기에 세속과 종교의 위대한 예언자들 특히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 존 러스킨 John Ruskin, 랠프 월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프로이트, 마르크스 등은 모두 돈을 향한 욕구가 서로를 향한 사람들의 욕구를 망치는 방식에 집착했다. 부의 추구가 다른 모든 노력 즉 구원, 사랑, 평등, 정의, 진실을 향한 노력의 자리를 빼앗음에 따라 돈을 향한 욕망이 욕망에 관한 사람들의 감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돈을 향한 사랑은 멀쩡함에 대한 진정한 위협으로 여겨졌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편안한 삶을 누리며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욕망뿐 아니라 필요이상의 욕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났다. 그리고 필요 이상의 욕구로 인해 인간의 욕망이란 원래 만족할 줄 모르고 달랠 수도 없으며 방종한 것이라는 인식이 규범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현대인들은 필요 이상의 것들을 원했다. 터무니없는 욕구가 대중화되었다. 탐욕을 정당화할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인상 깊은 성격의 특징 또는 활기의 표지로 다시 규정하려는 필사적인 시도들이 이어졌다.
“사람을 광기로 몰아가는 물신주의”는 엄청난 호소력을 지닌 반反문화를 낳았다. 일단 돈을 기준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인간 욕구의 범위가 줄어든다. 우리는 자신이 계산할 수 있는 것만 원하게 된다. 마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돈밖에 없다는 듯이 욕구를 품게 된다.
철학자 노먼 O. 브라운 Norman O. Brown은 『죽음에 맞선 삶Life against Death』(1959)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돈을 향한 욕망이 진정한 인간적 욕구의 자리를 모두 차지한다. 그렇게 해서 겉으로 드러나는 부의 축적이 사실은 인간 본성을 가난하게 만들고,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포기하는 금욕주의가 적절한 도덕이 된다. 그 결과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구체적인 전체를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는 추상으로 대체함으로써 인간의 본성을 비인간화하는 것이다.”
<멀쩡함과 광기에 대한 보고되지 않은 이야기 중에서 “돈을 향한 광기” 편에서 발췌 요약, 애덤 필립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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