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수발은 누가?
가족수발은 24시간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어느 정도 사생활을 지켜주면서 기분도 살펴야 하는 가장 힘든 인간관계가 가족수발이다. 인생과 인생이 서로 부딪히는 것이다. 수발을 하는 쪽과 받는 쪽 모두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그때그때 훌훌 털어버려야 한다. 동거를 시작했을 때, 시어머니 방은 다다미방(짚으로 만든 판에 왕골이나 부들로 만든 돗자리를 깐 전통적인 일본식 방)이었다. 시어머니는 밖에 나가거나 산책하는 것을 싫어하셨다. 사람은 적당히 햇빛을 보지 않으면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에, 시어머니를 위해 집안에서 볕이 가장 잘 드는 부엌 옆 식당에 침대를 준비해 그곳에서 생활하시게 했다. 시어머니가 식당을 차지하는 바람에 우리 가족은 거실에서 밥을 먹게 됐다.
시어머니 침대 옆에 이동용 변기를 높고, 급하게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쓰시게 했다. 시어머니는 간혹 그곳에서 볼일을 보신다. 그 소리가 밥을 먹는 우리 아이들 귀에 들리곤 한다. 그러면 나는 아이들에게 “시냇물 소리라고 생각하렴”이라고 한다. 또 방귀 소리가 들릴 때는 “개구리가 뛰는 소리라고 생각하렴”이라고 한다. 우선은 익숙해져야 한다. 놀랍게도 우리 아이들은 잘 적응해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너무나 자연스러운 생활 그 자체가 됐다.
수발은 결국 배설물과 사귀는 일이다. 우리 몸의 배설물을 세어보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비듬, 눈곱, 콧물 등 열 종류가 넘는다. 이러한 배설물을 부지런히 깔끔하게 처리하는 일이 수발이다. ‘저 할아버지께선 늘 깔끔하게 하고 계시네’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할아버지를 보살피는 사람이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증거다. 다시 한 번 배려에 대해 생각해보자. 시어머니를 수발하는 며느리가 있다. 가끔 시집간 시누이가 친정에 올 때 시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서 온다. 시어머니는 같이 사는 며느리보다 가끔 오는 딸이 자신을 더 배려한다고 생각한다.
같이 생활하지 않으면 책임감도 적을 수밖에 없다. 가끔 와서 시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을 식탁 위에 한 가득 차려놓고 간다. 친정어머니가 좋아하는 표정을 보면 딸도 기쁠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과식을 한 시어머니의 배설이 시작된다. 그러면 수발하는 며느리의 전쟁도 같이 시작된다. 배설로 버린 속옷을 갈아입히기도 하고, 기저귀를 갈기도 한다. 겨우 깨끗해졌다 싶으면 또 다시 배설. 결국 며느리는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되어버린다.
나는 시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오는 것은 ‘표면적인 배려’라고 생각한다. 그 이상의 배려는 없을까? 세상 사람들은 ‘배려의 깊이’를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발하는 사람이 힘들다. 먹는 것만 아니라 나중 일도 생각하고, 그것이 힘들다면 가져온 음식을 시어머니에게 직접 건네지 말고 수발하는 사람에게 맡기면 된다. 수발받는 사람의 건강관리는 수발하는 사람의 책임이다. 동시에 수발받는 사람의 자각도 필요하다. 가끔 오는 사람보다 언제나 옆에 있는 사람에게 감사해야 한다. 배려는 눈으로 보기 어렵다. 그렇지만 막상 다급한 일이 생겼을 때 누가 옆에 있는지, 누가 나를 위해 뛰어다니는지 생각해보자.<“노인수발에는 교과서가 없다”에서 일부요약 발췌“, 하나리 사치코 지음, 창해>
<가는괴불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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