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싸움을 잘하라!
내가 종종 반복해서 하는 이야기지만, 부부 싸움을 잘하기만 해도 최상의 최음제 효과를 낼 수 있다. 사실 해결되지 못한 분쟁이나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실망이나 원한은 언젠가 터져 나오게 마련이며, 이는 욕망의 지독한 적으로 변하게 된다. 그러므로 배우자들은 위기가 찾아왔을 때 무엇보다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연인들은 침묵으로 인해 죽는다”라고 알렉산드르 자르댕(Alexandre Jardin)은 자신의 소설『꼬마 야만인』에서 말하고 있다. 이 원칙은 최근 워싱턴의 클리퍼드 노태리우스(Clifford Notarius) 교수가 20년 동안 수백 명의 연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나온 결과는 놀라웠다. 왜냐하면 ‘건강한 부부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들은 성관계의 횟수도, 신혼생활의 즐거움도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부부 싸움을 어떻게 슬기롭게 넘기느냐 하는 데 달려 있었다. 이혼하는 부부들은 사소한 것도 확대 해석하여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질 정도로 크게 싸운다. 또 다른 위험 요소는 배우자 중 한 사람이 문제를 회피하려는 경향에 있다. 반면 오래 관계를 유지하는 부부들은 몰이해의 원인을 좁히고 그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해 자신들의 문제와 정면으로 부딪친다. 이런 태도는 주기적인 불화가 주는 가혹한 비판이나 경멸, 자기 내부로 숨어버리기 등의 내재적 위험들을 피하게 해준다.
부부의 불화 상태가 가끔 실존적 경향을 띠는 경우도 있다. 다시 말해 한 사람의 이유가 또 다른 사람에게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경우에 그것은 적어도 표면적이나마 에로스의 영역에 한정된다. 한 사람은 사랑하는 행위에 대한 자신의 방식을 바꾸지 않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더 이상 이런 종류의 성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해결책은 빠른 시간 내에 성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경우 권력 관계로 넘어간다. 이 부부의 경우는 성 치료보다 부부의 불화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의사소통의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나을 듯이 보인다.
이는 일부 부부들의 은밀한 행동양식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부부 사이가 남들이 보기에 이해할 수 없고, 부적절하며, 지나치게 불균형해 보일 때, 그리고 둘 중 한 사람이 그런 관계를 참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을 때, 항상 다음의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해보아야 한다.
a) 피해자는 실질적인 피해자인가, 아니면 심리적인 측면에서라도 사도마조히즘[(sadomasochism-가학 피학성(加虐被虐性)
성욕]적 관계의 공모자인가?
b) 부부 중 군림하는 위치에 선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모욕하거나 끊임없이 복종시키려 할 때, 피해자는 혹시 남들에게 털어
놓을 수 없는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러나 힘의 논리로 관계가 유지되는 부부들이 모두 사도마조히즘의 파괴적 단계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소리를 지르는 선에서 끝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침실에서 좀 더 적절한 합의에 이르기도 한다. 이런 유형의 행동에는 생리화학적 해석이 덧붙여질 수 있다. 뇌에서 흥분과 공격성을 담당하는 곳은 뇌의 여러 인접 부위 가운데 가장 퇴행적인 부분에 속한다.
이런 메커니즘은 종종 지나치게 조용하거나 부부 싸움을 하지 않는 부부들에게 치료상 최음의 효과를 주기 위해 이용되기도 한다. 정신과 의사는 이들에게 ‘의도적인 불화’를 일으키고, 이런 효과를 통해 유혹의 전략을 만든다. 물론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도적인 자극을 일으키기 위한 이런 식의 치료법이 필요치 않다. 그들은 종종 상대에 대한 과도한 감정에서 비롯되는 긴장이나 다툼이 성적 금기를 유발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경우에 위험은 적절한 시기에 멈출 줄 모른다는데 있으며, 또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낮출 줄 아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욕망의 힘”에서 일부 요약 발췌, 빌리 파시니 지음 / 이옥주 옮김, 에코리브르>
▣ 저자 빌리 파시니 (Willy Pasini)
이탈리아 출신의 저명한 정신의학 및 성과학 전문가이다. ‘유럽성과학협회’ 창립자로, 스위스 제네바 대학과 이탈리아 밀라노 대학 의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정신의학과 임상심리학을 가르쳤으며,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정보건 및 성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주요 저서로는 『친밀감 예찬:부부와 섹슈얼리티』,『음식과 사랑』,『연인은 무엇에 필요한가?』,『사랑할 시간』,『감정의 질』 등이 있다.
<눈개승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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