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들에 대한 고찰
오랜 세월에 걸쳐 뛰어난 정신의 소유자에 의해 철학이 연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철학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이 하나도 없고, 따라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은 하나도 없음을 보고서,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철학을 더 잘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없었다.
그리고 한 가지 것에 대해서는 단 하나의 참된 의견만 있을 터인데, 실제로 아주 많은 의견들이 학자들에 의해 서로 주장되고 있음을 보고서, 단지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을 모두 거의 거짓된 것으로 간주했다. 다른 학문들도 마찬가지여서, 나는 내 스승들로부터 해방되는 나이가 되자 학교 공부(l'étude des lettres)를 집어치워 버렸다. 그리고 내 자신 속에서 혹은 세상이라는 커다란 책(le grand livre du monde)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학문 외에는 어떤 학문도 찾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래서 남은 청년 시절을 여행하는 데 사용하면서 이곳저곳의 궁전과 군대를 관람하고, 온갖 기질과 신분을 지닌 사람들을 방문하면서 갖가지 경험을 거듭하며, 운명이 나에게 몰아치는 여러 사건들 속에서 내 스스로를 시험하려고 했고, 내 앞에 나타나는 온갖 일들로부터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 반성해 보았다.
이러한 과정이 학자가 하는 사색(spéculations) -아무런 결과도 생산해 내지 못하며, 또 그것이 상식에서 벗어날수록 더 그럴듯하게 보이려고 기지와 기교를 부리기 때문에 단지 허영심을 만족시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보다 더 많은 진리를 찾아 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관찰해 보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우리에게 아주 엉뚱하고 우스꽝스럽게 보이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인정되고 있는 것이 많이 있다는 것이고, 이로써 나는 선례(l‘exemple)와 관습(la coutume)을 통해 확신하게 된 것을 너무 굳게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 가지 도덕 격률들
내가 이성에 의해 판단 내리길 망설이고 있을 때에도 내 행동이 우물쭈물하지 않기 위해 또 가능한 한 계속 행복하게 살기 위해 서너 가지 격률로 된 도덕을 잠정적으로 마련했다. 첫 번째 격률은 내 나라의 법률과 관습에 따르는 것으로, 어렸을 적부터 신의 은총에 의해 배워 온 종교를 확고하게 견지하며, 다른 모든 일에 있어서는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사려 깊은 사람들(les mieux sensés)이 실생활에서(de pratique) 보통 취하고 있는 가장 온건하고 극단에서 먼 의견에 따라 나를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격률은, 행동에 있어서 가능한 한 확고하고 결연한 태도를 취하고, 아무리 의심스런 의견이라도 일단 그것을 취하기로 결정했다면 아주 확실한 것인 양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 격률은, 언제나 운명보다는 나 자신을 이기려고 노력하고, 세계의 질서보다는 내 욕망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도덕의 결론으로서, 나는 내가 지금 종사하고 있는 일, 즉 내 이성을 계발하는 데 전 생애를 바치고, 진리 인식에 있어 내가 규정한 방법에 따라 가능한 한 계속 나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이 방법을 사용하고 난 다음부터 나는 내 인생에서 이보다 더 흐뭇하고 순결한 만족감은 있을 수 없다고 여겨질 정도로 극도의 만족감(extrêmes contentements)을 느끼게 되었다.
형이상학의 토대
나는 조금이라도 의심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전적으로 거짓된 것으로 간주하여 던져 버리고, 이렇게 한 후에도 전혀 의심할 수 없는 것이 내 신념 속에 남아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도 이렇게 생각하는 나는 반드시 어떤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이 진리는 아주 확고하고 확실한 것이고, 회의론자들이 제기하는 가당치 않은 억측으로도 흔들리지 않는 것임을 주목하고서, 이것을 내가 찾고 있던 철학의 제일원리로 거리낌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나는 하나의 실체(une substance)이고, 그 본질(l‘essence) 혹은 본성(la nature)은 오직 생각하는(de penser) 것이며, 존재하기 위해 하등의 장소도 필요 없고, 어떠한 물질적 사물에도 의존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이 나, 즉 나를 나이게끔 해 주는 정신은 물체와는 전적으로 다른 것이며, 심지어 물체보다 더 쉽게 인식되고, 설령 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신은 스스로 중단 없이 존재하는 것이다. <“방법서설(Discours de la méthode)“에서 일부 요약 발췌, 르네 데카르트 지음>
<우포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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