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철로를 이탈한 전차

[중산] 2011. 2. 1. 15:26

 

철로를 이탈한 전차

당신이 전차 기관사이고, 시속 100킬로미터로 철로를 질주한다고 가정해보자. 저 앞에 인부 다섯 명이 작업 도구를 들고 철로에 서 있다. 전차를 멈추려 했지만 불가능하다.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이 속도로 들이받으면 인부들이 모두 죽고 만다는 사실을 알기에 절박한 심정이 된다.

이때 오른쪽에 있는 비상 철로가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도 인부가 있지만, 한명이다. 전차를 비상 철로로 돌리면 인부 한 사람이 죽는 대신 다섯 사람이 살 수 있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돌려! 죄 없는 사람 하나가 죽겠지만, 다섯이 죽는 것보다는 낫잖아.” 한 사람을 희생해 다섯 목숨을 구하는 행위는 정당해 보인다.

 

이제 다른 전차 이야기를 해보자. 당신은 기관사가 아니라 철로를 바라보며 다리위에 서있는 구경꾼이다. 저 아래 철로로 전차가 들어오고 철로 끝에 인부 다섯 명이 있다. 이번에도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전차가 인부 다섯 명을 들이받기 직전이다.

 

피할 수 없는 재앙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다가 문득 당신 옆에 서 있는 덩치가 산만 한 남자를 발견한다. 당신은 그 사람을 밀어 전차가 들어오는 철로로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면 남자는 죽겠지만 인부 다섯 명은 목숨을 건질 것이다.

그렇다면 덩치 큰 남자를 철로로 미는 행위가 옳은 일인가?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당연히 옳지 않지. 그 남자를 철로로 미는 건 아주 몹쓸 짓이야.”

 

누군가를 다리 아래로 밀어 죽게 하는 행위는 비록 죄 없는 다섯 사람의 목숨을 구한다 해도 끔찍한 것 같다. 그러나 여기서 애매한 도덕적 문제가 생긴다. 한사람을 희생해 다섯 사람을 구하는 첫 번째 예에서는 옳은 것 같던 원칙이 왜 두 번째 예에서는 그렇지 않을까?

어떤 도덕적 딜레마는 도덕 원칙이 서로 충돌하면서 생긴다. 하나는 가능하면 많은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원칙이며, 또 하나는 아무리 명분이 옳다 해도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잘못이라는 원칙이다. 많은 사람을 구하자니 죄 없는 사람 한 명을 죽여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도덕적으로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상황에 따라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더 적절한지 찾아내야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 하버드 대학교 교수이자 정치철학자로 유명한 마이클 샌댈이 지은 정치 철학서이며 저자가 1980년부터 진행한 '정의'(Justice) 수업 내용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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