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테르는 어느 아름다운 마을의 무도회에서 멋진 춤솜씨를 가진 쾌활한 여인 로테를 만난다. 그는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운명적인 사랑을 예감한다. 그러나 베르테르는 그녀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황한다. 그러면서도 베르테르는 로테의 아름다운 매력에 끌려 윤리적인 판단과 이성은 접은 채 그녀를 계속해 찾았고, 그들은 어느새 감성이 통하는 다정한 사이로 발전한다. 그러던 어느날 로테의 약혼자 알베르트가 여행에서 돌아오는데.(요약)
▣ 어떤사람들? 무슨 이야기?
베르테르 로테에 대한 이루지 못할 정열적인 사랑으로 끝내는 자살하고 마는 비운의 주인공
로테 아름다우면서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진 여성
알베르트 로테의 약혼자. 베르테르와는 반대로 지극히 이성적인 인물
빌헬름 베르테르가 편지를 보내는 친구
제1부 운명의 여인, 아름다운 로테
1771년 5월 4일
지난번에 자네 곁을 훌쩍 떠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네. 사람의 마음이란 정말 알 수 없어. 자네를 떠나는 것이 그리도 섭섭하더니 말야. 나는 요즘 이곳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네. 한마디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있다네.
5월 15일
이곳의 평민들과는 벌써 친근한 사이가 되었네. 특히 아이들이 나를 잘 따르는군. 확실히 우리 인간들은 평등하지 못해. 아무튼 체면과 위엄을 지키기 위해 서민들을 멀리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거침없이 비겁하고 못된 사람들이라고 욕을 한다네. 일전에 우물에 갔다가 젊은 하녀를 만났지. 그녀는 물동이를 이어 줄 사람을 기다리는 눈치였어. 나는 그녀를 도와주었고, 그녀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갔지.
5월 17일
그동안 많은 사람과 사귀었지만 아직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지 못했네.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고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네.
나는 훌륭한 한 분을 사귀게 되었네. 법무관으로 성실한 인물이야. 그 분이 무려 아홉 명의 자녀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마음이 흐뭇해진다는군. 특히 큰딸은 소문이 자자하더군. 법무관이 놀러오라고 초대했으니 조만간 한번 방문할 예정이라네.
6월 16일
나는 어떤 여성을 알게 되었는데, 그녀가 나를 완전히 사로잡고 말았어. 그녀는 로테라고 하네. 그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무튼 나는 지금 매우 행복하다네. 이지적이면서도 소박하고 꿋꿋하면서도 상냥하고, 착하고 친절하고, 정말 발랄하면서도 침착한 여성이라네.
얼마전 젊은 친구들이 무도회를 연다고 하기에 나는 기꺼이 참석하기로 했지. 로테의 춤추는 모습 또한 감동적이었어. 나는 로테와 춤을 추었지. 그때 한 부인이 스쳐 지나가며 위협하듯이 손가락을 하나 쳐들어 보이고 “알베르트”라는 이름을 대는 것이 아닌가. 나는 로테에게 그가 누구냐고 물었지. 그는 로테와 약혼한 사람이나 다름없다고 하더군. 나는 당황했네.
지평선 위에서 번개가 번쩍이더니 소나기가 내렸어. 잠시 후 소나기가 멎자 손님들은 저마다 짝을 지어 저택 이곳 저곳을 거닐기 시작했네. 로테와 나는 조용히 창가로 다가가서 하늘을 바라보았네. 소나기가 멎은 대지는 상쾌했지. 로테는 창틀에 팔꿈치를 기댄 채 차분하게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어. 그러더니 하늘을 쳐다보고 이어서 나를 바라더니 눈물을 글썽거렸어. 그녀는 자기 손을 내 손에 포개고 “클로프슈토크”(독일계몽주의 시인)라고 말했어.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그녀의 손등에 키스했네.
6월 29일
그저께 이 고장의 의사가 법무관을 찾아왔어. 그때 마침 나는 로테의 동생들과 땅바닥에 앉아 놀고 있었어. 내 등에 기어오르는 녀석도 있었고 나를 놀려대면서 도망치는 녀석도 있었지. 한참 야댠법석을 떨고 있던 참이었어. 그런데 그 의사선생은 점잔을 빼는 그런 인간류이어서 내 꼴을 한심하게 생각한 모양이야. 그러더니 법무관 집 아이들이 원래 버릇이 없는데, 나 때문에 완전히 망쳤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다녔지.
빌헬름! 이 세상에 아이들만큼 내 마음의 가까운 벗은 없다네. 성경말씀을 되새기곤 한다네. “너희가 어린아이처럼 되지 않으면...”
7월 8일
우리는 모두 발하임에 다녀왔네. 여자들은 마차를 타고 갔지. 나는 로테의 눈길을 찾아 부지런히 나의 눈길을 돌렸다네. 그러나 로테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느라고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네. 다른 사람들과는 일일이 눈인사를 하면서도 내게 눈길 한번 주지 않더군. 결국 나는 단념할 수밖에 없었어. 슬픈 마음으로 우두커니 서 있는데 역시 그녀의 눈길은 야속하리만큼 나를 지나쳐 버리는 것이 아니겠나. 그날 로테는 한번도 나를 보지 않았어. 그리고 마차는 떠나 버렸어. 어느덧 눈에는 눈물이 괴기 시작했네. 마차를 탄 채 사라져 가는 로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우두커니 서 있었지. 그런데 갑자기 로테의 얼굴이 마차의 창밖으로 나타났어. 과연 로테는 나를 보기 위하여 고개를 내밀었던 것일까?
7월 18일
사랑이 없는 세상은 어떨까? 불꺼진 램프를 램프라고 할 수 있을까? 오늘은 로테에게 갈 수가 없었다네. 어떤 모임에 붙들려 빠져 나올 수가 없었기 때문이지. 그래서 하인을 보냈어. 하인이 로테에게 갔다왔을 때의 기쁨이란 나는 그의 목을 얼싸안고 뽀뽀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었네.
7월 26일
로테를 너무 자주 만나지 말아야겠다고 몇 번이나 마음속으로 다짐했는지 모른다네. 그러나 이런 결심이 며칠이나 가겠는가. 내일만은 절대로 가지 말아야지 다짐하지만, 날이 밝으면 어떤 이유를 찾아서라도 로테에게 간다네.
로테의 약혼자, 알베르트
7월 30일
마침내 로테의 약혼자가 돌아왔다네. 그는 씩씩하고 잘난 신사이므로 누구든 그에게 호감을 갖는다네. 다행스럽게도 그를 맞이하는 자리에 나는 없었다네.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가슴이 갈갈이 찢어지고 말았을 걸세. 그가 돌아오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지만, 나의 기쁨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네. 정말 나는 어리석기 그지없는 인간이라고 할 수밖에 없네.
8월 10일
알베르트는 결코 내 행복을 빼앗으려 들지 않네. 알베르트와 함께 산책하면서 로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즐겁다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이보다 더 불행하고 우스꽝스러운 일도 없을 걸세. 알베르트는 로테 어머니가 몹시 훌륭한 분이라고 하더군. 로테 어머니는 이 세상을 떠날 때 아이들과 집안살림은 로테에게 맡기고 알베르트에게는 로테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겼다더구만.
8월 12일
어젯밤 알베르트에게 들렸네. 그의 방에서 서성거리다 보니 권총 한 자루가 얼른 눈에 띄더군. 그에게 권총을 빌렸네. 그는 권총을 장식용으로 가지고 있는 것뿐이라고 기꺼이 빌려주더군. 나는 그와 자살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네. 그는 정말 이성적인 사람이었어.
8월 21일
아침마다 괴로운 꿈에서 깨어나면 로테가 그리워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라네. 밤이면 밤마다 꿈속에서 만나는 로테. 둘이서 나란히 손을 마주 잡고 앉아 몇 번이고 고개 숙여 그 보드라운 손등에 입맞춤하는 나.
8월 28일
오늘이 내 생일이었네. 이른 아침에 알베르트로부터 소포를 받았다네. 포장을 풀어보니 분홍색 리본이 들어 있더군. 로테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의 가슴에 달려 있던 리본이었어. 리본과 함께 작은 두 권의 책을 보냈더군. 호머의 책이었어. 나는 리본에 여러 차례 입을 맞추었지. 돌이킬 수 없는 지난 날의 행복한 추억을 되새기면서.
9월 3일
나는 떠나야 한다! 벌써 이 주일 전부터 그녀를 떠나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 그리고 알베르트는... 나는 떠나야만 한다.
9월 10일
나는 지금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며 아침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아아, 로테는 지금 편히 잠들어 있겠지. 나를 다시는 만나지 못하리라는 것을 생각지도 않고 말야. 떠나기 직전까지 마음을 굳게 먹고 그런 눈치를 보이지 않았지.
어젯밤에 나와 알베르트와 로테 우리 세 사람이 만났네. 로테와 단둘이 있을 때였어. 로테는 우리가 저 세상에서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물었고, 나는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네. 내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네.
제2부 마침내 로테를 떠나
1771년 10월 20일
어제 이 곳에 도착했네. 빌헬름! 비로소 운명이 나에게 커다란 시련을 안겨 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네. 차차 나아질 걸세. 친구, 자네 말이 옳아. 고독만큼 위험한 것은 없어.
11월 26일
어쨌든 그럭저럭 이 곳에서 지낼 수 있을 것 같네. 일거리가 끊이지 않고 계속되니 정말 고맙지 뭔가. 그동안 C백작과 알게 되었다네. 높은 식견과 덕망을 갖춘 분으로서 사귀면 사귈수록, 존경하게 되는 분이지. 언젠가 그가 내게 일을 부탁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부터 우리는 친해졌어.
12월 24일
최근에 나는 산책 길에서 B양을 알게 되었다네. 딱딱한 일상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사는 사랑스런 여자라네. 얘기를 나누는 동안 무척 호감이 가더군. 그녀는 이곳 태생이 아니라, 큰어머니 댁에 살고 있더군.
1772년 1월 20일
사랑하는 로테! 나는 지금 당신에게 편지를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찬 눈보라를 피해 누추한 시골 농가의 작은 방에 있습니다. 최근에 나는 여성다운 여성을 한 사람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당신과 어찌 그리도 닮았는지요. 그녀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햇살이 빛나는 오후를 틈타 뜰의 아름다움 풍경 속을 거닐곤 한답니다. 그때마다 나는 당신 이야기를 해준답니다. 그러면 그녀는 당신에게 경의와 찬사를 보내지요. 이제 그녀는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아 그리운 집, 정다운 그 방에서 당신 곁에 앉아 있을 수만 있다면... 정말 아름답고 그리운 추억들입니다.
2월 20일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부디 하나님의 축복이 당신들 두 사람에게 내리기를.
알베르트, 당신이 나를 감쪽같이 속인 데 대하여 감사하고 싶소. 나는 두 사람이 언제 결혼할지 그 날짜를 알려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오. 그 날이 되면 로테의 실루엣그림을 벽에서 떼어버릴 작정이었소. 그런데 두 사람이 이미 부부가 되었고, 그것은 여전히 벽에 걸려 있구려. 남의 아내가 된 여자의 그림을 걸어 두고 있다니, 하기야 안될 까닭도 없지만 말이오. 나는 당신들 곁에 있을 것이오. 만일 로테가 나를 잊는다면 아마 나는 미치고 말거요. 알베르트, 안녕! 천사, 로테여 부디 안녕!
3월 24일
나는 궁정에 사직원을 제출했네. 자네들의 양해를 얻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하네. 아무튼 나는 떠나야겠어. 어머니에게는 자네들이 잘 말씀 드려주게. 이 부근에 사는 공작과 함께 그의 영지로 가서 아름다운 봄을 함께 지내기로 했다네.
5월 25일
전부터 나는 한가지 생각을 갖고 있었다네. 그것이 실행하지 못했으니 이제 털어놓겠네. 실은 오래 전부터 싸움터에 나갈 생각을 해왔었지. 공작을 따라 이곳에 온 목적도 실은 거기에 있었다네. 공작은 장군이라네. 어느날 산책 길에 내 계획을 털어놓았더니 나를 만류하더군. 듣고 보니 그분의 말이 옳았어.
6월 11일
아무래도 이 곳에 더 이상 머물 수가 없을 것 같네. 공작은 진심으로 잘 대해 주지만 나는 왠지 불만스럽고 지루할 뿐이야. 다시 생각해보니 공작과 나 사이에는 공통된 점이 하나도 없어. 앞으로 일 주일만 더 머물 예정이네. 그런 다음에는 다시 정처 없는 방랑의 길을 떠나겠어.
다시 로테에게로
9월 4일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자, 내 몸과 마음에도 가을이 찾아 들었네.
이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자네한테 어떤 농가의 젊은이에 대하여 이야기 한 적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어제 다른 마을로 가는 도중에 뜻밖에도 그를 만났지 뭔가. 그가 내게 들려준 기막힌 사연을 자네에게도 들려주고 싶구만.
여주인을 향한 사랑이 불처럼 타오르자, 한 젊은이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며 어디에 마음을 두고 살아가야 할지 조차 알 수 없어졌다더군.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고 잠 잘 수도 없었다는 거야. 그래서 그녀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지만, 그녀는 그의 하소연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는군. 그가 완력으로 그녀를 끌어안고 입맞춤을 했을 때, 공교롭게도 그의 오빠가 나타났다지 뭔가. 그러잖아도 전부터 그를 마땅치 않게 여기던 오빠는 그를 내쫓아 버렸지.
9월 6일
단념하기 어려웠지만 나는 로테와 처음 만나서 춤을 추었을 때 입은 간소한 푸른 색 연미복을 벗어놓기로 결심했네. 보기에 낡았기 때문이야. 그래서 똑같은 것으로 한 벌 더 맞추면서 노란 조끼와 바지도 주문했네.
10월 30일
그동안 나는 수백 번이나 그녀를 껴안고 싶어했다네. 그녀의 가장 사랑스런 모습이 눈앞에서 어른거리고 있는데도 손을 뻗을 수 없는 이 기분을 오직 하나님만이 알아주실 걸세.
11월 15일
빌헬름이여! 진심어린 말로 충고해준 우정에 정말 감사하고 있네. 하지만 지금 제발 이대로 내버려두었으면 좋겠어. 지칠대로 지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버틸 힘이 남아 있으니까. 나는 종교를 높이 평가하고 있네. 종교는 지친 사람들에게 등대와 같지. 그러면 내게도 위로의 등대가 되어줄까?
11월 21일
나를 쳐다보는 그녀의 정다운 눈길, 그 눈길이 담고 있는 뜻은 과연 무엇일까? 때때로 나의 격한 감정 표현을 받아주는 그녀의 호의는 도대체 뭘까? 어제 내가 돌아갈 때 그녀는 손을 내밀며 말했어. “안녕히 가세요. 사랑하는 베르테르씨!” 사랑하는 베르테르라니. 나는 혼자서도 그 말을 백 번도 더 되풀이했어. 그러다가 어제밤 잠자리에서 “안녕히 주무세요, 사랑하는 베르테르씨!” 이렇게 말한 뒤 혼자 웃고 말았네.
11월 24일
로테는 내가 괴로움을 얼마나 애써 참고 있는지를 알고 있지. 오늘, 그녀의 눈빛에서 그런 마음을 읽을 수 있었네. 그녀의 집을 찾았을 때, 때마침 그녀는 혼자 있더군.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네. 그녀가 피아노 앞에 앉았네. 그녀의 매혹적인 입술이 움직이며 속삭이듯 달콤한 목소리가 멜로디를 따라 흘러 나왔네. 오늘따라 유난히 맑고 깨끗한 매혹적인 입술. 나는 '거룩한 하늘의 영들이 감도는 입술에 감히 키스를 하지 않으리'라고 맹세했네. 그러나 내 마음은 그와 반대였다네. 과연 이것이 죄가 되는 일일까?
11월 30일
나는 이제 제정신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네. 점심 때 나는 시냇가를 따라 걸었지. 식욕은 없고 모든 풍경이 황폐해 보였네. 멀리 초록빛 옷을 걸친 사람이 보였네. 바위 틈을 헤집고 다니면서 약초를 찾는 것 같더군. 그 사나이는 내 발소리를 들었는지 뒤돌아보더군. 그 표정에는 어딘가 어두운 그림자가 깃들여 있는 것 같았어. 선량한 인상을 풍기는 평범한 남자였어. 나는 그의 옷차림을 보고 별로 신분이 높은 사람은 아니라고 느꼈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네. 그는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대며 대답했네. “제 애인에게 꽃다발을 선사하기로 약속했답니다. 제 애인은 다른 것은 얼마든지 가지고 있어요. 그녀는 부자니까요.” 그는 하늘을 우러르며 주르르 눈물을 흘렸어. 가엾은 사나이! 하지만 나는 그가 부럽다. 그는 자신의 여왕님을 위해 희망차게 집을 나섰는데, 나는 희망도 목적도 없으니.
12월 1일
지난번 이야기한 행복하면서도 불행한 그 남자는 로테의 아버지의 서기였다고 하더군. 로테를 남몰래 사모하다가, 마침내 사랑을 고백했고, 그 때문에 쫓겨났다는군. 그리고 끝내는 미쳐버린 거지. 알베르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이 이야기를 들려주더군.
12월 4일
오늘 로테의 어린 동생이 내 무릎 위에 앉아 인형에게 옷을 입히고 있었지. 어느새 내 눈에 눈물이 괴었네.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을 때 그녀의 결혼 반지가 눈에 띄더군. 내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릴 때, 그녀는 내가 꿈에도 그리워하던 멜로디를 치기 시작했네. 나는 조용히 추억을 더듬어 보았네.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을 왔다갔다하며 그 옛날의 괴로웠던 나날을 되새겨 보았지. 나는 너무 괴로워 그녀가 피아노를 그만 치기를 요구했네. 오 하나님이시여! 나의 불행을 여기서 그치게 해주소서.
엮은이가 독자에게
나는 우리의 친구 베르테르의 마지막 며칠을 증언할 자필 기록이 남아 있었으면 했습니다. 나는 그를 아는 사람들로부터 자료를 모으기 위해 많은 애를 썼습니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서로 일치하고 있습니다.
알베르트의 친구들은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알베르트는 오랫동안 바라던 행복을 붙잡게 되자, 그 행복을 계속 지키기를 원했는데, 베르테르는 그런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알베르트는 누구보다도 로테를 사랑했습니다. 또한 로테가 훌륭한 여성으로 누구에게든 인정받기를 진심으로 원했습니다.
로테의 아버지는 병에 걸려 방안에서 지내게 되었기 때문에, 로테를 데려오라고 마차를 보냈습니다. 로테는 맑게 개인 겨울날 그 마차를 타고 갔습니다. 첫눈이 수복이 쌓여 주위가 온통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베르테르는 로테의 뒤를 쫓아 떠났습니다. 알베르트도 그녀의 뒤를 따랐습니다.
베르테르가 그녀의 집으로 들어섰을 때 로테가 노인을 달래고 있었고, 집안 분위기는 어수선했습니다. 농부 한 사람이 맞아 죽은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피살자는 어느 미망인의 머슴이었습니다. 전에 있던 머슴이 말썽을 일으켜 쫓겨났다는 등 여러 가지 추측이 있었습니다. 베르테르는 범인은 얼마 전에 자기와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바로 그 머슴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막 가까이로 다가가자 마을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광경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베르테르는 끌려오는 범인을 쳐다보았습니다. 역시 베르테르의 생각대로였습니다. 그는 베르테르에게 말했습니다. “아무도 그녀를 차지하지 못해요” 이 사건은 베르테르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베르테르는 어떡하든 이 불행한 사나이를 구해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나이에게는 아무런 죄도 없다는 것이 베르테르의 생각이었습니다. 마침내 베르테르는 그 사나이를 위해 변론을 해 줄 생각으로 법무관을 찾아갔습니다. 그 곳에는 이미 알베르트가 와 있었습니다. 베르테르는 약간 언짢은 기분을 누르며 열심히 자기의 생각을 말했습니다. 그러나 법무관은 조금도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베르테르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누군가가 그 사나이를 도망치게 도와줄지라도 모른 척 해달라고 사정했습니다. 마침내 알베르트가 끼여들어 법무관의 편을 들었습니다. 베르테르는 결국 두 사람의 완강함에 압도되고 말았습니다. 그는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을 느끼면서 그곳을 떠났습니다.
포근한 저녁이었고 눈이 녹기 시작한 날씨였기 때문에 로테와 알베르트는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습니다. 알베르트는 일부러 베르테르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앞으로 그를 덜 만났으면 좋겠소.” 베르테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불행한 사건은 더욱 어렵게 되어 갔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하면서도 다가갈 수 없는 슬픈 사랑을 버리지 못한 베르테르. 그의 마음과 삶에 대해서는 남아 있는 그의 몇 통의 편지가 증명해 줄 것입니다.
베르테르의 마지막 족적 - 한 방의 총성
12월 12일
사랑하는 빌헬름! 때때로 나는 내 자신도 알 수 없는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힌다네. 내가 좋아하는 발하임의 골짜기가 온통 물에 잠겼다지 뭔가. 그렇다면 로테의 집은 어찌 되었을까? 나는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네.
12월 14일
벗이여! 나는 내 자신이 겁나네. 그녀를 향한 내 사랑은 거룩하고 깨끗한 사랑이 아니던가. 그런데 꿈을 꾸었지 뭔가. 나는 그녀를 꼭 안은 채 사랑을 속삭이며 그녀의 입술에 뜨거운 키스를 한없이 퍼부었네. 역시 나는 떠나버리는 것이 좋을 듯 싶네.
이 세상을 떠나려는 베르테르의 결심은 이 무렵 더욱 굳어진 모양입니다. 12월 21일 월요일 아침 베르테르는 로테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습니다. 그 편지는 그가 죽은 후에 그의 책상 위에서 발견되어 로테에게 전해졌습니다. “로테, 마침내 결심했습니다. 당신이 이 글을 읽으실 때면 나는 무덤에 누워 있을 것입니다. 지난밤은 무섭고도 고마운 밤이었습니다. 마침내 죽을 결심을 한 밤이었으니까요.”
저녁 6시경 베르테르는 마지막으로 로테를 찾아갔습니다. 로테는 혼자였습니다. 베르테르와 로테는 타오르는 빰을 맞대었습니다. 그는 두 팔로 그녀를 휘감고 입술에 미친 듯 키스를 퍼부었습니다. 그녀는 몸을 뿌리치고 일어났습니다. 로테는 옆방으로 뛰어가 문을 잠가 버렸습니다. 베르테르는 그녀를 붙잡으려다가 바닥에 엎어진 채 울고 또 울었습니다. 이윽고 베르테르는 문 앞에서 돌아섰습니다. “안녕, 로테! 영원히!”
이튿날 하인이 커피를 들고 방에 들어갔을 때 그는 로테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 편지는 전날의 편지에 이어 계속 씌어진 것이었습니다. “사랑하는 로테, 제발 어제밤 일은 용서해 주십시오! 오오 나의 천사여! 당신은 영원히 나의 것입니다! 알베르트, 남편. 내가 사랑하는 당신을 남편의 팔에서 나에게로 빼앗아 온다는 것이 죄라구요? 좋습니다. 나 스스로 나에게 벌을 주겠습니다. 오오, 로테, 나는 먼저 갑니다. 우리는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날 겁니다. 나는 당신을 꼭 닮은 당신의 어머니께 내 마음을 털어놓을 것입니다!“
11시경 베르테르는 하인에게 알베르트가 돌아왔는지 묻고 짤막한 편지를 전해달라고 하인의 손에 건네주었습니다.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데 권총을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로테는 간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여러가지 생각이 로테를 괴롭혔습니다. 알베르트가 돌아왔을 때 로테는 당황한 기색으로 그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남편의 고귀한 마음, 애정, 친철한 태도에 그녀의 마음은 한결 가라앉았습니다.
베르테르의 심부름을 하는 하인이 찾아와 알베르트에게 편지를 전했습니다. 알베르트는 로테에게 총을 하인에게 주라고 말했습니다. 로테는 베르테르가 부탁한 권총을 내려 먼지를 털었습니다. 그리고 내키지 않는 기분으로 하인에게 총을 건네주었습니다.
베르테르는 그 하인에게 식사를 하라고 이른 다음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의 손을 거쳐 권총이 내 손에 들어왔습니다. 아아, 나는 당신의 손에 죽기를 열망했는데 아아, 이렇게 되다니요. 로테, 이다지도 당신 때문에 마음을 태우는 이 남자를 설마 미워하지는 않겠지요.”
식사 후에 그는 빗속을 한참 거닐다가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 집으로 돌아와 편지를 썼습니다.“빌헬름이여! 그럼 잘 있게. 사랑하는 어머니! 이 못난 불효자를 용서하세요. 알베르트씨, 부디 당신들의 행복이 되찾아지길 바랍니다. 언제나 하나님의 축복이 당신에게 있기를.” 하인의 방은 이 집 사람들의 침실과 마찬가지로 안채의 맨 뒤쪽에 있었습니다. 열 한 시가 넘은 시각이었습니다.
“하나님 마지막 순간에 이런 평온과 힘을 허락해주신 은혜를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운 사람이여! 나는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봅니다. 오, 로테 당신을 생각나게 하지 않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군요. 당신의 정다운 실루엣 그림을 남겨두고 가렵니다. 나는 몇 천 번도 넘게 이 그림에 키스했습니다. 잘 간직해 주세요. 당신 아버지께는 내 시체를 보살펴달라는 편지를 드렸습니다. 교회묘지의 맨 안쪽 밭 한구석에 보리수 두 그루가 있지요. 나는 그 옆에 잠들고 싶습니다. 로테, 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습니다. 당신을 위해 죽을 수가 있다니 행복합니다. 이제 탄환을 재었습니다. 열 두 시를 치는 소리가 들리는군요. 자, 그럼. 로테, 안녕! 안녕! 안녕!“
이웃 사람들이 총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조용해졌기 때문에 별 의심을 품지 않았습니다. 아침 6시하인이방으로들어왔습니다. 순간 하인은 바닥에 쓰러진 주인의 모습과 권총 그리고 피를 보았습니다. 하인은 의사와 알베르트에게 달려갔습니다. 베르테르의 소식을 접한 로테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베르테르의 복장은 단정했습니다. 가죽 장화를 신고, 노란 조끼 위에 푸른 연미복을 걸치고 있었습니다.
낮 12시 가느다란 숨을 쉬던 베르테르는 끝내 숨을 거두었습니다. 밤 11시경 베르테르의 시체를 유언한 장소에 묻어주도록 법무관은 지시했습니다. 일꾼들이 유해를 운반했고 늙은 법무관과 그의 아들들이 유해를 따랐습니다. 성직자는 한 사람도 따라가지 않았습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문학만큼 여성을 사랑했던 위대한 문호
세계 문학사에 뛰어난 업적을 남긴 요한 볼프강 폰 괴테. 그에게 여성이란 언제나 창조적 삶의 원천이며 영원한 남성의 지도자였다. 괴테는 일생 동안 많은 여성과 사랑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 여성들을 통해 많은 것을 얻으면서 더 높은 정신적 단계로 비약해 나아갔다. 새로운 사랑을 위해 과거의 여성들을 버렸던 그의 행동은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경험들이 괴테의 천부적 자질과 함께 훌륭한 문학 작품들을 완성시키는 원동력이 된 것도 사실이다.
젊은 시절의 괴테는 1774년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집필했다. 그는 1772년 여름 베슬러에서 법관 부프의 집을 자주 드나들며 그의 딸 샤를로테를 사랑하게 됐다. 그녀는 당시 불과 16살이었고 이미 외교관 캐스트너의 약혼녀였다. 괴테는 그녀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정열을 느껴 그녀에게 강제로 키스까지 했지만 샤를로테는 자신에게 우정 이상은 바라지 말라고 했다. 괴테는 그들의 곁을 도망치듯 떠나 고향인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왔다. 반년 후 그곳에서 그는 베슬라에서 일어난 예루살렘의 자살 소식을 들었다. 즉, 불행하게도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던 예루살렘은 자신의 고뇌를 견딜 수 없어 하필이면 캐스트너에게 빌린 권총으로 자살을 했던 것이다. 이 사건은 괴테의 체험과 연결되어 작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형상화됐다.
괴테의 사랑은 그가 74세의 노령으로 19세의 처녀를 보고 마음이 흔들릴 만큼 거의 일생동안 대단히 정열적이었고, 지속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진지하게 사랑했고, 인간의 한계를 넘을 만한 뛰어난 예지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나 슬픔이라는 감정에 기꺼이 스스로를 내맡길 수 있는 존재이기도 했다.
풍부한 경험과 다재다능함을 지닌 청년
1748년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난 괴테는 어린 시절 교양 있고 여유 있는 생활을 누렸다. 그의 아버지 요한 카스파르 괴테는 은퇴한 법률가였으며, 어머니는 프랑크푸르트 시장의 딸로 양친 모두가 괴테에게 귀족들과의 교분을 터준 셈이었다. 16세가 된 괴테는 아버지의 모교인 라이프치히 대학에 입학해 법학을 공부했다. 이곳에서 그는 C.F.겔러트와 슈토크, A.F 외저 등을 만나면서 문학과 미술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나 1768년 중병에 걸려 학업을 포기하고 귀향해야 했다. 회복기를 거쳐 괴테는 슈트라스부르크에서 법학 공부를 계속했고, 이 시기가 그의 문학과 인생에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 우선 그는 여기서 시인이며 비평가인 J.C 헤르더를 만나게 됐다. 이 만남을 통해 괴테는 그의 자유분방한 정신과 독창적이고 신선한 이론들을 접하게 됐다.
괴테의 삶에서 중요한 또 한번의 전환점은 바이마르 여행이었다. 여기서 그는 영주인 카를 아우구스트 공의 신임을 얻어 많은 공직을 수행하면서 여러가지 정사에 관여했고, 결국 생이 끝날 때까지 이곳에 머물렀다. 그리하여 바이마르는 괴테를 중심으로 화려한 문화적 발전을 이룩하게 됐다. 괴테가 바이마르에서 지낸 동안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궁정 관리의 부인인 샤를로테 폰 슈타인 부인이었다. 슈타인 부인은 괴테에게 최초의 지적 애인으로 그의 삶을 인도하는 근본이 되었고, 그의 생활 하나하나에 자극과 영향을 준 여성이었다.
그러나 괴테는 집필 중인 여러 개의 대작들을 완성하기 위해 슈타인 부인을 떠나 이탈리아로 여행을 갔다. 이 여행에서 그는 그리스와 로마의 고대 세계를 접했고 이와 관련된 뛰어난 작품들이 나왔다. 특히 괴테의 고전주의 문학에서 대표작으로 뽑히는 『이피게니에 Ipigenie』(1779)가 이때 완성됐다. 여행에서 돌아온 괴테는 39세에 평민 출신의 소박한 처녀 크리스티아네 불피우스와 동거를시작했고, 그로부터 18년 후에야 정식으로 결혼했다. 괴테는 여성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가졌고, 또한 식물학과 광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보였다. 이러한 체험 하나하나가 모두 그의 문학 작품 속에서 정화되어 되살아났다.
쉬지 않는 노시인
결혼 후에도 괴테의 정열적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아름다운 여인 민나를 보고 사랑을 느꼈지만 스스로 이를 자제했다. 그리고 남겨진 사랑은 후에 『친화력 Wahlverwandtschaft』에 그대로 표현됐다. 또한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몇 년이 지나자 괴테는 일흔이 넘는 나이에 젊은 소녀에게 마음을 빼앗기기도 했다.
하지만 사랑만큼이나 지적 정열 또한 나이를 뛰어넘었다. 괴테가 만년에 쓴 작품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젊은 시절 집필을 시작해서 나이가 든 후에 비로소 완성된『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Wilhelm Meisters Wnaderjahre』와 『파우스트 Faust 1부』이다. 또한 괴테는 음악의 카타르시스적 효과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으며, 과학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괴테는 한때 자신의 문학작품들보다도 과학 분야의 저서들을 더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색채론 Farbenlehre』과『식물 변형론 Metamorphose der Pflanzen』이 그 대표적인 저서들로 자연과학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노인이 된 괴테는 이제 세계적인 인물이 됐고, 그가 살던 도시 바이마르는 그를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를 만나본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만년의 괴테는 완고하거나 고지식하기보다는 부드럽고 이해심이 많았으며 노령에도 불구하고 바깥 세상에 대해 늘 호기심과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노시인이 되어서도 쉼 없이 자신을 역량을 발휘하고 적극적인 삶을 살았던 괴테는 그의 모든 특별한 재능들과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앙드레 지드의 말처럼 ‘비범한 평범성‘을 지닌 사람이었다. 때문에 나폴레옹도 괴테를 만난 뒤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여기 인간다운 인간이 있다.“
▣ 더재미있게읽기위하여
동서고금의 작가들이 가장 즐겨 다루는 작품의 소재는 아마 ‘사랑’일 것이다.『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괴테 자신의 사랑의 체험이 바탕이 된 작품이다. 물론 그 바탕에는 당시 사회에 대한 비판(시민과 귀족의 갈등, 사회윤리 등)도 깔려 있지만 여기서는 베르테르의 사랑의 고뇌에 집중하고자 한다.
우선 형식적인 면을 보자. 1771년 5월 4일부터 1772년 12월 23일까지 약 1년 8개월 동안의 일을 서술하고 있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제1부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의 격정에 휩싸인 베르테르가 친구 빌헬름과 연인 로테 그리고 그녀의 약혼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띤다. 서술자가 바로 '나'인 주관적인 소설로써 독자로 하여금 베르테르의 애절한 고뇌를 느끼게 한다.
제2부의 ‘엮은이가 독자에게'라는 부분에서 ‘나’는 작중인물 베르테르가 아니라 작가 자신이다. 1부나 2부 모두 똑같은 일인칭 시점으로 서술되어 있지만 동일인물은 아니다. 그리고 표현상에서도 차이를 느낄 수 있는데 1부의 ‘나’, 즉 베르테르는 자신의 차오르는 열정을 참지 못하는, 격한 사랑에 빠진 사람의 서정적인 감정이 배어 있는 표현을 거침없이 쓰고 있는 반면, 2부의 ‘엮은이가 독자에게’에서 ‘나’는 일어난 사건을 전달하는 식의 객관적인 서술을 하고 있다.
베르테르 이미 도시를 떠날 때부터 이성보다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인물이었다. 베르테르와 로테의 사랑은 사회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사랑이었지만, 베르테르는 당시에 인습에 강하게 저항하는 인물이었다. 자신의 감정대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없는 사회의 관습과 윤리, 규범의 벽에 갇힌 베르테르의 고뇌는 그런 장벽을 뛰어넘으려고 시도하면서 비극을 잉태한다. 인습적인 사회에 합일할 수 없었던 베르테르는 친구 벨헬름에게 고독한 편지를 씀으로 자신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을 시간을 벌 수 있었지만, 결국 극단적인 방법인 자살을 택함으로써 자신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다른 의미로의 자유를 획득한다. 베르테르의 사랑은 한 개인의 비극일 수도 있지만,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당시 사회의 법과 도덕에 맞서는 사회적인 성격도 동시에 포함되어 있다.
베르테르의 변화하는 감정은 작품의 1, 2부의 자연 묘사에게 잘 드러나는데 베르테르의 섬세한 감정 표현은 완역본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1부는 봄과 여름, 짧은 가을의 모습이 아름답고 평화롭게 묘사되어 있고, 베르테르의 자살로 끝이 나는 2부는 차가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밤이라는 시간이 설정되어 있다.
혹자는 이 작품이 너무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고 해서 그 가치를 절하하려고도 하지만, 호머와 클로프슈토크, 레싱, 오시안의 글 등과 연결된 자연묘사를 함께 느끼고 읽다보면 작품 면면히 배어 있는 주인공의 심리적인 고뇌를 좀더 절절하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독자에게 괴테의 이름을 널리 알려준 이 책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이 소설은 개인적인 사랑이야기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의 원제에 보다 가깝게 해석한다면, 『젊은 베르테르의 고뇌』다. 그렇게 되면, 앞에서 언급한대로 사랑의 고뇌에 덧붙여 당시 사회를 향한 비판의식까지 더불어 생각할 여유를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에서 극히 일부요약 발췌,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 저 자 요한 볼프강 폰 괴테 Johan Wolfgang von Goethe(1749∼1832)
독일의 세계적인 대문호.『파우스트』『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등 많은 유명한 작품들을 남겼다.
▣ 요한볼프강폰괴테의생애와작품
1749 8월 28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서 태어났다.
1759 토랑 백작이 그의 집에 오래 머물렀는데, 이때 미술과 연극에 관심을 갖게 됐다.
1765 10월에 라이프치히 대학 입학. 외저, 슈토크 등 여러 예술가들과 접할 기회를 가졌다.
1766 식당 주인의 딸 케트헨과 사귀며 그녀에게 바친 시집이『아네테 Das Buch Anette』다.
1767 첫 희곡인 『연인의 변덕 Die Laune des Verliebten』을 썼다.
1768 케트헨과의 사랑을 끝냈다.
1769 희곡 『공범자들 Die Mitschuldigen』 완성
1770 슈트라스부르크 대학에서 법학공부. 그리고 헤르더와 만나면서 많은 영향을 받음
목사의 딸인 프리데리케 브리온을 만나 사랑하게 됐다.
1771 프리테리케를 위한 서정시를 많이 씀. 그러나 8월 이별.
1772 아버지의 뜻에 따라 베츨러의 고등법원에서 견습 생활. 또한 여기서 샤를로테 부프를 만나 연모하지만 약혼자가 있는 여인이었기 때문에 포기. 그러나 이 사랑은 소설 『젊은 베르테 르의 슬픔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의 소재가 됐다.
1773 『괴츠 폰 베를리힝겐 G tz von Berlichingen』 출간
1774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 완성
1775 릴리 쇠네만과 약혼하지만 반년 후 파혼. 또 칼 아우구스트의 초청으로 바이마르를 방문
1776 바이마르에 정착하기로 마음먹고, 정사에 관여
1779 『이피게니아 Iphigenia』를 완성하고 초연
1782 황제 요제프 2세로부터 귀족의 칭호를 받았다. 그리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1786 이탈리아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로마에서 고대 문화에 관심을 기울였다.
1788 바이마르로 돌아온 후 평민 출신의 크리스티아네 불피우스를 만나 동거 시작
1789 아들 아우구스트가 태어났다.
1793 연합군의 일원으로 마인츠 전쟁에 참가했다가 8월에 돌아왔다.
1794 잡지 「호렌 Horen」을 만들면서 실러와 가까워졌다.
1805 크리스티아네와 비로소 정식으로 결혼
1808 『파우스트 Faust』1부 출간. 9월에는 어머니 별세
1810 『색채론 Zur Farbenlehre 』 완성
1811 자전적 저서 『시와 진실 Dichtung und Wahrheit』 1부 완성
1815 재상으로 임명
1816 아내 크리스티아네가 병으로 사망. 『이탈리아 기행』 1부를 완결. 2부 집필
1819 『서동시집 West- strlicher Divan』출간
1821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Wilhelm Meisters Wanderjahre』 완성하여 출간
1829 『파우스트』1부를 5개 도시에서 공연. 『이탈리아 기행』 2부가 완성
1831 『시와 진실』,『파우스트』2부를 완성
1832 3월22일 82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 참고문헌
박찬기, 「괴테와 괴테 문학의 의의」, 서문당, 1991
한국 괴테 협회 편, 「파우스트 연구」, 문학과 지성사, 1986
R. 프리덴탈, 「괴테」, 곽복록 역, 평민사, 1985
강두식, 「괴테의 생애와 문학」, 박영사, 1977
▣ 글쓴이 이민수
인하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했다. 논문으로는 「크리스타 볼프의 카산드라 연구」 외에 몇 편이 있다. 현재 인하대와 서강대, 협성대에 출강중이다. 번역서로는 「사막의 우물」, 「스핑크스. 역사의 비밀」, 「괴테와 은행나무」 등이 있다. 1992년 시인으로 등단해 현재 한국문인협회회원이다. 저서로는 「미네르바의 메아리」가 있다.
<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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