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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버드와 새로운 만남
당시 나는 재그럼과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에서 일하면서 회사에 실증이 나 있었다. 그리하여 내 능력을 더욱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갈망하며 재그럼을 10년 넘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던 나는 여덟 번의 면접을 거친 후 생산부서 중 한곳의 책임자로 고용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4주 후, 나는 재그럼만의 특별한 의식처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경영자 개발과정에 안내되었다. 이것은 수석부사장인 버드 제퍼슨과 하루조일 일대일 미팅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버드의 명성만은 알고 있었다. 그의 놀라운 업적과 특이한 이력은 업계에서 이미 소문이 파다했다. 게다가 인간적인 자상함마저 갖춰 회사에서는 일반적으로 그를 신뢰하고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버드 부사장과 미팅을 위해 재그럼에서 보낸 지난 한 달의 나의 성과에 대하여 되돌아보았다. 나는 다른 직원들보다 가장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했고, 줄곧 내가 맡은 일에 몰두했으며, 행여 다른 누군가가 내 업무를 방해하는 일이 없게끔 노력했다. 나는 그렇게 완벽하게 일 처리를 하고 있는 자신을 내심 자랑스러워하고 있었고 버드로부터 칭찬 듣기를 바랬다.
조용한 회의실에서 몇 분 기다린 후 버드가 노크를 하고 들어왔다.
“이 회사가 일이 좀 많은 편이죠? 오늘 아침에도 할 일이 많으실 텐데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편하게 앉으세요.”
“톰. 내가 당신을 오도록 청한 것은, 한 가지 중요한 일이 있어서입니다.”
“당신은 한 가지 문제를 갖고 있어요. 그것은 당신이 재그럼에서 성공적으로 일하려면 해결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의 예상치 못한 말에 나는 순간 커다란 충격을 느꼈다. “한 가지 문제요? 도대체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나는 심통 난 어린 아이처럼 다소 퉁명스럽게 말했다.
“톰, 당신이 정말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기를 원합니까?”라고 버드가 물었다.
“글쎄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정말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군요.”
2. 한 가지 문제
“톰, 당신이 가진 그 문제는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알고 있으며, 당신의 아내도 알고 있고, 장모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이웃들조차 알고 있을 겁니다.” 버드는 확신에 차서 조용히 말하면서도 얼굴에는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톰!, 그런데 문제는 정작 당신이 그것에 관해 모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몇 가지 사례를 함께 생각해봅시다. 당신의 차가 고장이 나서 아내의 차를 몰고 갔다가 차에 기름이 다 떨어졌던 때 당신은 ‘아내가 알아서 기름을 넣겠지’라고 하고 미루면서 기름을 채우지 않고 집으로 돌아온 적이 있나요?”
“혹은, 휴일에 아이들과 공원에 같이 가자고 약속을 해놓고 뭔가 더 호소할 만한 것이 생기면 시시한 핑계거리를 대면서 아이들과의 약속을 취소한 적이 있나요?”
“혹은 그런 핑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성화 때문에 공원에 가면 아이들에게 짜증을 부려 아이들이 미안함을 느끼도록 만들곤 하지 않았나요?” “예, 그런 경우가 있었죠.” ‘하 참! 바쁜 시간 쪼개어 함께 공원에 가는 것이 어딘데, 그게 뭐 그리 중요한 것이라고?’ 나는 혼자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일할 때를 생각해봐요. 당신이 분명하게 주의를 주거나, 명확하게 업무지시를 하거나, 팀워크를 해치는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어떤 일은 중지하도록 쉽게 이야기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아 직원들이 일할 때 곤란에 빠지도록 그냥 놔둔 적은 없나요? 직장에서 동료가 알았더라면 정말 도움이 됐을 중요한 정보를 당신 혼자서만 간직하고 있었던 적은 없나요?
“당신은 때때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업신여기거나 무시하지는 않나요?”
“사실 제가 그들을 그렇게 심하게 꾸짖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무능하게 보일 때 당신은 그들에게 어떻게 하나요?”
“그럴 때 저는, 다른 어떤 방식으로든 그들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합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그들을 움직이기 위해 어떤 친절함과 부드러움을 내세워 구슬리거나 맞춰주려고 한 적은 없나요? 기본적으로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그들을 무시하는 감정을 가진 채 말입니다.” “실제로 저는 직원들을 공정하게 대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항변하였다. “물론, 당신이 그럴 것임을 압니다. 당신의 말대로 ‘그들을 공정하게 대하고’ 있을 때 어떤 느낌이 듭니까? 당신은 여전히 그들이 문제라고 느끼고 있지는 않나요?” “부사장님의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내 말은 이런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인내해야만 한다고 느끼나요?
관리자로 성공하기 위해서, 내키지는 않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어쩔 수 없이 억지로 노력해야 한다고 힘들게 생각하고 있느냐는 뜻입니다.
당신이 믿고 있는 어떤 사람이 게으르거나 무능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당신은 무엇을 하나요?” “나는 그들 중 몇몇 사람들에 대해서는 강한 압력을 행사합니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은 그러한 노력에 대해 잘 반응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또 다른 방식으로 그들을 아주 강하게 압박하려고 하죠. 어떤 경우에는 감언으로 부추기기도 하고 또 다른 경우에는 회유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미소를 유지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실제로 사람들을 잘 대하고 있고 협력도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미팅이 모두 끝날 때쯤에는 나는 당신이 지금과는 다르게 느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은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사람들을 잘 다루고 있는 것이 뭐가 문제란 말입니까?” 하고 나는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당신은 그들을 제대로 존중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바로 그것이 문제라는 겁니다. 내가 말하는 ‘존중’의 의미는 그들을 성장 잠재력이 있는 ‘개발지향적인 존재’ 로 인정하고 ‘자율적이며 참여적인 존재’ 로서 존중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입니다. 잘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이상의 것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당신이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그 문제는 결국 당신에게 불필요한 손해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침착하게 말했다. “ 그것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면 나는 행복할 겁니다. 나는 당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학습하는 것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관해 당신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요. 이것이 오늘 우리가 만난 이유입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춘 후에 다시 덧붙였다.
“나 역시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신을 도울 수 있답니다. 아무런 문제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지요!”
“우선, 인간과학에서 핵심이 되는 문제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자기기만과 ‘상자’
“내가 겪은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죠. 아들이 막 태어났을 때 나는 젊은 변호사였습니다. 당시 나는 전 세계 30개 은행이 관련된 규모가 큰 융자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워낙 큰 프로젝트라 많은 변호사들이 그 일에 매달렸습니다.
우리 회사만 해도 전 세계 4개 지역지사에서 뽑혀온 8명의 변호사가 참가했는데 주요 대출계약에 딸린 50여개의 계약사항을 기안하는 일의 총책임을 내가 맡고 있었습니다.” “그 프로젝트에 선임된 지 일주일 후, 나는 아내의 임신사실을 알게 되었죠. 8개월 뒤 데이비드가 태어났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나는 총력을 다해 일을 하여 아이와 편안하게 3주간의 휴가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내가 맡았던 프로젝트에서 제일 중요한 파트너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집에 아내와 데이비드만 남겨두고 떠난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막상 사무실에 도착해보니 가장 늦게 도착하여 하나 남은 21층의 접대용 사무실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거래업무 본부인 25층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죠. 매일 쉬지 않고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한 목적은 우리 회사 고객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고, 최고의 조건으로 거래를 마칠 수 있도록 훌륭한 기획서를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내가 간과했던 부분이 있었어요. 그건 내가 기안하고 있던 서류의 핵심사항이 되는 협상이 모두 25층에서 일어나고 있었다는 겁니다. 게다가 빵집에서 파는 맛없는 음식을 열흘 동안이나 먹고 난 뒤에야 25층 사람들은 24시간 내내 제공되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나에게 그 사실을 귀띔해 주지 않았다는 생각에 화가 나서 속이 부글부글 끊었습니다. 게다가 열흘 동안 두 번이나 상사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듣기까지 했어요.
한번은 최근 변경사항을 서류에 반영시키지 못했다는 것이고, 또 한번은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요.” 버드는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시선을 돌렸다.
“이제 질문을 하나 드리죠, 톰. 지금까지 내가 들려준 경험에 비추어볼 때, 그 일이 있은 후 내가 고객의 이익을 보호하고 최고의 가치를 창출해낼 거래를 체결할 서류를 기안하는 데 아무런 문제없이 내가 일에 몰두했을 것 같습니까?”
“아뇨, 딴 생각하면서 일하신 것 같은데요. 일에 몰입하여 전념하고 있었다기보다는 그냥 건성으로 일하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잘 보셨네요. 맞아요. 그런데 당시 팀장 파트너도 그 사실을 눈치 챘을까요?”
“열흘이나 그런 식으로 일하셨다면 어느 누구라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내가 딴 생각을 하며 일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에, 나를 그렇게 호되게 야단친 것이었습니다.
“당시 나는 업무에 전념하지 못했고, 팀에 동참하지도 않았고, 업무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그 거래에서 다른 팀원들에게 상황을 더 힘들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모두 사실입니다. 이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보다 더 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당신과 내가 이야기할 필요가 있는 문제입니다.”
“보다 큰 문제란 바로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보다 큰 문제의 해결책 없이는 몰입의 부족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왠지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는 나를 위한 것이었고 그는 내가 보다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이 틀림없는 것 같았다.
“톰, 내가 보인 그 끈질기고 맹목적인 무지를 가리키는 학술적인 전문용어가 있습니다. 학자들은 그것을 ‘자기기만’이라고 부릅니다. 재그럼에서 우리는 그것을 쉬운 말로 바꾸어 ‘상자 안에 있다’라고 말합니다. 우리 방식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특정한 행동을 하면서도 자신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믿으려 할 때 즉, 자기 기만할 때 우리는 상자 안에 들어갑니다. 내가 가진 문제를 스스로 깨닫지 못했던 문제를 가지고 있었는데 내가 그것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상자 안에 갇히게 된 것이죠. 조직에서 자기기만과 관련되어 일어나는 일보다 더 흔한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당신의 직장 경험을 통해 정말 큰 문제가 있었던 경우를 한번 떠올려보세요.
예를 들어, 팀워크에 중대한 장애요인이 되었던 경우를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건 매우 쉬운 일이었다. 이전에 있던 직장의 최고운영책임자였던 척 스탤리가 바로 그것에 해당되는 전형적인 인물이었다. “예, 그런 사람을 한 사람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하나 드리죠. 당신이 염두에 두고 있는 그 사람이 자신도 자신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까요?” “아니요, 확실히 그럴 리 없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죠.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다른 사람에게는 문제가 있어도 자신에게는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톰, 조직에서 자기기만과 관련된 문제는 가장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것이지만 사실상 가장 성과와 생산성 향상에 걸림 목이 되는 것이죠. 재그럼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주안점은 개인적, 조직적 차원에서 자기기만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상자밖에 있는 사람들”에서 극히 일부요약 발췌, 아빈저연구소, 역자 차동옥>
저자 아빈저연구소아빈저연구소는 철학, 심리학, 법학, 경제학, 가정학, 교육학, 사회학 그리고 행정학, 경영학 분야 등의 전공자들을 포함하는 학술협회이며, 글로벌적인 경영교육, 코칭, 컨설팅 그리고 리더십과 조직문화 개발을 위해 협력하는 조직이다. 아빈저연구소의 구성원들은 리더십과 자기기만 그리고 변화와 혁신(TRANSFORMATION)에 대한 포괄적이고 함축적인 아이디어와 원리를 기업조직, 정부기관, 지역사회 그리고 개인과 가정생활의 모든 면에 실질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며 일한다. 한국의 경우 동서양을 아우르는 리더십과 조직문화 개발을 위해 연구 노력하고 WORLD BEST를 지향한다
<방풍꽃과 풍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