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은 특히 자신의 필요를 넘어 분에 넘치는 물질을 획득하거나 소유하고자 하는 지나친 욕심이다. 이 책은 바로 그 탐욕의 선봉에 서 있는 금융 사기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증권사기ㆍ속임수ㆍ탐욕의 역사가 매우 오래 되고 널리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기 행각들은 최근에도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2008년 금융시장 붕괴 또한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단연 탐욕이 그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금융범죄가 왜 그렇게나 많이 증가한 것일까?
세월이 좋을 때는 엉터리 사업들도 다 돈을 벌게 되니 신규 투자자들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상환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이럴 때에는 폰지 사기가 계속 굴러가게 된다.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지 않으면 감독은 느슨해진다. 2008년의 금융시장 붕괴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영향을 받았고 당연히 분노했다. 그러나 이 수십 년래 최악의 경제위기는 파렴치한 불법행위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나쁘기는 하지만 범죄라고까지는 할 수 없는 탐욕, 고지식함, 실수와 단순한 어리석음의 합작품이었을까? 그런데 문제는 단순한 탐욕 정도가 아니었다. 명백한 범죄행위들이 적지 않았는데 그건 부도덕을 넘어서는 ‘불법’이다.
저자는 여러 가지 금융사기의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는 사건들과 규모, 진행기간, 방식, 악명을 기준으로 특히 주목할 만한 사건들만을 골랐다. 물론 금융사기는 결코 20세기의 발명품이 아니다. BC 15년경에도 로마 시인 파에드루스가 “수치스러운 사기행위를 하다 들킨 사람은 그 다음에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같이 2천 년 이상을 아우르는 경험에서 배운 덕에 현대 금융 사기꾼들은 더 노련해져 이전 어느 때보다도 더 큰돈을 뽑아내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을 함정에 빠뜨린다.(요약)
자본주의, 있어도 탈, 없어도 탈: 나는 월스트리트를 몰아가는 원동력이 바로 탐욕이며 이것은 역사적으로 항상 다르지 않았다는 것 또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탐욕을 가진 사람들이 쉬운 돈만 찾다 보니 때로는 규정을 악용하거나 어기게 된다.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자본주의의 기원을 설명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개념을 생각해 내고 이것이 “사람들의 개인적 이익과 열정”을 “사회 전체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간다고 했다.
그리고 로버트 하일브러너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 이익은 전체 그림의 반쪽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보통 이 반쪽짜리 자기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니 이익에 급급한 개인들이 터무니없는 이득을 얻기 위해 사회 전체를 쥐락펴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바로 그 규제 장치가 경쟁, 즉 시장에서 자기 이익을 찾아 움직이는 사람들 간의 이해 충돌이다. 자기 이익만 추구하며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사람은 경쟁자들이 몰래 끼어들어 자기 사업을 빼앗아 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의 이기적 동기는 상호작용을 통해 가장 예상치 못했던 결과, 즉 사회적 화합으로 변화된다.” 다시 말하자면 경쟁이 탐욕의 제동장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훔치고, 속이고 약자들을 등치는 게 아니다. 반대로 가치를 창조하고 교환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뭔가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냄으로써 개개인이 자신의 삶의 질 역시 향상시키는 것이다. 진정한 자본주의는 개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증대시키도록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전체의 이익도 증대시킨다. 대형 금융범죄로 유죄선고를 받은 샘 안타르(지금은 개과천선했다)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 바 있다. “민주주의의 초석인 자본주의 자유시장 경제체제의 중요한 기둥은 금융정보의 진실성이다. 신뢰할 수 있는 금융정보가 없다면 자본주의는 존속할 수 없다. 금융정보의 진실성은 건전한 내부 관리와 기본적인 금융정보에 대한 일반인들의 접근 용이성 등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다. 잘 교육받고 숙련되고 경험 있는 회계사가 자본주의 체제의 가장 중요한 방어선이라 할 수 있다.”
사기와 협잡은 금융정보의 진실성을 훼손함으로써 시장을 붕괴시키며, 사기꾼과 협잡꾼들이 들키지 않을 수 있다고 믿을 때 발생한다. 경제역사가 찰스 킨들버거는 수요가 공급을 결정한다는 케인즈 법칙에 따라 협잡도 수요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었다. 호황기에 돈을 벌게 되고 개인들이 탐욕스러워지면 사기꾼들이 득세하면서 그 탐욕을 이용한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는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소규모 기업 주식을 위한 자본주의: 사기와 소규모 상장기업은 실과 바늘처럼 늘 따라다닌다. 기소되는 사건 중 소규모 회사와 관련된 사건의 비율이 다른 것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다. 소규모 회사 주식사기 게임에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승자와 패자가 등장하며 이 이야기는 몇 막에 걸쳐 펼쳐진다. 드라마, 서스펜스 스릴러, 코미디와 같은 요소들도 있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이 비극으로 끝나게 마련이다. 모든 연극과 마찬가지로 사기극에도 등장인물들이 있다. 그중 일부인 회사 CEO 등이 주연급이고 회계사나 변호사 같은 이들은 중요한 조연 역할을 한다. 흥행사들은 광대 노릇을 하기도 하지만 대개 악당 역할을 하며 어떤 때에는 그들이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연극의 전체 주제는 탐욕이다. 소자본 기업들의 저가 주식을 시장에서 매매하면서 사람들은 매일 엄청난 돈을 벌거나 잃는다. 소형주 시장 참가자들이 정확히 얼마만큼의 돈을 벌어들이는지는 알 수 없다.
남들이 악당이지 나는 아니야: 인간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역사는 적어도 산업혁명 이후로 자본주의와 자유시장 경제가 부와 높은 생활수준을 창출했음을 지속적으로 증명해 왔다. 자본주의는 경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정보가 자유롭게 유포되지 않거나 허위 정보들이 진짜 행세를 하게 되면 훼손된다. 그래도 우리 누구나 남들은 못하지만 자신은(합법적으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거나 우월한 수단(더 나은 분석, 더 나은 판단, 더 나은 직관 등)을 갖고 있어 남들이 팔 때 사거나 아니면 남들이 사려고 달려들 때 팔아서 이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자본주의에는 어쩔 수 없이 승자와 패자가 있지만 공정한, 즉 협잡이 없는 시스템이라면 우리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갖게 된다. 하지만 주사위와 저울을 조작하거나 부당한 방식으로 결과를 좌우하려 드는 사람들을 피할 수 없다. 바로 그때가 탐욕이 범죄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탐욕의 위험_ 모두 쉽게 돈을 벌려는 욕심 때문
오늘날 다수의 증권 사기들은 역사적 사기 사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들이다. 사기꾼들은 거의 400년 동안 기술을 갈고닦았다. 종이를 증권 혹은 채권으로 인쇄해 자기도 갖고 친구들에게도 나눠줬으며, 친구들은 그 종잇조각들을 돈으로 만들었으니 주식을 만지는 사람들은 2,500년 이상 이루지 못한 연금술의 꿈을 이제 달성하고 있는 셈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페르시아, 중국, 그리스와 로마의 사람들이 값싼 금속을 금으로 바꾸려는 허망한 시도를 한 이래로 사람들은 아무 가치가 없는 것을 값진 것으로 바꾸기 위해 애써왔다. 이제 그 연금술을 기업가, 흥행사 그리고 투자은행가들이 달성했다.
경우에 따라 합법적일 때도 있으며 합법인지 불법인지 명확한 선을 그을 수 없을 때도 자주 있다. 이번 장에서는 사기꾼들에게 부과하는 막중한 처벌을 살펴보고, 온갖 역사적인 교훈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기 사건이 많은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자.
유혹과 위험: 돈을 쉽게 벌고자 하는 유혹은 크다. 또 그에 따르는 위험도 마찬가지다. 『형사법 통계 자료집』에 따르면, 사기사건들은 대부분 선고 지침을 적용해 판결하는데 그중 징역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62.5%에 이른다. 금융범죄에서는 사기 금액이 거의 언제나 형량 결정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금융 사기꾼, 숄램 웨이스는 도주했다가 궐석재판에서 845년 징역형과 함께 배상금, 벌금 등으로 1억3,300만 달러를 추징당했다. 그는 결국 체포되어 수감되었다. 숄렘 웨이스의 석방 예정일은 2754년 으로, 현재 연방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으며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이에 비해 살인죄에 대한 처벌은 관할구역에 따라 10년 밖에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시장에서 주식을 매매했거나 ‘너무 좋은’ 조건에 속아 사기에 말려들었을 뿐 어떤 식으로도 범죄에 관여하지 않아, 탐욕 빼고는 죄가 없는 투자자들 경우에는(불법 공매도에 손대지 않는 한) 보통 손실 위험이 자신이 투자한 금액 범위 내에 제한되어 있다. 힘들게 번 돈을 다 잃고 아무 값어치 없는 종잇조각을 붙들고 있는 형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돈을 빌려 투자를 한 경우라면 빚더미에 앉거나 파산까지 할 수 있다. 실제로 버나드 L. 매도프 투자증권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그 종잇조각들 때문에 엄청난 손해를 봤다. 펀드들의 경우에는 75억 달러, 개인 투자자들은 5억4,500만 달러에 달하는 피해 규모로 사상 최대 금융사기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퇴직금을 날리거나 집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악덕 기업인이나 변호사와 같이 서비스를 제공한 이들의 경우에는 부담해야 하는 위험이 더 커서, 그동안 모은 재산뿐 아니라 장기간 일신의 자유까지 잃게 될 수가 있다.
숄램 웨이스의 845년 형은 특별히 형기가 긴 경우지만 이들 외에도 비폭력적인 화이트칼라 범죄를 저지른 많은 이들에 대한 형량이 점점 더 장기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2009년 10월 리처드 하클리스는 연방 지방법원으로부터 100년 징역형을 언도받았다. 그는 수백 명의 투자자들로부터 6천만 달러 이상을 투자받아 그 중 3,900만 달러 이상을 날려 버린 캘리포니아 폰지 사기의 주모자였다.
사기에는 징역형 말고도 또 다른 함정이 있다. 때로는 작은 실수가 애써 키운 회사를 망하게 하고 회사 주식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 뿐 아니라 회사 간부들을 10~20년간 감옥에서 살게 하고 투자자들의 손실 회복을 위한 벌금과 보상금으로 엄청난 금전적 책임도 지게 만든다. 예를 들어 컴퓨터 어소시에이츠의 경우, 회계사기를 통해 주가를 부풀린 간부들은 자기들이 거둔 이익보다 몇 배가 넘는, 거의 8억 달러에 이르는 배상금 지급 명령을 받았다.
왜 위험한 짓을 할까?: 이처럼 기업가, 브로커, 투자자, 거래인 등 관련자들이 그런 위험에 직면해 있다면 도대체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 왜 그런 수렁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것일까? 한 마디로 하면 ‘탐욕’, 두 마디로 하자면 ‘쉬운 돈’ 때문이다. 주식 게임 참가자들은 본인이 뭐라 꾸며대든 결국에는 다 쉬운 돈을 원하고 있다.
기업가들이 주식을 공개하는 것은 사적으로 조달할 때보다 회사 가치를 더 높여 더 많은 투자금을 받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는 또 은밀히 자기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아 자기 지분을 현금화하기를 바란다. 한편, 투자자들은 주식을 매입가의 서너 배에 팔아 투자금에 대한 큰 이익을, 그것도 가능한 한 빨리 얻기를 기대한다.
브로커들은 거래해 봤자 주당 몇 센트 버는 데 그치는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이 재미없는 대형주보다는 마진, 커미션, 수수료를 그보다 몇 갑절 더 챙길 수 있는 품목들을 찾는다. 시장조성자와 트레이더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서비스의 대가를 주식으로 받으려 하는 주식 판촉 및 서비스 제공자들은 받은 주식을 가능한 한 재빨리 시장에 되팔아 서비스 대가를 돈으로 받는 일반 거래에서보다 훨씬 높은 수수료를 챙기려고 한다.
증권사기는 규모를 막론하고 온갖 기업들이 다 자행하고 있으며 그중에는 시가총액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대형주 기업들도 있지만(엔론이 그 대표적 사례), 다양한 종류의 증권사기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쪽은 시가총액이 작고 주가가 저렴한 주식들이다. 이런 주식들이 가장 조작하기 쉽기 때문이다.
<“금융 사기꾼”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데이비드 사르나 지음, 역자 최정숙님, 미래의창>
▣ 저자 데이비드 사르나
35년 이상의 경영 컨설턴트와 하이테크놀로지 기업들의 중역으로 일하였으며, 현재 하이테크놀로지 기업인 헨든 스탬포드 힐 앤 코Hendon, Stamford Hill & Co.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여러 신생 기업들의 창립 멤버로 활동한 그는 기술 분야의 탁월한 전문가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 네트워크Microsoft Developers Network의 창립 지부장이며, 4권의 책을 저술하고 120여 편의 기사를 기고하였다. 또한 폭스TV, CNN, MSNBC와 같은 주요 언론사들로부터 상을 받아 온 인기 있는 방송인이기도 하다. 현재 EyeOnTheCloud.com, GoogleGazer.com, GreedWatcher.com과 같은 블로그들을 운영하며 대중과 지식을 나누고 있다. GreedWatcher.com에서는 보안 사기, 돈세탁, 내부자 거래, 폰지 사기, 펌프&덤프, 화이트칼라 범죄 등 금융 사기의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 역자 최정숙
이화여대 독문과 졸업. 한국외신기자클럽 사무국장을 역임하였으며 로이터통신 온라인 선임기자로 근무하였다. 현재는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하고 있으며 대표 번역서로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 『우리는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 딸 알파걸로 키우기』, 『극한의 협상, 찰나의 설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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