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의미
세계의 중심으로서 집: 인간은 지구상에서 어느 곳에도 특별히 매여 있지 않게 된 까닭에 고향을 잃어버렸다. 인간은 위협적으로 달려드는 세계에서 영원한 망명자가 되었다. 이것이 현대인이 직면한 위험이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이 위험에서 인간의 과제가 탄생한다. 인간이 자신의 공간에서 다시 중심을 찾는 게 중요하다면 인간의 본질 실현이 그런 중심의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면, 인간은 더 이상 중심을 주어진 것으로 보지 말고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며, 자발적으로 중심에 서서 모든 외부 공격을 막아내야 한다. 이로써 중심의 창조는 인간의 중요한 과제가 된다. 그리고 그 과제는 인간이 자신의 집을 짓고 거기에 거주함으로써 실현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집과 내적인 관계를 구축해 집이 우리에게 든든한 발판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거주: 거주란 특정한 장소를 집으로 삼아 그 안에서 뿌리를 내리고 거기에 속해 있다는 뜻이다. 맨 먼저 생텍쥐페리가 『성채』에서 거주의 의미를 강조했다고 여겨진다. “나는 커다란 진실을 발견했다”고 적은 그는 “사람들이 집에서 살고 있다는 것, 사물이 사람들에게 주는 의미는 그들이 사는 집의 의미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거주는 다른 여러 행동들과 비슷하게 내키는 대로 저지르는 행위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을 규정하는 행위이며 인간과 세계의 관계 전체를 결정하는 행위이다. 인간은 집에 거주하면서 자신의 참된 본질을 실현할 수 있다.
안도감의 공간: 집은 인간에게 든든함을 주는 곳이다. 따라서 거주의 문제는 집의 문제로 압축된다. 인간은 집에서 자유롭고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고 평화를 얻을 수 있다. 체험공간에서는 집의 경계를 이루는 담, 혹은 일반적으로 거주 구역의 경계선으로 인해 불연속의 요인이 발생한다. 이로써 공간은 뚜렷하게 구분되는 두 영역으로 분리된다. 집의 담은 대규모 일반 공간으로부터 특별하고 사적인 공간을 떼어냄으로써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으로 구분한다.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이라는 두 영역은 체험 공간 전체 구조의 기본을 이루고, 나아가 인간 삶의 기본이 된다.
살기 좋은 공간
살기 좋은 집의 본질의 몇 가지 특성은 금방 추려낼 수 있다. 우선 주거 공간은 격리된 인상을 주어야 한다. 인간에게 바깥세상으로부터 피난처를 제공하는 것이 집의 과제라고 한다며, 이는 주거 공간의 양식에서도 표현되어야 한다. 공간의 크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커다란 공간은 자칫 안락하지 못한 느낌을 주기 쉽다. 비교적 작은 공간은 아늑해 보이지만 너무 작으면 오히려 답답한 인상을 받게 된다. 공간에 가구를 비치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가구는 휑한 느낌이나 너무 꽉 찬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공간을 채워야 한다. 공간에 비치된 가구에서는 그것을 애정을 갖고 구입해 간수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어야 한다. 공간을 살기 좋게 만드는 것은 사람이 내뿜는 분위기이다. 편안하고 친근한 타인의 집은 오로지 매력으로만 우리를 사로잡지 않는다. 그런 곳은 친근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 자신을 되찾게 함으로써 우리를 변화시킨다.<“인간과 공간”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오토 프리드리히 볼노 지음, 역자 이기숙박사, 에코리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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