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 속에 생긴 빈자리
누군가를 잃었을 때, 우리의 삶 속에는 빈자리가 생깁니다. 식탁에서도, 교회의 옆자리에도 사랑하는 이의 자리는 비어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남으로써 그와 연관되어 따라오는 온갖 종류의 상실 때문에 고통은 더 커집니다. 일상의 생활, 사랑하기, 일하기, 예배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두 영향을 받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상실의 슬픔뿐 아니라 결코 가져보지 못했거나 갖지 못할 것에 대한 슬픔도 불러 일으킵니다.
이러한 상실은 특히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어떤 사람들과는 멀어지고, 어떤 사람들과는 더 가까워집니다. 행동양식도 변하게 될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닌 것 같아요”라는 말을 합니다. 특히 당황스러운 경험은, 가끔씩 멍하니 생각이 멈춰버린다는 것입니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슬픔 속에서 감각을 잃어버리는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납니다.
사랑하는 이의 사망소식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은 대부분의 사람을 마비상태로 몰아갑니다. 그의 죽음이 갑작스러웠다면 무감각 상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그것은 마치 누군가에게 마취를 당하는 것처럼 자연스레 일어나는 방어체계입니다. 이러한 방어체계는 신경계를 마비시키고 비현실감을 가져옵니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는 목적지를 잃은 사람처럼 방황하게 됩니다.
슬픔에 대한 질문들
무감각의 시기가 지난 후에는 분리의 고통이 따라옵니다. 이 상태에서는 떠나버린 사람이 돌아와 주기를 간절히 바라게 됩니다. 그의 모습이나, 음성, 그의 냄새, 그가 대문으로 다시 걸어들어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입니다. 이때의 고통은 워낙 커서 차라리 충격상태나 무감각의 단계로 되돌아가고픈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런 때 우리는 반사적으로 ‘왜’라고 질문합니다. 반면에 ‘왜’라고 질문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양쪽 다 정상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질문하는 것 이상입니다. 그것은 일종의 항의이고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절규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욥도 열여섯 차례나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왜?’라는 질문은 ‘난 설명이 필요해요. 난 응답을 듣고 싶어요.’라는 말입니다. 거기에 응답이 없으면 분노가 쌓입니다. 그렇지만 어떤 대답을 들었다고 해서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라고 질문하는 일을 주저하지 마십시오. 욥의 경우, 그는 묻고 또 물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침묵은 천둥소리보다 더 무거웠습니다. 켄 가이어의 말입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할 때 하늘의 음성은, ‘잠잠하고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고 말씀하시지, ‘잠잠하면 이유를 알 것이다’라고 하시지 않습니다. 먼 훗날에 ‘이해’라는 성례가 점차적으로 베풀어질 것입니다.”
눈물의 의미
이런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고통을 위해 마련하신 하나님의 선물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눈물이 바로 그것입니다. 어쩌면 한번도 울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눈물을 보이는 것에 두려움을 갖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린 울도록 지음을 받았습니다. 슬플 때 우는 것은 당연한 반응입니다. 상실을 당한 무렵에는 노아의 홍수 때처럼 한없는 눈물에 잠기게 됩니다. 울고 또 웁니다. 이런 상태가 끝없이 지속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엔가 구름이 걷히고 땅에 물기가 마르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러다가도 다시 폭풍우가 찾아옵니다. 그러나 결국은 조금씩 조금씩 맑은 하늘이 되돌아오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 잃어버린 사람을 지속적으로 생각하다가 잊어버렸다가 하는 변화를 마음속으로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어느 땐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생각을 마음 속에서 멈출 수 없습니다. 이때 몹시 곤핍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당신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십시오. 그들이 당신과 함께 울어줄 수 있습니다. 기억해야 할 사실은, 언젠가는 더 이상 눈물이 필요없는 날이 온다는 것입니다.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씻기시매 다시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계 21:4)
<“마음껏 슬퍼하라”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노만 라이트 지음, 역자 금병달 목사, 김정진 사모, 노란숲>
애기똥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