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어느 때나 그 시대의 지배적인 감정이 있기 마련이다. 20세기의 처음 절반은 불안의 시대였고, 그런 감정적인 풍조는 프로이트에 의해 포착되었다. 프로이트는 합스부르크 제국 당시의 죽음과도 같은 고통과 1차대전의 공포, 그리고 그 뒤의 혼돈의 시기를 살았다. 그는 수백 년간 군림하던 세계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용트림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전통적인 가치관이 무너지고 미래가 예측 불가능한 시대는 불안이 지배하는 시대다. 불안은 프로이트가 자기 환자들을 통해 목격한 주된 감정이었으며 당시의 글, 영화, 그리고 그림의 주요 주제였다. 프로이트가 모든 신경증과 거의 모든 인간의 행동이 불안에서 비롯된다고 믿은 것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닌 것이다.
반면 우리 시대는 통제 불가능성과 무력감의 시대다. 우리의 가치관은 안정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 문학, 현재 인문학으로 통하는 것, 그리고 치료사들이 진료소에서 목격하는 현상들을 지배하는 것은, 전에는 결코 권리를 부여받지 못했던 개인과 집단들이 무력감에서 벗어나 힘을 쟁취하려는 안간힘이다. 우울증은 무력감, 개인적인 실패, 그리고 힘을 쟁취하려는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 결과로 생성되는 감정이다. 우리 시대의 지배적인 감정은 우울증과 슬픔이며, 불안은 각주보다 더 중요하긴 하지만 중심무대에서 밀려났다.
유행병: 요즘 이런 종류의 우울증이 유행하고 있으며 그 피해자는 대개 여성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970년대 말, 생물정신의학자인 제럴드 클러맨(Gerald Klerman)의 주도 하에 미국정부는 2개의 주요 정신병 연구를 후원했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가장 놀라운 변화 중 하나는 우울증의 평생유병률, 즉 평생 동안 최소한 한번 이 병에 걸려본 적이 있는 인구의 비율이다. 확실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 질환에 걸릴 가능성은 높아진다. 예컨대 다리가 부러질 확률, 곧 부러진 다리의 평생유병률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올라간다. 늙어갈수록 다리가 부러질 기회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연구만큼이나 잘 진행된 다른 한 연구는 과학자들에게 함부로 ‘유행병’이라고 단정할 권리를 주지 않는다. 여기서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세기가 지나면서 우울증이 크게 증가했음을 보여주었다. 중증 우울증은 요즘 훨씬 더 심각할 뿐 아니라, 그 희생자들을 그들 인생의 한층 이른 시기에 공격한다. 만약 1930년대에 태어나고 그 이후 어느 시기에 우울증이 걸린 친척이 있는 사람의 첫 번째 우울증은 평균적으로 30~35세 사이에 찾아오기 쉽다. 반면 1956년 출생자의 첫 번째 우울증은 10년 더 빠른 20~25세 사이에 닥칠 것이다. 중증 우울증은 그것을 한번 겪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의 약 절반이 재발하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10년 더 치러야 하는 우울증의 사투는 그야말로 눈물의 바닷길이 된다.
젊은 나이에 우울증 사례가 더욱 많아지는 이런 흐름은 1990년대에 들어서도 계속 이어진다. 14세에 이를 때쯤 그들은 4.5%가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했다. 더 어린 청년들은 상황이 훨씬 더 안 좋았다. 14세에 그들은 7.2%가 우울을 경험했다. 초강대국의 국민으로서 전례 없는 번영과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는 미국인들이 평균적으로 전례 없는 심리적 불행의 희생자일지도 모른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어느 경우든 이것은 우울증이 ‘유행병’이라고 말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아픈 당신의 심리학 처방전”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마틴 셀리그만 지음, 역자 권오열님, 물푸레>
참골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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