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매체 속의 남자들
‘전형적인’ 남성의 이미지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TV를 켜보라. 거기에 그런 남자들이 나온다. 어떤 채널에서든 결혼생활에 무능한 남자가 나오는 시트콤을 일주일 내내 볼 수 있다. 대체로 그들은 몸매관리도 안하고 무례하며 셔츠와 넥타이를 잘 맞춰 입지도 못한다. 그런데 그런 그들에게 늘 아름다운 아내가 있다. 그게 말이 되는가. TV 속의 이런 인물들은 매번 당연한 벌을 받는다. 그들이 융통성 없고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이고 거만한 남자이기 때문이다. 망신을 당한 후에야 그들은 정신을 차린다. 시트콤에 나오는 대부분의 아내가 하는 역할은 남자들이 결혼생활에서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뿐이다.
나는 <유브갓메일>이라는 영화에서 맥 라이언의 상대역으로 나온 톰 행크스의 역할을 보며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이상적인 결혼생활에 전형적으로 남녀가 엇갈린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했다. 행크스는 라이언의 색다른 시점을 퇴출하려고 위협하는 오만한 대기업의 사업가로 나온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이메일을 주고받는 익명의 친구 사이가 되고, 눈뜨고 못 봐 줄 정도로 거만하던 그는 사랑에 빠지면서 세심하고 사려 깊은 이해심 많은 신사로 변해간다. 간단히 말하면 완벽한 배우자감이 된다. 여성관객을 겨냥한 대부분의 영화처럼, 이 영화는 할리우드가 어떤 식으로 남성행동의 기준을 제시하는지 보여주는 고전적인 사례다. 그리고 그 기준은 순전히 여성의 시각에 맞춘 것이다. 부부가 그 영화를 보고 난 후 각자 어떤 생각을 할지는 뻔하다.
여자는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아, 이 영화 너무 근사해. 톰 행크스가 사랑에 빠져서 점점 ’인간‘답게 되어가는 과정이 정말 마음에 들어.’ 남자는 어떤 생각을 할까. ‘흠, 서둘러 집에 가면 야구 중계의 마지막 기회는 볼 수 있겠다.’ 남자의 머릿속 한구석엔 이런 소리도 들릴 것이다. ‘흠, 내가 톰 행크스와 조금만 비슷했어도 결혼생활이 좀 더 행복했을 텐데.’ 하지만 모든 남자가 톰 행크스와 같을 수는 없다. 그것은 말도 안 되는 기준이다. 아마 톰 행크스도 영화 속 톰 행크스와는 분명 다를 것이다.
여자가 말하는 남자의 유죄 혐의
아내가 남편에게 하는 불평 중 많은 부분이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차이가 유독 여자들을 미치게 한다, 원인이 선천적인지 교육 때문인지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과 아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에 관해서라면, 남자가 쇼핑보다 집에 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원인이 환경 탓이냐 자궁 내에서 노출된 호르몬 탓이냐 하는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남자들’의 행동방식이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모든 남자가 이런 전형적인 성격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남성의 행동방식에 관한 사회행동학 연구를 보고 내가 내린 결론은 그렇다. 이것은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관찰방식이라고 여겨주길 바란다. 이런 특징 때문에 여자는 항상 남자가 자신과 다르다고 불평을 하는 것이다.
여자는 이렇게 말한다 “남자는 친밀한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아요.”
사회활동을 하는 남자의 목표는 인간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다. 인간관계를 발전시키는 일은 목표달성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두 남자가 만났을 때 그들은 상대방과 위계질서를 확립하려고 한다. 그것은 아마 야생의 법칙일 것이다.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숫양이 싸워서 권력을 차지하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 사람에게도 그런 본능의 일부가 살아있는데 특히 남성에게 또렷이 남아있다. 『남자를 토라지게 하는 말, 여자를 화나게 하는 말』의 저자인 데보라 태넌은 이렇게 말한다. “(남자들 사이에서) 지위의 핵심적 요소는 비대칭이다. 그들은 평등한 게 아니라 서열상 각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저자는 그런 성향을 여성의 사고방식과 비교하면서, 여성의 사고방식은 “결합의 본질적 요소가 균형이며, 구성원은 다 평등하고 서로 똑같이 가깝다고 느낀다”라고 주장한다. 사고방식의 이런 차이를 알고 나면 남성이 왜 친밀한 인간관계를 쌓으려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남자의 이런 성향을 이해하지 못하면, 아내는 남편을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사람으로 취급하게 된다. 하지만 현명한 아내라면 남편에게 자신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그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가르쳐줄 것이다. <“행복한 남편의 비결”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스콧 할츠만 · 테레사 포이 디제로니모 지음, 두드림>
▣저자
스컷 할츠만 스콧 할츠만 박사는 브라운대학교에서 영어와 생물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예일대학교의 심리학 특별연구원과 전문의로 있으면서 아내 수잔을 만났다. 브라운대학교에서 정신의학과 인간행동을 연구하는 임상의학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NRI 커뮤니티서비스의 의료 책임자이기도 하다. 미국 정신과학회 회원이며 SecretsofMarriedMen.com의 설립자이자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또한 로드아일랜드에서 개인 상담과 부부 상담을 하는 한편 인터넷에서도 남성과 부부생활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다.
테레사 포이 디제로니모 테레사는 『10대들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을 얘기하는 법』과 조시-베이스 출판사의 『얘기하는 법(How to Talk)』 시리즈를 포함해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많은 책을 썼다. 뉴저지의 윌리엄패터슨대학교의 영문과 외래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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