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손아귀에 놀아난 황제_ 안녹산과 당 현종
‘안산의 난’은 역대 최고의 흥성을 누린 당 왕조를 몰락의 길로 이끈 결정적인 사건이다. 대반란의 배후에는 한 여인, 즉 그의 의모가 있었다. 안녹산은 원래 범양절도사의 수하로 있다가 우연한 계기를 통해 당 현종의 중용을 얻어 평로절도사로 발탁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범양절도사까지 겸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지고무상한 권력을 지닌 황제의 눈에만 든다면 무한한 부귀와 권세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하여 안녹산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 당 현종의 환심을 사는 데 전력하였다.
안녹산은 배가 무릎에 닿을 만큼 뚱뚱했는데, 어느 날은 당 현종이 그 배를 가리키며 놀리는 투로 물었다. “그대의 배에는 대체 무엇이 들어있기에 그리도 큰가?” 이에 안녹산이 자못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오직 폐하에 대한 충성이 들어 있을 뿐입니다.” 당 현종은 매우 흡족하여 껄껄 웃었다고 한다. 안녹산이 당 현종의 비위를 맞추고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당 현종의 애첩 양귀비였다.
당 현종은 양귀비에 대한 총애와 안녹산에 대한 신임의 표시로 양귀비의 형제자매와 안녹산으로 하여금 의형남매를 맺도록 했다. 그런데 안녹산은 양귀비를 포섭하고 궁중 출입의 편리를 위해 그녀의 수양아들이 되길 청했다. 이때 양귀비의 나이가 29세, 안녹산은 40세였다. 아들이 모친보다 나이가 많은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양귀비가 황제의 아내이므로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 당 현종은 이를 허락했다.
당 현종과 양귀비가 함께 할 때면, 안녹산은 언제나 양귀비에게 먼저 절을 올린 후에야 당 현종에게 절을 올렸다. 당 현종이 이를 이상히 여겨 묻자 안녹산은 이렇게 대답했다. “저희 호인들은 먼저 어머니에게 예를 갖춘 후에야 아버지께 예를 올립니다. 그저 저희 호인의 습관에 따랐을 뿐입니다.” 이에 당 현종은 더 이상 따지지 않고 그대로 하여도 좋다고 허락했다. 사실상 당 현종은 안녹산의 가식과 모반지심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채 하루하루 멸망을 앞당기고 있었다.
안녹산은 당 현종과 양귀비의 환심을 얻기 위해 어떠한 일도 서슴지 않고 행했는데,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천보 10년(751년) 정월 1일, 안녹산의 생일에 당 현종과 양귀비가 각각 대량의 의복과 보물, 술, 음식 등을 하사했다. 이 같은 대우는 왕족이나 귀족들조차도 평생에 한번 누릴까 말까 한 파격적인 대우로 당 현종과 양귀비가 안녹산을 얼마나 총애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로부터 3일 후, 후궁 연회에 초대된 안녹산은 양귀비가 만들어놓은 커다란 기저귀를 두르고 아기 흉내를 내며 궁녀들과 어울려 놀았다. 양귀비와 궁녀들이 즐거워하는 웃음소리가 후궁 밖으로 퍼져나갔다. 그 소리를 들은 당 현종은 친히 왕림하여 그에게 또다시 큰 선물을 내렸다고 한다.
안녹산은 양귀비와의 특수한 관계 덕분에 조정에서 점점 더 큰 대우를 받게 되었다. 천보 7년(748년) 6월, 당 현종은 안녹산에게 철권(鐵券: 신하가 특권을 누릴 수 있음을 증명하는 증서)을 내린 데 이어, 천보 9년(750년) 5월에는 동평군왕에 봉했다. 당 왕조에서 장수를 왕에 봉한 일은 전례 없던 일이었다. 같은 해 8월, 안녹산은 또 하북도 채방처치사를 겸하게 되었고, 천보 10년(751년) 정월에는 안녹산이 하동절도사를 겸하게 해줄 것을 청하니 당 현종이 이를 허락했다. 그해 2월, 당 현종은 현임 하동절도사 한휴민을 좌익임장군으로 발령하고 안녹산을 후임으로 임명했다. 이로써 안녹산은 평로, 범양(북경), 하동 지역의 절도사를 겸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천보 10년, 안녹산은 광대한 근거지와 10만 병력의 힘을 이용하여 도당을 결성하고 세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안녹산이 누린 권세로 보아 의모의 위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안녹산은 양귀비를 의모로 모시기 전부터 당 현종의 중용을 얻었다. 그러나 아무런 배경도 없는 호인 출신인 그가 한족 중심의 관료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그는 당 현종이 가장 총애하는 여인 양귀비를 출세의 보증수표로 삼은 것이다. <“권력의 숨은 법칙”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리정 지음, 역자 이은희님, 미래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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