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無가 만들어 내는 ‘없다’와 ‘있다’의 역설
잡스에게 ‘무언가가 없다’는 말은 곧 ‘엄청난 가능성이 있다’는 말로 뒤집어진다. 좌절과 무기력함이 아니라 흥분과 환희의 감정이다. 규정된 것이 없고 제한된 것이 없으니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새로운 자유의 세계이자, 무엇이든 시작하면 창의적이게 되는 아주 ‘멋진 환경’인 것이다. 이런 ‘멋진 환경’은 잡스의 삶 자체에도 고스란히 적용되었다. 남들이 봤을 때 그가 경험한 최악의 시기, 즉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나는 민망하고 허무한 시기에 ‘멋진 환경’이 시작된다.
“나는 서른 살에 애플에서 쫓겨났다. 그것도 아주 공개적으로 말이다. …… 나는 당시 공공연한 실패자였고, 결국 실리콘밸리로부터 떠나 버릴까 하는 생각도 하곤 했다. 하지만 무언가가 천천히 나를 일깨워 주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여전히 나의 일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애플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들은 일에 대한 나의 사랑을 조금도 변화시키지 못했다. 나는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사실 그때는 몰랐지만 애플로부터의 해고는 나에게 일어날 수 있었던 사건들 가운데 최고의 사건이었다. 성공한 사람이라는 중압감을 벗어나서 ‘다시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홀가분함을 느낄 수 있었고, 모든 것을 아주 가볍게 생각할 수 있었다. 또한 이를 통해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창조적인 시간의 한 시기로 접어들 수 있었다. 나에게 일종의 ‘해방’과 같은 것이었다.
- 《Stanford Commencement Address》 (2005)
다시 잡스의 시선에서 보자면 ‘애플에서 해고된 사건’은 ‘애플에서 해방된 사건’이었다. 또한 자신을 짓누르는 ‘중압감’이 ‘홀가분’으로 순식간에 변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나는 바로 그 순간에 홀가분하게 해방된 사람이 되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는 창의적인 사람이 된 것이다. 이제껏 내가 사용해 왔던 모든 도구와 방법을 완전히 없앤 후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생각해 보는 것, 내가 일궈 왔던 모든 성과와 결과물은 완벽하게 배제한 후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해 보는 것. 이 시기야말로 가장 ‘창조적인 시기’이다.<“CEO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자 스티브 잡스를 말하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이남훈 지음, 팬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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