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회사들이 내보내는 각종 광고를 보면 돈을 쓸수록 많은 선물을 받을 것 같은 착각을 하기 십상이다. 카드를 많이 사용할수록 ‘착한 소비자’로 대접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카드회사가 주는 온갖 부가서비스와 포인트 혜택을 보면 카드란 많이 쓸수록 득이 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여기에 정부까지 나서서 카드를 쓴 만큼 연말정산에서 소득공제를 해주고 있으니 ‘카드 사용을 권하는 사회’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하지만 금융상품들이 정교한 기술을 통해 이윤을 창출해 내듯이, 신용카드 또한 카드회사가 고안해 내는 기묘한 방정식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도록 유혹한다. 그들의 영업 전략을 찬찬히 뜯어보면 쓴웃음이 나오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대형 A카드회사의 영업 행태를 보자. 이 카드회사가 내놓은 이른바 ‘데이 마케팅’은 한때 상당한 고객몰이를 했다. 이 카드회사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택한 방법은 요일에 따라 기름값과 레스토랑 음식값, 책값 할인까지 다양한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없는 덫이 깔려 있다. 당장 카드회사는 요일별 할인 혜택을 신기할 정도로 잘 짜맞춰서 구성했다. 카드회사가 지정한 요일별 혜택을 이용하려면 자신의 생활 패턴을 그들이 짜 놓은 마케팅 퍼즐 속에 정확히 집어넣어야 한다. 책은 월요일에 사야 하고, 영화는 목요일에 봐야 하며,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가서 외식을 하려면 화요일에 맞춰야 하는 식이다. 이렇게 생활 패턴을 맞추기도 힘들지만, 더욱 흥미로운 점은 요일과 그에 맞춘 혜택이 이상하게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카드회사가 내놓은 요일별 혜택을 대다수 사람들 삶의 패턴과 비교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먼저 책을 살펴보자. 대개 사람들은 금요일이나 주말을 이용해서 서점에 간다. 월요병이란 말이 따로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은 휴일을 쉬고 나서는 피로증후군을 느낀다. 월요일 근무를 하고 나면 일찍 들어가서 쉬든지, 직장 동료끼리 술 한 잔을 곁들이고 싶어 한다. 머리도 아픈데 월요일부터 서점을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신문이 책 소개 지면을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싣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술 마시는 날을 목요일로 맞추는 사람은 많아도 할인 혜택을 받으려고 목요일에 영화를 보러 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이를 뒤집어보면, 이는 모두 카드회사들이 만들어 낸 기묘한 방정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그들은 사람들의 요일별 구매 패턴을 꼼꼼히 조사하고 이러한 퍼즐을 구성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종류를 해당 요일에 맞추기 위해 얼마나 노력 했을지 궁금할 정도이다. 자신들이 내미는 요일별 혜택을 사람들이 해당 활동을 가장 많이 하는 요일에 제대로 맞춘다면 득이 될 게 없다는 걸 아는 것이다. 교묘하게 소비의 혜택을 최소화해서 소비자들의 혜택 이용도를 줄이는 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다.
카드회사들이 내놓은 혜택의 할인율에도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카드회사가 내건 할인율이 15%라고 가정해 보자. 하지만 그들이 내건 할인 수치를 맹신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카드회사들이 만든 수학의 덫에 제대로 걸려든 ‘착한 소비자’이다. 일단 할인 받을 수 있는 이용 횟수엔 제한이 없지만, 카드회사들은 다음 단계에서 함정을 파 놓았다. 최대 할인 금액에 상한선을 설정해 놓은 것이다. 회당 몇 천원, 또는 월간 최대 몇 만원 등 최고 할인액을 정해 놓는다. 결국 소비자들이 할인받을 수 있는 한도는 건당 15%가 아니라 평균 몇 천 원 정도에 그친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카드회사들이 만드는 마케팅 기술을 제대로 이용하는 것은 웬만한 머리를 갖지 않고서는 힘들다는 결론이 나온다. 소비자들에게 치밀한 소비 행동이 요구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과연 그럴까? 카드라는 물건은 기본적으로 소비 행동에서 사용이 최대한 쉽도록 고안된 것이다. ‘긁는 데’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정교한 소비 행동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다. 카드회사들 말로는 자기네가 선의로 고객을 위해 다양한 유인과 혜택을 부여한다고 하지만 그 대부분은 어쩌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 있다. 그들이 깔아 놓은 덫에 빠지지 않는 방법은 소비자 스스로가 똑똑해지는 수밖에 없다.<“은행의 거짓말”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김영기, 김영필 지음, 홍익출판사>
대구 팔공산 자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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