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갈 때 절대로 믿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 봤더라도 못 본척해야 하는 게 있다. 예금에서는 최고금리요, 대출에서는 최저금리다. 최고와 최저라는데 왜 이리 부정적으로 얘기하는지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금융회사들이 말하는 최고와 최저금리는 사실상 극소수에게만 제공되는 금리다. 일반 서민들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보통 은행들이 예금을 내놓으면 최고 연 5.0% 같은 형태로 광고를 한다. 물론 최고가 연 5%정도라면 기본 금리는 연 3%대에서 출발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우대금리를 받기 위한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어렵다.
일반적으로 신규 고객이나 첫 거래 손님에게 우대금리를 듬뿍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예금에서의 최고금리는 기존 거래 고객에게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대출금리도 마찬가지다. 주택담보대출을 보면 최저 X.XX~O.OO%라는 금리 범위가 제시된다. 이 가운데 최저금리는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금리다. 최저금리에 대출을 받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예 한 명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고금리와 최저금리는 금융회사들이 내세우는 허울 좋은 구실에 불과하다. 일단 최고금리와 최저금리를 보고 찾아온 고객을 구슬려 예금에 가입시키거나 대출을 받게 하는 게 목적이다. 일종의 ‘낚시 금리’다. 최고와 최저라는 단어는 미끼인 셈이다. 고객 입장에서도 힘들게 찾아왔는데 그냥 돌아가기는 어렵다. 다소 실망은 하지만 결국 이거라도 어디냐며 상품에 가입하게 마련이다.
금융회사는 이처럼 고객을 향해 절대 소박한 마음으로 대하지 않는다. 다양하면서도 정교한 수학의 마술이 금융 상품 곳곳에 숨어 있다. 결국 그들이 만드는 수학의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고객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것이 불가능하면 최소한 부지런하기라도 해야 한다.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인터넷이나 전화로 해당 상품을 꼼꼼히 따져 보고 가야 한다. 요즘은 인터넷에 상품 소개, 금리 등이 자세히 나와 있지 않은가. 이것만 제대로 살펴봐도 헛수고를 피할 수 있다. 최소한의 발품을 파는 것, 이것은 현대를 살면서 금융회사를 대하는 고객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라 할 수 있다.<“은행의 거짓말”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김영기, 김영필 지음, 홍익출판사>
'독서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진 재상과 현명한 군주 (0) | 2011.11.02 |
---|---|
인문학자 스티브 잡스! (0) | 2011.11.02 |
내가 옳고 당신이 틀렸어 (0) | 2011.11.02 |
플라스틱머니의 함정 (0) | 2011.11.02 |
‘없다’와 ‘있다’의 역설 (0) | 2011.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