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인문학자 스티브 잡스!

[중산] 2011. 11. 2. 12:40

 

인문학이 잡스에게 가르쳤던 것 1:1 아이튠즈가 만든 ‘선한 사람들’

도대체 인문학의 무엇이 창의성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이야기일까. 보다 명쾌하게 알기 위해서는 지금의 잡스가 아니라 지금의 모습이 아닌 잡스를 생각해 보는 것이 쉬운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인문학을 잘 아는 지금의 잡스가 아닌, 인문학적 지식이 전혀 없는 평범한 IT 엔지니어 스티브 잡스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기의 원리를 연구하고 새로운 작동 방법에 골몰하는 스티브 잡스. 과연 이러한 스티브 잡스에게 없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람이다.

 

 

엔지니어 스티브 잡스는 기계와 씨름하고 그 안에서 거대한 우주를 발견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오로지 사물의 세계, 물리적 법칙일 뿐이다. 과학의 모든 것들이 들어 있다 하더라도 사람의 생각, 마음, 행동의 원리는 없다. 그런 점에서 사람에 관한 학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문학의 IT 엔지니어로서의 결핍된 존재였던 스티브 잡스를 채워 줄 최고의 학문이었다. 그 덕에 그는 오른손에 기술을, 왼손에 인문학을 들고 서로를 번갈아 보며 인문학이 결합된 기술을 만들어 내고, 기술이 반영된 인문학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잡스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 아주 멋진 통찰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아이튠즈였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뮤직 플레이어 안에 뮤직 라이브러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생각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가방 안에 책이 있고 컴퓨터 안에 파일이 있듯이 뮤직 플레이어 안에 뮤직 라이브러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잡스는 이걸 분리해 버렸다. 그의 말대로 기기들이 너무 복잡하고 쓸모없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보다 더욱 중요한 이유가 있다. 당시 횡행했던 불법 복제에 대처하는 그의 자세 때문이다. 아마도 인문학이라는 또 다른 무기가 없었다면 그 역시 평범한 IT 엔지니어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는 회로판과 물리의 세계를 벗어나 사람들의 속성과 마음을 읽었고, 그것이 아이튠즈의 탄생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불법 복제는 인터넷 시대의 사생아다. 가장 선봉에 섰던 것은 음악 파일 공유 프로그램이었던 냅스터Napster였다. 냅스터를 통해 네티즌들은 MP3 음악 파일을 불법 복제해 무료로 나눌 수 있게 됐고, 이용자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네티즌들에게 냅스터는 무료 음악의 세계로 인도하는 천사였을지 모르지만, 음반사와 아티스트들에게는 경제적 지옥을 가져다주는 악마였다. 더 나아가 숱한 예술적 고민과 노력이 마구잡이로 불법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절망을 안겨다 주기에 충분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음반 시장은 죽었다고 말했다.

 

 

그들이 내놓은 대안은 적발처벌이었다. 양심에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양심에 의거해 더 이상 복제를 하지 말라는 캠페인을 벌였다. 일반인들이 당시의 불법 복제에 대응하는 태도는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일견 매우 정상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인다.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적발을 해서 처벌하거나, 아니면 교육과 양심을 통해 계도하는 방법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전혀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그의 생각은 그 누구도 불법 복제를 막을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밥 딜런의 해적판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은 나도 들었다. 하지만 누구도 인터넷을 폐쇄할 수 없다. 또한 누구나 디지털 음악 파일의 복사본 하나만 있다면 인터넷에 업로드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는 누군가가 CD 플레이어로 재생한 아날로그 음원을 다시 디지털 방식으로 녹음해 인터넷에 업로드하는 경우다. 여러분은 결코 그것을 막을 수 없다.

- 《Newsweek》 (2006)

 

잡스는 알았다. 사람들은 절대로 불법 복제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인간의 심성을 꿰뚫어 봤던 것이다. 조건이 바뀌지 않는 이상 사람의 심성도 바뀔 수 없음을 알았다. 그는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했다. 그 결론이 아이튠즈였다. 아이튠즈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사람들이 처한 환경을 바꿨다. 새로운 도구를 준다면 사람들 역시 반드시 바뀌리라는 확신이었다. 잡스는 불법적인 행위 자체와 싸우려 하지 않았다. 불법을 행하는 사람들의 마음, 심리, 그 행동의 원리와 경쟁하고자 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새롭고 진보된 환경을 제시해 주었다. 바로 공정한 가격, 더 나은 제품이라는 최적의 환경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소비인 것이다. 적발과 처벌, 계도와 같은 방법과는 전혀 다른 방법이었다. 잡스는 아이튠즈와 인간에 대한 관찰을 다음과 같은 말로 축약하고 있다.

 

 

훔치는 것은 남의 인격을 해치는 일이다. 우리는 합법적인 대안의 제공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우리는 모든 인터넷 이용자들, 즉 진정으로 정직해지고 싶고 도둑질하기 싫어서 온라인으로 음악을 구매하려고 했지만 다른 선택의 여자가 없던 모든 사람들이 이제는 떳떳하게 음악을 구매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시간이 지나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대안이 그들에게 주어진다면 지금 음악을 도둑질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이상 그런 행동들을 하지 않을 것이다.

- 《Rolling Stone》 (2003)

그의 생각은 그대로 적중했다.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2003년 4월부터 뮤직 비디오, 영화 등을 판매한 결과 20일이 안 되어 1백만 개의 비디오 파일들이 팔렸다. 이는 합법적인 다운로드 시장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 《Rolling Stone》 (2003)

 

아이튠즈를 그저 폐쇄적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싶은 애플의 욕망으로만 볼 수는 없다. 그것은 곧 불법 다운로더들과의 심리전이었고, 그들을 거칠고 악한 환경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새로운 탈출 시스템이었다. IT 엔지니어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을 만나서 사람을 알기 시작하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가기 시작하자 사안을 바라보는 틀이 달라졌다. 처벌과 양심이라는 단선적인 틀에서 벗어나 더 나은 환경의 제공이라는 새로운 인식의 틀을 만들어 냈다. <“CEO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자 스티브 잡스를 말하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이남훈 지음, 팬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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