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울게 하는 낚시 상품들
연12% 적금의 진실은: 국내에서 영업을 제일 잘한다는 A은행. 자타가 공인하는 리딩뱅크다. 이름만으로도 이 은행의 예금에 가입하고 적금을 찾는 사람들이 수백, 수천만 명이다. 이 은행은 최근 최고 연 12%의 금리를 주는 적금 상품을 내놓았다. ‘생활의 지혜 적금 점프’라는 상품인데 이름도 그럴싸하다. 은행이 12%를 준다고 하니, 가히 놀랄 만하다.
이 상품의 구조는 이렇다. 매달 최대 30만원에다 지정된 카드 포인트로 3만원을 추가해 월 최대 33만원까지 적금할 수 있다. 금액은 적지만 금리가 높아 직장인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셈이다. 하지만 은행이 이렇게 단순하게 고객을 위해 엄청난 금리를 줄 리 없다. 그렇게 하면서 반기에만 2조원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낼리 없다. 자세히 보면 갖가지 제약 조건이 달려 있다. 기본금리가 연 3.2%인 이 상품에 가입해 12%를 받으려면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인터넷 가입부터 시작해서 카드 결제계좌 지정, 자동이체 실적 등을 모두 만족해야 0.7%p의 가산 금리를 받는다.
여기에 관계사인 카드회사의 ‘에스모어 생활의 지혜카드’를 매달 150만원 이상 사용해야 8.1%p가 더해진다. ‘150만원이라니…….’ 카드를 매달 150만원 이상 쓰기란 쉽지 않다는 것은 보통 직장인들에게는 상식이다. 아마 그렇게 쓰다가는 8% 금리를 받기 전에 파산할 것이다. 정작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포인트 적립률 부분이다. ‘에스모어 생활의 지혜 카드’ 고객 중 150만 원 이상 사용 고객은 원래 특별가맹점에서는 이용 금액의 5%를, 일반가맹점에서 2%를 매달 5만원까지 포인트로 적립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가입하면 적립률은 1.2~1.8%로 뚝 떨어진다.
포인트 적립률 인하를 제대로 반영하면 계산이 달라진다. 적금 가입 고객이 카드로 월 150만원 이상을 사용, 3만 포인트를 추가로 적금하면 1년에 총 17만원의 이자를 받는다. 하지만 적립률이 낮아 최대 60만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던 것이 최대 36만 포인트로 줄어든다. 결국 이 상품에 가입한 고객이 받는 이자와 포인트는 총 53만원으로 기존 카드를 사용해 받는 포인트보다 오히려 7만원이 적다. 결국 이 은행이 내놓은 새로운 금융 상품은 복잡한 수학 방정식을 통해 고객들을 유인해 내는 전형적인 ‘낚시 상품’이었던 셈이다. 다른 은행 상품들도 비슷하다. C은행의 ‘매직7 적금’도 월 42만 원가량을 카드로 결제하면 3%p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카드로 돈을 ‘팡팡’ 써야 제한적인 선 안에서 금리우대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서민들 입장에서는 허탈함을 지울 수 없다. 금융사의 전형적인 ‘낚시 상품’에 제대로 걸려든 것이기 때문이다. 감독당국도 뒤늦게 ‘낚시형’ 상품 조사를 나서겠다고 한 상황이다. 그러나 역시 소비자들이 똑똑해지는 수밖에 없다. 금융사들이 주는 혜택에는 절대로 공짜가 없다. 금리가 높거나 다양한 혜택을 준다고 하면 그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를 반드시 따져 볼 일이다. 금융회사는 자선 단체가 아니다.<“은행의 거짓말”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김영기, 김영필 지음, 홍익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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