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서 새로운 발견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나는 과학자들이 새로운 지식을 발견해내는 방법이 무궁무진하게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과학사에 남은 사건 다섯 가지를 골랐다. 그것은 X선의 우연한 발견, 벤젠 구조를 밝혀낼 수 있게 해준 직감, 고체의 띠구조를 발견할 수 있게 한 계산식들, 생물지리학 탄생에 영감을 제시한 탐험들, 그리고 천연두 백신을 개발하게 한 관찰과 실험 같은 것들이다. 천연두 백신 사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너는 우두로 알려진 가벼운 병을 앓는 소젖 짜는 여성 환자를 돌보던 중에, 글로스터셔 일대에 전해지는 민간 전설(우두에 걸린 여성이 앞으로 자신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전해 들었다. 이 말을 기억 속에 묻어두었던 제너는 때가 되자 이 사실을 더 자세히 확인해보고자 했다.
당시 천연두는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던 질병으로서, 전염성이 매우 강하며 대개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병이었다. 치료법도 전혀 없었고, 살아남은 환자들도 대다수가 몸이 추하게 변하거나 시력을 잃지 않으면 정신병자가 되었다. 그 당시에 알려진 유일한 예방법은 천연두를 앓는 사람 몸에 생긴 물집에서 뽑아낸 물질을 접종함으로써 일부러 감염되게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심하지 않을 정도로 발병하면, 그 사람은 다시 천연두에 걸리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자칫 잘못되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로 천연두에 심각하게 걸려 죽는 사례도 있었다.
제너는 안전하게 천연두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일이 간단하지 않았다. 한때 우두에 걸렸던 사람들이 천연두로 쓰러지는 사례가 몇 번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글로스터셔의 의사들 대부분은 그 민간 전설을 허튼 이야기라 여기고 무시했다. 제너는 의사로서 일이 안정되자 우두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다시 시작했다. 우두가 소에게, 그리고 사람에게 어떤 증상을 나타내고 병의 경과가 어떠한지 더 정확한 정보가 필요했다.
여러 해 동안 제너는 여러 낙농장에서 일어난 우두 발병 사례를 전부 자세히 관찰했고, 과거에 우두에 걸린 적이 있는 사람들도 면담했다. 동시에 제너는 우두가 천연두에 면역을 나타낸 듯했던 사례들을 체계적으로 연구했다. 그리고 면역을 나타내지 않은 사례들도 똑같이 중요하게 다루었다. 그의 동료들은 제너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너는 쉽사리 포기하지 않고 이 수수께끼를 풀 만한 단서를 계속해서 찾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기록을 들춰보다가 환자들에게서 각기 다른 증상들(물집 생김새, 겨드랑이가 부어오르는 증상, 두통, 몸살, 구토 등)이 관찰되었음을 깨달았다. 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물집이 둥글 수도 있고 불규칙한 모양일 수도 있으며, 물집이 몇 주간 계속되기도 하고 며칠 만에 없어지기도 하는 등 증상이 다양했다). 제너는 우두라고 불리는 질병이 사실은 뚜렷하게 다른 여러 질병들일 것이며, 낙농업자들은 이것을 한데 묶어서 부르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이 질병들 가운데 오직 하나만이 천연두에 대한 면역을 주었다는 사실로 제너의 수수께끼는 해결되었다. 다음 목표는 어느 질병이 천연두에 대한 면역성을 주는지 알아내는 것이었다. (제너는 그 병을 ‘진정한 우두’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때까지 기록해둔 관찰 결과를 기초로 하여 ‘진정한 우두’에 대해 완전하고 정확하게 기술할 수 있었다. 그가 도움을 얻은 대표적인 단서는 과거에 ‘진정한 우두’에 걸렸던 사람들에게 천연두 물질을 접종해도 아무런 증상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식으로 5년간 끈기 있게 연구한 끝에 제너는 관찰 결과에서 가설 한 가지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
그 다음 그는 이 가설을 검증해보고는 아직도 수수께끼들이 몇몇 남아 있음을 깨달았다. 그 지역 낙농장 한 군데에서 ‘진정한 우두’가 발병했는데, 이때 ‘진정한 우두’에 걸린 사람들이 그 이듬해 천연두로 쓰러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 일로 그의 가설과 천연두를 물리치려는 꿈은 무너져 내린 듯했다. 그리고 그 후 여러 해 동안 제너는 왜 ‘진정한 우두’조차 천연두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 가끔씩 실패하는지 알아내려 했지만, 그의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해답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제너는 발병 단계가 다른 소 두 마리를 관찰하다가 오랫동안 놓치고 있었던 요소가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이 질병은, 그리고 특히 물집의 생김새는 2, 3일에 걸쳐 강해지다가 얼마 동안 절정기를 거치고, 그러다가 마침내 쇠퇴하기 시작해 2, 3일에 걸쳐 사라진다. 이 정도는 제너가 몇 년 동안 이미 잘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병을 옮기는 일을 하는 물집 속 물질의 독성 역시 그 위력이 강해졌다가 약해졌다가 한다는 것, 그리고 우두는 물집 속 물질들이 가장 왕성할 때 천연두를 예방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로써 수수께끼는 풀렸고, 이 새로운 가설은 제너가 알고 있던 다른 사실들과도 부합했다. 예를 들어 우두에 걸렸는데도 천연두를 앓아 그를 헷갈리게 했던 소젖 짜는 사람들은 초기 단계의 우두에 감염되었던 것이다.
이제 제너는 이 최신 가설을 시험해보고자 실험을 설계했다. 마침내 1796년 5월, 제너는 사라 넴즈라는 소젖 짜는 여인의 손에 난 물집에서 물질을 약간 뽑아냈다. 사라는 소의 병세가 가장 심각한 시기에 병에 걸렸었고, 사라의 병세 역시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그는 이 물질을 이용하여 제임스 핍스라는 어린 소년에게 의도적으로 감염되도록 했다. 이 소년이 우두에서 완쾌되자, 그해 7월에 제너는 갓 뽑은 천연두 물질을 소년에게 접종했다. 제너와 핍스 가족은 긴장 속에서 날마다 천연두의 감염 증세가 나타나는지 지켜보았다. 하지만 발병 예상 시기가 며칠이나 지났는데도 소년에게서 천연두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실험이 성공한 것이다.
앞의 이야기에는 행운과 영감의 요소가 없지 않지만, 오늘날 가설연역법이라는 발견에 이르는 길을 잘 설명해준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관찰에서 출발한다. 그 다음 관찰 결과를 가설로 체계화하고, 이 가설을 추가로 관찰한 결과에 시험해보고 필요한 부분은 고친 다음, 그 수정된 가설에 따라 예측을 하고, 이 예측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들을 설계한다. 상당히 성공적인 이 방법론은 때로 기초 과학 서적들에서 ‘과학적 방법’이라는 이름으로도 다뤄진다.<“그렇다면, 과학이란 무엇인가”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그레고리 N. 데리 지음, 역자 김윤택님, 에코리브르>
▣ 저자 그레고리 N. 데리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 소재한 로욜라 대학에서 물리학과 교수로 있으며 학과장을 지냈다. 그는 교양에서 전공까지 모든 수준에서 물리학 강의를 진행한다. 실험 표면 물리학(전자회절 기술을 사용하여 합금표면의 성분과 구조를 연구하는 학문) 연구 프로그램을 수행하며,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내포된 인식론적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연을 신성한 것인 동시에 세속적인 것으로 보는 논리적인 틀로서 상보성에 관한 원고를 마쳤다. 그의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재단, 연구법인, 존 템플턴 재단의 후원을 받는다. 유니온 대학에서 물리학 학사 과정을 마치고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로렌스 버클리 연구소 연구원으로 있었으며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채플힐 캠퍼스에서도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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