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주의와 비관주의
민주적 자본주의는 사라지지 않을 시스템이다. 그동안 자본주의는 기술과 경제 분야에서 일어난 커다란 변동, 정치 혁명, 세계대전 등 온갖 충격을 겪으면서도 성공적으로 적응해왔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와 달리 자본주의에는 생명체와 유사한 내부 동력이 있다. 생물학적 생존 본능에 해당하는 민주적 자본주의의 특징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물질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경쟁의 원리에서 비롯되었으며, 민주주의 정치와 자본주의 시장을 모두 이끌고 있다. 2007~2009년 경제위기에는 민주적 자본주의를 성공적인 문제해결 장치로 보는 관점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했다. 하지만 경제위기 직후 통용된 관점은 이와 반대였다. 세계 모든 나라 정부가 과잉부채 문제를 더 많은 부채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들은 민주적 자본주의 시스템이 추구하는 바를 간과하고 있다. 민주적 자본주의에서는 문제해결을 미루는 것도 효과적인 문제해결 방법이기 때문이다.
모든 형태의 복잡계처럼 자본주의도 복잡하고 정교하다. 자기조직적인 복잡계는 혼돈의 가장자리(edge of chaos)에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혼돈의 가장자리는 시스템 자체가 만들어 낸 잠재적으로 파괴적인 동력들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영역으로 끊임없이 변화한다. 예측불가능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에서 복잡계가 살아남으려면 한 가지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것은 시스템이 스스로 적응해야 한다는 것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어낼 수 있는 내부 메커니즘이 있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번 위기 때문에 국제 금융시스템이 파괴될 거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250년 현대 자본주의 역사에서 네 번째 대전환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 버전으로 진화를 시작했다.
자본주의 4.0과 그 이전 자본주의와의 핵심적인 차이는 이 세상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곳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가 여부이다. 자본주의 4.0 경제관에 따르면 이 세상은 통제는 고사하고 이해하기에도 너무 복잡하다. 따라서 이전 버전의 자본주의처럼 시장 메커니즘을 순진하게 신뢰하거나 정부의 능력을 너무 믿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세계 경제의 미래에 대해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는 이성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만약 모든 사람이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몰락할 것이고 이를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믿는다면 이 믿음 때문에 현실은 그렇게 될 것이다.
반대로 모든 경제주체들이 앞으로 다시 성장과 번영이 시작된다고 믿는다면 이 확신에 따라 이들이 취한 행동 덕분에 세계 경제는 실제로 회복이 이루어질 것이다.
자본주의는 위기가 발생하기 쉽고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으며 자본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동시에 정부의 결정은 관료주의 갈등에 의해 왜곡되고, 끊임없는 로비의 대상이 되고, 종종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에 따라 움직인다. 민주적 자본주의를 믿으면서 동시에 민주적 자본주의의 많은 결함과 모순을 인정하려면 회의주의와 논리를 거스를 수 있는 지적인 용기가 모두 필요하다. 이러한 용기를 ‘담대한 회의(audacity of doubt)’라고 부를 수 있다.
<“자본주의 4.0”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아나톨 칼레츠키 지음, 역자 위선주님, 컬처앤스토리>
▣ 저자 아나톨 칼레츠키
1952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1966년 영국으로 이주해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으며, 미국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6년 《이코노미스트》에 경제 관련 기사를 쓰면서 저널리즘 분야에서 일하기 시작했으며, 1979년에 《파이낸셜 타임스》로 자리를 옮겨 이후 12년 동안 뉴욕지국장과 워싱턴 특파원 등을 지냈다. 그리고 1990년부터 현재까지 《타임스》의 경제 분야 총괄 에디터로서 균형 잡힌 시각과 깊이 있는 분석, 통찰력 있는 예측으로 높은 명성과 신뢰를 얻고 있다. 1996년 영국 BBC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평론가상(신문 부문)을 비롯해 영국 언론협회가 주는 ‘올해의 영국 언론인상’을 두 차례에 걸쳐 수상하였으며, 1998년에는 영국 왕립경제학회 회원으로 선출된 바 있다.
만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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