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네 단계
자본주의의 근간이 되는 보편적인 인간의 특성 두 가지를 보면 시장의 혼돈과 불의를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제도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언제나 왜 실패로 돌아갔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가지 기본적인 인간의 특성이 바로 경쟁심(야망)과 육체적, 물질적 충족에 대한 욕구(탐욕)이다. 그러나 이런 감정으로만 자본주의를 정의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막스 베버가 말했듯이 두 가지 조건이 더 필요하다. 하나는 이익과 자본 축적을 도덕적으로 타당한 동기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세습이나 강압보다는 자발적인 교환과 협력을 경제활동의 주요 원칙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첫째 단계(자본주의 1)는 1776년 미국 독립선언부터 시작하여 1929년에 이르는 150년의 기간을 말한다. 이 시기는 명백하고 의문의 여지가 없는 이데올로기를 공통으로 하고 있다. 사유재산과 이윤 추구 동기를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 시스템은 세상의 기본 동력이며, 허리케인이나 해일처럼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경제 철칙이라는 믿음이다. 이 시대에는 자유방임주의 철학, 곧 정치와 경제는 인류의 완전히 다른 두 가지 활동이며 계속 별개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신념이 지배적이었다. 19세기의 사상가들은 정부가 정의 수호나 국방과 같은 의무에 한정해서 업무를 맡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경제활동과 고용상황을 관리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에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20세기 초 두 번의 세계대전 사이의 경제위기로 인해 전환된 새로운 종의 자본주의가 자본주의 2이다. 정부가 거시경제에 책임을 지지않는다는 자본주의 1의 관점은 1930년대 초반 전 세계 무역과 산업이 무너지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대규모 실업사태로 국민들의 분노가 깊어지자, 사회주의 혁명과 파시스트 독재의 위협 때문에 민주주의 정치인들은 전통적인 경제학자라면 상상하지 못했을 방법으로 경제에 관여하였다. 그리고 경제학자와 정치인, 유권자들은 점차 시장과 정부가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깨달음은 자본주의 2의 결정적인 특징으로 이어졌는데, 바로 자본주의는 정부가 통제하지 않으면 파멸을 가져올 정도로 본질적으로 불안하다는 신념이다. 이러한 철학은 1946~1969년 케인즈 경제학의 황금기에 정점에 달했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 석유 파동을 겪으면서 세계 경제는 높은 물가 인상과 대규모 실업 사태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제 혼란이었다.
석유위기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의 황폐함에서 탄생한 것이 자본주의 3이다. 자본주의 3의 시대는 1980년대 이후 통화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관리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대전환에 영향을 끼친 것은 밀턴 프리드먼이 주도한 통화주의의 추종자들이었다. 통화주의는 정부 개입으로 자유경쟁시장이 왜곡되지만 않으면 시장은 경제안정과 완전고용 등 효율적이며 합리적인 결과를 낳으며 자본주의 경제의 균형을 유지할 것이라는 가정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자본주의 3의 시대는 1979년 대처리즘에서 시작되어 2007~2009년 경제위기에서 끝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본주의 3이 무너지면서 새로운 종류의 자본주의(자본주의 4)가 세력을 잡으려고 떠오르고 있다. <“자본주의 4.0”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아나톨 칼레츠키 지음, 역자 위선주님, 컬처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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