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노인 차별에 숨어 있는 특별한 형태의 자기 증오를 몰아내자는 것이 공모다. 미래의 다수를 차지하게 될 노인들을 건망증 심한 거추장스러운 장애물로, 낡아 못쓰게 된 쓰레기 취급을 한다면 우리 사회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노인 차별을 묵인한 결과 우리가 겪게 될 재앙은, 우리 자식들이나 손자들 혹은 미래 세대들이나 먼 세상의 끝을 강타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를 강타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허약하고 늙었을 때, 오래 전 자의식을 잃어버렸을 때다. 노화에 대한 증오와 노화에 대한 두려움은 원초적 폭력이다. 한때 전제군주가 우리 조상들을 지배했듯 우리를 지배하게 될 권력이다. 그들의 지배에 항거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다. 모든 변혁에 선행하는 것, 바로 공모다.
‘젊음의 망상’ 의 끝
세계적인 패션 잡지 《보그Vogue》의 편집장 다이안 브릴랜드는 처음으로 ‘Youthquake’라는 개념을 사용해 널리 보급한 인물이다. 이 개념은 그 시대의 패션과 팝 음악, 청년 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질풍노도의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행복이 되어야 함에도 행복이 되지 못하는 파멸, 거대한 새 소비자 군단을 주문으로 불러낸다. 이 개념은 오늘날까지도 광고를 통해 우리의 의식으로 전달되고 있는 ‘젊음의 망상’의 출발점이었다. 실제로는 소비자의 다수가 날이 갈수록 늙어갈 것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는 ‘성인 소아주의’가 탄생할 것이다. 아이들처럼 말하고 아이들처럼 옷을 입는 40대가 우글거릴 것이며, 텔레비전과 책은 영원한 유년기의 기억을 추억할 것이다. 특히 1970년에서 1985년에 태어난 세대가 그러하다.
진짜 쇼크는 아마 2010년에서 2020년 사이에 일어날 것이다. 1960년에서 197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는 이 10년 동안 전적으로 개인적인 노년의 위기를 겪고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기세가 등등한 우울한 노인상으로 미루어볼 때 엄청난 슬픔과 공포의 분위기가 퍼져나갈 것이다. 또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여러 세대의 노인들이 동시에 살게 될 것이다. 그들은 생물학적으로나 사회, 경제적으로 전혀 다르지만 모두가 똑같이 ‘노인’으로 불리게 될 것이다. 결국 전혀 다른 세대들이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뒤섞이게 될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세계를 개조했다: ‘젊음의 망상’이라 부르는 건 구매력 현상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아동기와 청년기라는 개념의 의미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그들의 엄청난 숫자를 통해 세계를 뒤바꾸어놓은 것이다. 그들의 숫자가 유사 이래 단 한 번도 젊은이들의 손에 들어가 본 적 없었던 구매력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틴에이저’라는 개념을 탄생시켰던 바로 그 세대가 우드스탁 이후 처음으로 다시 집단적 세대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고령화되고 있는 독일이 1950~1960년대의 문화적 경험을 반복하게 되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늙어가고 있으며 죽어가고 있는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이번에도 새로운 문화를 탄생시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젊은 사람들은 문화를 통해 사회화되고, 세대로서 규정된다. 늙은 사람들은 인생의 의미를 대부분 문화에서 길러낸다. 독일 음악 방송 ‘비바VIVA’의 사장 디터 고르니는 사회 내부에 ‘블랙홀’이 탄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만 해도 젊은, 아니 어린 구매자들이 팝 스타들의 성공을 도와주었지만, 이젠 그 연령의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노인 그룹과 함께 늙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다. 차세대 집단은 너무 적다. 그들의 구매력은 노인들의 구매력과 도무지 경쟁이 되지 않는다. 고령화 사회의 자기 증오와 거부감, 두려움에 맞서 부정이나 모정 같은 다른 감정을 내세울 때, 비로소 우리는 후손들과 교류를 유지하며 그들에게 자식을 낳으라고 격려할 수 있는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고령 사회 2018”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프랑크 쉬르마허 지음, 나무생각, 역자 장혜경님, 나무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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