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광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고갈되는 광석의 에너지 요구량은 비선형적 곡선을 형성한다. 채굴 깊이, 제련 시설까지의 거리 등 여러 조건이 같은 광산에서 광석을 채굴한다고 할 때, 함유된 금속의 양이 줄어들면, 즉 광석의 질이 떨어지면 같은 양의 금속을 추출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의 양도 늘어난다. 목표 금속을 추출하려면 광석을 캐고 운송하고 제련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런 단계마다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금속 추출 작업은 에너지 집약적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광물을 채굴할 때 등급이 높은 광산부터 찾는다. 여러 광산 중에서 품질이 가장 좋고 채굴도 가장 쉬운 것부터 순서대로 채굴한다. 점점 순위가 낮은 광산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앞으로 고갈되어 가는 광석을 양적으로 더 많이 채굴할 때는 에너지 소요량이 약간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낙관론자들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자원을 소비하더라도 자원 x, y, z가 고갈될 때까지는 아직 수십 년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와 같은 소비로는 기하급수적 성장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의 경제 시스템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는 그것이 무엇이든 계속 증가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돈, 더 많은 부채, 더 많은 휘발유, 더 많은 자동차, 더 많은 광물, 더, 더, 더 많은 것.
그동안 광물자원의 미래를 다룬 연구들 중 광물자원 일부는 이미 생산 정점을 넘어선 상태고, 다른 광물도 앞으로 10~20년 이내에 고갈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소비자 경제를 구가하는 미국을 살펴보자. 미국은 처음부터 막대한 양의 천연자원을 지닌 축복받은 국가였다. 그런데 지금은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광물 18종류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자체 충당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며, 지금 같은 수준의 산업 경제를 영위하는 한 150년 뒤에는 천혜의 자원이 점점 고갈되는 상황을 맞을 것이다.
목마른 지구: 물의 전쟁이 시작된다
물 부족 및 고갈 문제는 석유와 기타 광물의 부족 문제와 유사한 특성을 띤다. 기하급수적 성장은 무분별한 자원 채굴 행동을 유발하고, 이것이 다시 전 세계적인 물 부족 현상으로 이어진다. 진보한 기술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물 자체가 소비량을 충족시킬 만큼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 수요는 인구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계 인구는 매년 7천만 명씩 늘어나는데 이들을 먹여 살릴 식량이 필요하고, 식량을 생산하는 데는 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밀 1파운드를 키우는 데는 물 1천 파운드가 필요하다. 인구 증가율과 더불어 1:1000이라는 비율은 세계 물 수요량 증가의 핵심 요인이다. 이 비율을 놓고 보면 미국이 밀을 수출한다고 할 때 실은 물을 수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곡물 100만 톤은 물 10억 톤과 같은 의미가 있다. 많은 물 부족 국가들이 자국의 메마른 경작지에서 곡물을 재배하기보다 곡물 수입을 선호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는 이미 물이 전 세계 사회와 경제 성장의 제한요인으로 작용하는 시점에 와 있다.
65억 명의 인구, 그리고 지금까지의 생활방식을 고려하건대 현재 지표수는 물론이고 지하수까지 다 합해도 우리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유엔의 예상대로 세계 인구가 90억 명으로 불어나는 2050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단순히 살펴봐도 인구가 40% 늘면 1인당 물 할당량이 40%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의 미래는 결핍의 미래다. 대수층에서 해당 지역민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그 지역 사람들은 ‘물 난민’이 되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서글픈 미래, 그리고 용수권과 물에 대한 접근성 확보를 위해 국가 간에 분쟁이 발생하고 전쟁까지 불사하는 그런 참담한 미래 말이다. 이런 물 부족 사태가 작물과 식량 부족 사태로 비화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크래시 코스”에서 극히 일부 요약발췌, 크리스 마틴슨 지음, 역자 이은주님, 미래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