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성장론을 접으면

[중산] 2011. 11. 11. 13:19

 

3E 종합편

 

 

성장론을 접으면

 

지금까지 우리가 언급했던 경제적 곤경은 다음과 같다. ① 부채를 기반으로 한 통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이자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이는 현 통화 시스템의 불변적 특성이다. ② 이자 흐름으로 뒷받침될 수 없는 비생산적 부채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③ 부채는 강력한 동기 인자이며, 따라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부채는 기하급수적인 경제성장과 행동을 유발한다. ④ 성장, 특히 기하급수적 경제 성장은 에너지 투입량의 지속적 증가를 필요로 한다. 그래야 그 질서와 복잡성을 유지할 수 있다. ⑤ 기존 기술의 뒷받침을 받는다 하더라도 에너지는 영구적으로 증가할 수 없으므로 언젠가는 경제적 복잡성과 질서가 교란되고 말 것이다.

 

 

이런 사유 과정에서 도출할 수 있는 분명한 결론은 언젠가는 지금의 경제 성장 모형이 수명을 다할 날이 올 것이고 새로운 무언가가 이를 대체할 것이라는 점이다. 과거에 항상 먹혔던 통화창조의 마법과 소비의 미약이 약효를 잃은 듯 세계 경제와 금융 시스템이 좌충우돌하는 모습 속에서 지금의 성장 패러다임도 명이 다했음을 느낄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당연하게 여겼던 패러다임은 이제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문이 열리고 있다. 전환되는 패러다임 상황에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전환기에 적응하는 데 실패하는 사람도 나올 것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가진 자원의 한계 내에서도 우리가 바라던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제 성장 패러다임의 문을 닫고 새 패러다임의 문을 열어젖힐 때다.

 

 

너무 리얼한 미래 시나리오

 

시나리오 1: 점진적 몰락.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화폐를 마구 찍어내고 다양한 재정 부양책을 실시한다. 한 동안은 시장이 좀 활기를 띠지만, 경기는 다시 침체 상태로 돌아간다. 선진국은 판에 박힌 경제관을 고수하면서 예전에는 효력이 있었던 재정, 금융 정책이 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지 의아해 한다. 실업률은 계속 증가하고 정부 부채는 완전한 지급 불능 상태에 도달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는 점점 더 악화되어 간다. 경기가 진짜 바닥에 이르는 데 장장 15년이 걸린다. 마침내 바닥에 도달하면 선진국의 경제 규모는 20~50% 수준으로 감소한다.

 

 

시나리오 2: 피크오일 인정과 경착륙.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선진국 경제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하고 석유 사용량이 증가하기 시작한다. 2012년 변동성과 불안정성이 높은 유가 때문에 독일이 피크오일을 이론이 아닌 현실이라고 인정하고 나서자 전 세계는 큰 충격을 받는다. 몇 주일 후 많은 국가들이 더는 자국의 석유를 수출하지 않을 것이며 석유를 국유화 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석유 시장은 일대 혼란에 빠지고 유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는다. 각국에서 석유배급이 실시되면서 물류 인프라가 붕괴되고 거의 모든 산업 부문이 타격을 입는다. 이 충격은 세계가 과거에는 겪어본 적이 없었던 수준이다. 자본 시장은 붕괴되고 금리는 폭등하고 경제회복은 요원하고 부채의 악순환 고리가 생긴다.

 

 

시나리오 3: 불안정한 정체기. 2010년 초반의 혼란기에서 빠져나와 세계 경제가 화폐 발행 기조에 대응하면서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다. 세계 경제가 값싼 유가의 덕을 톡톡히 보면서 회복 수요가 점점 빨라진다. 이런 일시적 경기 회복은 석유 수요를 반짝 증가시킨다. 이런 수요 증가는 상대적으로 큰 폭의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이것이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다. 이처럼 유가와 경제활동은 서로 상반되는 형태를 취하면서 상하로 들쑥날쑥한 패턴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불안한 정체기의 좋은 점은 국가나 국민 모두가 불가피하게 다가온 새 현실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평화로운 시간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시장을 뒤흔들 금융 대란도 없고 전쟁이 나지도 않는다. 따라서 이 기간에 석유와 같은 중요 자원에 대한 관리와 통제 시스템을 재정비할 기회가 생긴다.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가 할 일

 

이 책에 담긴 온갖 정보의 의미를 파악하느라 머리가 핑핑 돌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좋은 소식은 우리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여지가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선택을 통해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고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나쁜 소식은 국가적 혹은 세계적 차원에서 해야 할 일들을 때맞춰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극심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개인 또는 지역사회 단위로 스스로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준비 작업과 개선 행동을 해야 한다.

 

내 준비 행동의 기본 철학은 간단하다. 시작하라 바로 이것이다. 첫 단계 행동으로는 가장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한다. 어떤 일이든 어떤 행동이든 상관없다. 큰 변화를 위한 작은 실천이라는 인식이 자신의 생활방식과 조화를 이룬다면 어떤 것이든 좋다.

 

1차 목표는 두려움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개인 혹은 지역사회 차원의 준비 개념은 탄력이라는 단어 하나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말은 필요한 것을 얻는 공급원이나 시스템을 여러 개로 분산시키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식료품을 한 곳에만 의존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스스로 키워서 먹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난방을 할 때도 석유나 가스에만 의존하지 말고 나무나 태양열 같은 에너지원을 함께 사용한다면 좀 더 탄력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탄력성이라는 렌즈를 갖게 되면 우리가 내려야 하는 모든 결정사항을 이 렌즈로 걸러낼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솔직히 인정해야 할 것이 있다.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혼란에 대비하는 작업을 아무리 대대적으로 벌여도 그런 작업이나 조치는 항상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충분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완벽하게 준비하려면 비용이 무한정 들어가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목표 설정 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얼마나?이다. 이에 대해 나는 자신의 시간과 돈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를 세우라고 말하고 싶다. 예를 들어 태양광 집열판을 사용하기 전까지 우리는 100% 전력선에 의존했다. 지금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태양열의 비중은 3%에 불과하지만 이것의 비중이 절대 작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는 3%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고, 밤에 불을 켤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식량 자급률 0%와 10% 간에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자급자족률이 0%라면 기존의 식품 배분 시스템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텃밭에서 간단한 채소를 기르고, 마당에 과일나무를 심고, 닭도 몇 마리 키우는 등 자급률을 높이려고 노력한다면 자신과 가족의 식량 수요를 조금이나마 충족시킬 수 있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것을 전시에 혼자 살아남겠다고 생필품을 저장해 놓는 것 같이 이기적인 행위로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절대로 이기적인 행위가 아니며 정반대로 이타적인 행동일 수 있다. 모범적인 지역사회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자기 가정부터 잘 다스린다는 의미와 같다. 자기 집부터 다스리면 뭔가를 할 수 있는 귀중한 자원과 기술을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개인 차원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을 할 때 기본적인 가치관이 같은 사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라고 권하는 바이다. 공동체 구성원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수록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 나는 불안해하며 살고 싶지 않다. 다가올 미래가 어떤 모습이든 긍정적인 자세로 될 수 있는 한 재미와 만족감을 느끼면서 사는 것이 계획이라면 계획이다. 그래서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며 사는 것이다. <“크래시 코스”에서 극히 일부 요약발췌, 크리스 마틴슨 지음, 역자 이은주님, 미래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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