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성 혼합경제
자본주의 4.0은 적응성 혼합경제가 될 것이다. 이 말은 무슨 의미일까? 첫째, 자본주의 4.0은 명백한 혼합경제가 될 것이다. 혼합경제에서는 정부와 비즈니스를 대립관계가 아니라 동반자 관계로 볼 것이다. 그리고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일반적인 경쟁시장들과 효율성이 제한되도록 규제를 받는 소수의 통제시장들이 신중하게 혼합될 것이다. 둘째, 자본주의 4.0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제도적 구조, 규제, 경제원칙들을 기꺼이 변화시킬 수 있는 적응성 시스템이 될 것이다. 정부와 시장 사이의 새로운 상호작용의 예는 더 강력하고 상세한 규제가 불가피한 금융 부문에서 확실히 드러날 것이다. 시장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대신에 새로운 규제들은 경쟁, 예측성, 투명성을 줄이도록 신중히 설계될 것이다.
석유 시장의 예를 들어 자본주의 4.0이 어떻게 작동이 되는지 살펴보자. 2008년 석유가격이 150달러까지 급등한 것은 금융 붕괴와 불황에 영향을 미쳤다. 석유는 장기적으로 생산량이 제한된 자원이며 정치적으로 불안한 산유국들로 인해 지정학적 위험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왜 서방 세계는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배럴 당 100달러의 가격으로도 석유는 현존하는 다른 어떤 대체에너지보다 값싼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4.0에서는 두 가지 다른 관점을 지닐 수 있다. 하나는 시장가격에는 석유 사용에 관한 진정한 효용과 비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 가격은 적절한 이유가 있다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들은 기후변화와 석유고갈 때문에 나타나는 장기적 문제들에 대한 분명한 해결책을 보여준다. 석유나 탄소에 세금을 부과하고, 대체 에너지 개발에 보조금을 제공하며, 핵 발전의 위험성과 원자로 폐쇄에 값싼 정부보험을 제공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서구 정부들은 2008년 오일 쇼크 이후의 금융재난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당시 석유가격이 150달러까지 상승했던 것은 석유 수요의 증가가 주된 원인이 아니었다. 미국의 연기금 같은 장기 투자자들이 금융 파생상품으로 석유를 공격적으로 매수했기 때문이다. 석유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기대하고 거의 무제한으로 석유파생 상품계약을 맺는 것은 일종의 매점매석 행위이다. 하지만 당시 미국 정부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시장의 힘에 대한 맹목적 신념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본주의 4.0 시대에는 정부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 정부는 석유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는 대신 이 시장이 계속 작동하도록 허용하면서 시장 인센티브를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현물 원자재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조세 감면 혜택을 박탈하는 것이다. 이런 규제와 세금조치가 있었다면 석유 수요는 수요 공급의 균형가격이라 생각되는 70달러 수준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자본주의 4.0”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아나톨 칼레츠키 지음, 역자 위선주님, 컬처앤스토리>